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은 한인보 신경외과 교수와 이기범 미국 럿거스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이 외상성 뇌손상(TBI)의 근본적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저산소 조건에서 배양한 줄기세포의 세포외소포체(EV)’를 생체직교형 하이드로젤(BIOGEL)에 손상된 뇌 부위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치료법을 제시했다.
외상성 뇌손상은 1차 손상 이후 치료를 하더라도 손상된 뇌 내에서 신경염증, 혈관 기능 이상, 신경세포 및 지지세포 손실 등 다양한 2차 손상이 진행된다. 이는 정상조직의 세포까지 영향을 미쳐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히며 결과적으로 운동·기억·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수술이나 약물치료는 출혈, 부종, 염증을 완화해줄 수 있지만 손상된 신경 자체를 재생시키는 근본 치료는 거의 불가능했다.
한인보 교수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로부터 분화된 신경전구세포(NPC)를 저산소 유도제(DFO)로 처리해 손상된 뇌와 유사한 저산소 환경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신경재생 및 혈관 신생에 중요한 단백질(VEGF)과 마이크로RNA(miRNA-9)가 풍부한 세포외소포체(EV)를 생산했다.
분당차병원에 따르면, 최근 줄기세포 연구에서 각광받고 있는 세포외소포체는 손상 조직 회복, 염증 조절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세포외소포체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는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거나, 유지시간이 짧거나, 활성도가 충분하지 않은 한계점이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세포외소포체와 함께 젤라틴 기반의 생체적합 하이드로젤을 탑재해 손상된 뇌 부위에 주입했다. 하이드로젤은 뇌 조직과 유사한 탄성을 지니며, 손상 부위에 밀착돼 세포외소포체를 서서히 방출해 손상된 부위에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치료 신호가 전달되도록 돕는다.
연구 결과, 외상성 뇌손상 모델에서 하이드로젤-EV 복합체를 주입한 결과, 손상된 뇌 조직의 병변 크기가 40% 이상 감소, 신경세포 재생과 축삭(신경 연결부) 재형성, 혈관 재생 및 염증 억제, 운동 및 인지 기능의 회복이 확인됐다.
한인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외상성 뇌손상 치료의 핵심 문제인 2차적 염증 반응과 신경회복 실패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며 “저산소 조건에서 유래한 세포외소포체(EV)의 생물학적 신호를 생체적합적 전달체 하이드로젤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임상적으로 적용 가능한 신경재생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세포치료가 가진 면역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비세포 기반의 나노 생체 치료제 개발의 기반이 될 것이며 향후 척수손상, 허혈성 뇌질환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