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미국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와 공동으로 ‘2025 Yale–Korea University Forum’을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18일 열린 이번 포럼은 고려대 개교 120주년 기념 국제학술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우주의 기원,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주제로 두 대학의 석학들이 논의를 펼쳤다.
포럼의 대주제는 ‘보이지 않는 기초: 우주의 탄생에서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까지’였다. 자연과학, 인문학, 건축, 환경 분야를 아우르는 발표와 토론을 통해 보이지 않는 구조와 시스템이 인류 사회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조망했다.
행사는 총 2개 세션으로 구성되어 세션마다 예일대와 고려대 교수진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 예일대 건축학과 안토니 아시아바티(Anthony Acciavatti) 교수와 고려대 건축학과 김현섭 교수는 우리가 발 딛고 선 지면의 안팎을 관통하는 화두를 던졌다.
안토니 아시아바티 교수는 ‘지하수 지구: 기후변화의 숨겨진 최전선’ 강연을 통해 지난 20년간 진행해 온 연구를 공개했다. 건축가이자 지도 제작자인 그는 갠지스강 유역을 누비며 인류의 절반이 식수로 사용하고 전 세계 관개 작물의 절반 이상을 길러내는 지하수가 처한 위기를 추적했다. 그는 “지하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책과 설계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고 지적하며, 무분별한 추출로 인해 지층이 변하고 기후 탄력성이 무너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김현섭 교수는 한국 현대 건축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 과정을 조명했다. 1960년대 우리 사회와 건축계를 달군 부여박물관 왜색 시비 논쟁을 한국 현대 건축사가 비판적 성찰을 통해 인문학적 깊이를 획득하게 된 결정적 변곡점으로 꼽았다.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부여박물관은 일본 신사를 닮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했는데, 한국 건축계가 전통의 외형적 재현이 아닌 본질적 계승에 대해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수근 건축가가 성찰의 결실로 1971년 ‘궁극공간’이라는 개념을 발표하고, 한국 현대 건축 걸작으로 꼽히는 ‘공간사옥’을 착공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예일대 물리학과 프리얌바다 나타라잔(Priyamvada Natarajan) 교수는 보이지 않는 우주의 구조와 기원을 소개했다. 나타라잔 교수는 가속 팽창하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암흑에너지, 암흑물질, 블랙홀처럼 직접 관측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구성 요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의 팽창, 은하의 형성, 블랙홀 등 다양한 현상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우주의 역사와 구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국제처 송상기 처장은 “이번 행사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적 통찰을 연결하는 융합형 국제학술 포럼으로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 우주의 기원이라는 근본적 질문을 함께 성찰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예일대와의 장기적 학술 협력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협력 확대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