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진 수협 회장의 숙원 “수산 산업 메카로”
금싸라기 땅 1만5천평…현재는 축구장·야구장
현장 분위기 아직 잠잠…상인들 기대감 ‘솔솔’
민간사업자 참여시킨 뒤 서울시와 협력해 속도
수협중앙회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일대에 ‘수산 복합 클러스터’를 만드는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 2023년 부동산 시장 여건 악화로 복합단지 추진을 접은 지 약 2년 만이다. 이번에는 숙원(宿願)을 이룰 수 있을까? CNB뉴스가 그 현장에 다녀왔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수협중앙회(이하 수협)가 노량진 수산시장에 있는 유휴부지에 최신 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수협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남은 부지에 대한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2023년 부동산 시장 여건 악화를 이유로 중단한 바 있다.
수협은 노량진 시장의 남은 땅에 지역을 대표할 만한 랜드마크가 될 수산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약 4만 8226㎡(1만 4590평) 규모로 현재는 축구장과 야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 본사 이전과 수산 단체, 수산물 가공 및 유통 스타트업, 수산식품 연구센터 유치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인근 63빌딩과 비교할 만한 높이의 건물을 올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20일 서울 지하철 노량진역 9번 출구 인근에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갔다. 4층 규모의 건물 외벽에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살아 숨쉬는 바다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수산시장 건물 바로 앞에 현재 수협이 동작구에 임대하고 있는 축구장과 야구장이 자리해 있었다. 축구장과 야구장은 현재 수산시장 건물 규모와 비슷해 보였다.
시원하게 탁 트인 축구장에서는 20여명의 선수들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커다란 야구장은 이날에는 경기나 훈련 일정이 없어 텅 비어 있었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니 수산 복합 클러스터 부지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로 하나 건너 바로 옆이 여의도라 이 부지의 부동산 평가액만 약 3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화 63빌딩, 우리금융그룹, 카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트럼프월드 빌딩, KBS 건물이 바로 보이는 위치다.
부지의 다른 한쪽으로는 유한양행 본사, 기독교TV CTS 빌딩 등이 보였다. 노량진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공사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젊은 세대의 유입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도 좋은 편이다. 지하철 노량진역은 1호선과 9호선이 환승되는 곳이다. 용산역까지 한 정거장, 여의도역까지 두 정거장만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노른자위 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이날 노량진 수산시장에 수협이 복합 클러스터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포스터나 현수막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시장 안팎에서는 여러 종류의 어류와 수산물을 손질하고 판매하는 직원과 상인들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장 건물 내부 분위기도 비슷했다. 손님들을 붙잡는 상인들, 해수부의 캠페인 부스, 해산물 요리를 내놓은 식당 등 일상적인 모습이었고, 복합 클러스터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인근 부동산에서도 아직 뚜렷한 추진 동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곳 부동산 관계자는 CNB뉴스에 “수협의 노량진 수산복합클러스터는 추진한다는 말만 있는 상태라 아직 언제 현실화될지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핑크빛 계획만 예전부터 있었고,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
노동진 회장에 대한 상인들 신뢰 ‘끈끈’
수협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남은 부지에 대한 복합개발을 추진해왔는데, 부동산 시장 여건 악화, 서울시와의 협의 난항 등을 겪으며 결국 2년전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수협은 조만간 민간 공동개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자문용역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사업자와 손잡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복합 클러스터를 건설하는 한편 대형 유통기업을 참여시켜 국내 수산물 소비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와 동작구 모두 노량진 잔여 부지 개발에 대한 지원 의사가 뚜렷하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회복 신호가 확인돼 사업을 재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수협은 동작구청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두 기관은 노량진 수협 부지 복합개발 사업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곳에 수협 본사 이전 등으로 랜드마크를 조성하고 수익 일부를 공공 환수하기로 했다.
노동진 회장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끈끈한 편이다.
지난달 노 회장은 서울 주요 지역을 둘러보는 서울시티투어버스 노선에 노량진 수산시장을 유치한 공로로 상인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노량진 수산시장과 축구장, 야구장 일대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인 ‘도심 속 바다축제’도 8회째 열리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협이 노량진 복합 클러스터를 꿈꾸는 이유는 수도권 수산산업의 핵심지이기 때문이다. 노량진 지역은 ‘대한민국 경제 1번지’인 여의도와 가깝고, 노량진 학원가 등과도 인접해 있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수산산업을 중심으로 식품 및 효능 연구, 유통, 관광, 문화 콘텐츠가 어우러지는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있어, 역사성과 지리적 여건을 모두 갖춘 최적의 장소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CNB뉴스에 “노량진 수산 복합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공모 지침서를 만들고 해수부의 승인을 받아서 공고를 낼 것”이라며 “민간 사업자들이 신청을 해서 선정되면 서울시와 함께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