박상호기자 |
2025.11.17 00:47:29
양주시의회가 집합건물 분쟁조정제도가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 개정과 경기북부 전용 분쟁조정기구 설치를 동시에 요구했다. 조정결정에 법적 효력이 없어 제도가 사실상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고, 경기도청 신청사 중심 운영으로 경기북부 주민들이 제도 바깥에 서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양주시의회는 본회의에서 정현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합건물 분쟁조정제도 개선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은 대통령실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경기도, 전국 시·도 및 시·군·구에 전달된다.
정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지난 2023년 9월 집합건물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감독 근거가 생긴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법이 개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 개입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법적 효력이 없어 당사자가 불참하거나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이 그대로 무산된다”며 제도 설계 자체의 한계를 지적했다.
의회가 가장 먼저 문제 삼은 지점은 조정결과의 구속력 부재다.
현행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는 상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관리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위원회 결정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이 때문에 신청인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자료를 준비해도 상대방이 회의에 나오지 않거나 조정안을 거부하면 사건은 종결되고, 이후, 민사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 의회의 판단이다.
경기도 운영 실적도 건의안에 구체적으로 담겼다.
건의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경기도에 접수된 집합건물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91건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위원회가 열린 사례는 11건에 그쳤고, 이 중 4건이 경기북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양주시의회는 “조정 신청에 비해 위원회 개최 비율이 낮고, 조정 불성립 후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공동주택 분쟁제도와의 비교도 제기됐다.
정 의원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사례로 들며 “공동주택 조정안은 당사자가 합의하면 민사소송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 조정서를 근거로 강제집행도 가능하고, 피신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직권조정이나 과태료 부과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집합건물법상 분쟁조정위원회에는 조정서 효력과 관련 행정처분 집행 근거가 미비해 유사한 분쟁을 다루면서도 제도 간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회는 “사적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법적 장치 미비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분쟁해결을 주도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시민 신뢰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에도 조정결과에 대한 법적 효력과 행정처분 집행 근거를 부여하는 방향의 집합건물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역할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경기도는 지난해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를 15회 개최해 12건의 합의조정을 이끌어냈고, 민간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관리지원단을 108회 운영했다. 변호사 무료 법률상담 창구 운영과 반복 민원이 발생하는 건물을 직접 감독하는 등 제도 안착을 위한 정책도 병행해 왔다.
양주시의회는 "이런 노력 자체는 비교적 선도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이용 주체인 경기북부 주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수원 중심 제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의회는 그 이유로 거리와 시간 문제를 들었다.
집합건물 분쟁 특성상 현장 상황 설명과 자료 대면 제출이 중요한데, 분쟁 신청인의 상당수가 생업에 종사하는 상가·오피스텔 소유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원 신청사 방문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더라도, 복잡한 관리 분쟁을 비대면으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북부 주민의 실질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현실이 건의안에 적시됐다.
양주시의회는 이런 구조가 결국 제도 이용 포기와 실효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건의안은 “거리와 시간 제약이 제도 접근성을 낮추고, 조정제도가 사후 소송 이전 단계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북부청사 안에 북부 주민이 직접 방문해 상담과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 경기북부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양주시의회는 건의문 말미에서 “29만 양주시민을 포함한 경기북부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두 가지를 공식 요구했다.
정부와 국회에는 집합건물법 개정을 통해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의 법적 효력과 행정처분 집행 근거를 신설할 것, 경기도에는 경기북부청사 내 경기북부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조정·상담창구를 개소해 적극행정을 구현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건의안은 지난 14일 양주시의회 의원 일동 명의로 채택됐다. 의회는 향후, 국회와 경기도 차원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도록 관련 상황을 계속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