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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담배소송 12년, 이제는 '결자해지'의 판결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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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원석기자 |  2026.01.06 17:28:37

건보공단 부산연제지사 서정빈 행정지원팀장.

이달 15일, 대한민국 보건행정과 사법행정에 있어 매우 상징적인 판결이 예고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내려지는 날이다. 2014년 소송을 시작한 지 어느덧 12년, 항소심 재판 기간만도 5년에 이르는 유례없는 시간이 흘렀다. 공단에서 근무하며 이 긴 여정을 곁에서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이번 판결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금전적 소송을 넘어 우리사회의 보건 정의와 책임의 상식을 바로 세우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소송의 대상은 3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이력이 있는 폐암(소세포암, 편평세포암) 및 후두암 환자 3465명이다. 이들에 대해 지급된 공단 급여비 533억 원은 국민이 매달 성실히 납부한 소중한 건강보험료로 충당됐다. 1심 재판부는 질병과 흡연사이의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과연 이 결론이 평범한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64%가 담배회사가 폐암환자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 대다수는 이미 원인을 제공한 주체가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정의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사실들은 담배의 위해성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인 특유의 흡연 양상이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흡연자들은 국제기준보다 담배연기를 2배 이상 깊이 들이마시고, 한 번 흡입한 뒤 다음 흡입까지의 간격은 6배 이상 짧은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급하고 깊은 흡연 습관은 유해물질 노출을 극대화한다. 실제로 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의 추적관찰 결과, 소세포암 발병에 있어 흡연의 기여도는 무려 98.2%에 달했다. 정기석 이사장이 언급한 '100명 중 98명'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담배 외의 다른 원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의학적·통계적 사실을 압축한 표현이다.

나아가 최근 세계은행과 공동 분석한 자료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분명해 진다. 지난 11년간 흡연과 간접흡연으로 발생한 사회적 의료비는 무려 약 43조 원에 이른다. 흡연율 자체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과거의 흡연 노출이 수 십 년의 시차를 두고 질병으로 발현되는 이른바 ’지연된 유행’ 현상 때문이다. 더욱 뼈아픈 지점은 이 막대한 의료비 부담의 주체다. 전체 흡연 관련 의료비의 82.5%를 건보공단 재정이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담배회사가 막대한 이윤을 누리는 동안 그로 인한 질병의 비용은 국가와 국민의 보험료로 떠안고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의료비의 48%가 본인의 선택이 아닌 간접흡연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은 담배의 위해성이 개인의 기호를 넘어 타인의 생명권까지 침해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종 변론 현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호흡기내과 전문의 출신인 정기석 이사장이 직접 변론에 나서 담배의 중독성과 위해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했고, 공단은 방대한 전문가 의견서와 피해자 진술서를 통해 1심 판결의 논리적 한계를 보완해 왔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과 언론 역시 담배소송에 대한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제 공은 사법부로 넘어갔다. 담배회사들은 여전히 개인의 자유의지를 방패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강력한 중독성의 굴레에 묶인 채 병마와 싸우는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는 15일, 우리는 원인을 제공한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판결을 간절히 기다린다. 이번 선고는 단순히 533억 원이라는 금액의 승패를 가르는 일이 아니다. 우리 자녀들에게는 더 건강하고 담배없는 미래를 물려주고, 국민에게는 소중한 보험료가 낭비되지 않도록 보건 정의를 확립하는 출발점이다. 12년 이라는 시간 동안 축적된 과학적 데이터와 국민의 목소리가 사법부의 판단 속에 온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생명보다 귀한 이윤은 없다는 지극한 상식이 법정에서 확인되는 그날을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건보공단 부산연제지사 서정빈 행정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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