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조치’ 넘어 삶의 질 전반 돌보는 시스템
‘미래먹거리’로 급부상…규제장벽 여전히 높아
포화상태 의약품 시장 탈출구…성장동력 될까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고유의 의약품 판매사업을 넘어 ‘디지털헬스’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의약품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감한 개인의료정보 유출 우려,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 CNB뉴스가 ‘양날의 검’ 같은 이 분야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디지털헬스케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약을 판매하면서 사후 치료에 중점을 뒀지만, 디지털헬스케어는 질병 사전 예방과 진단에 중점을 두는 것이 특징. 단순 치료를 넘어 맞춤형 건강관리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우선, 동아에스티는 메디웨일의 ‘닥터눈’ 솔루션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의료 인공지능 전문 기업 메디웨일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닥터눈 CVD’, ‘닥터눈 펀더스’ 등을 도입했다. 동아에스티는 이를 병·의원에 유통하며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닥터눈 CVD는 망막 촬영만으로 심장 CT와 유사한 정확도로 미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소프트웨어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두바이,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00여 개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닥터눈 펀더스는 망막 이미지를 분석해 △망막 이상 △녹내장 △매체 혼탁 등 안질환을 높은 정확도로 자동 검출하는 진단 보조 AI 소프트웨어다.
동아에스티 측은 “신약 개발 뿐 아니라 헬스케어 영역 전반으로의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 지속적인 병상 확대와 여러 협업을 탐색할 예정”이라며 “아직 국내 디지털헬스 시장이 협소하고, 매출 실적도 크진 않지만 향후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0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와 계약을 맺고 심전도 모니터링 AI 솔루션인 ‘메모패치’와 원격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메모큐’ 등을 제공해오고 있다. 유한양행이 휴이노의 국내 판권을 갖고 있어, 휴이노 솔루션 ‘메모패치’를 200곳 가량의 병·의원에 공급해 왔다.
메모패치는 가정에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패치형 기기와 수집된 심전도 정보를 AI로 분석해 의료진에게 결과 보고서를 제공한다. 최대 14일간 환자 심전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한미그룹(한미약품)은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신성장동력으로 ‘비만 관리’를 선정해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비만치료제, 항암제, 당뇨·고혈압 복합제 등 다양한 치료 분야에서 3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그중에서도 시장 반응이 뜨거운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 신약을 개발하면서 환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투약 안전성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DTx) 개발에 나섰다.
한미그룹은 준비 중인 DTx가 환자가 투여·복용하는 치료제들의 체중 감량 효과를 더욱 높이고, 약물의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면서 환자 라이프스타일을 교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Tx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주로 행동교정, 신경계,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적 관리를 위해 처방된다.
이처럼 국내 제약업계는 디지털헬스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며, 생산, 마케팅, 환자접근 등 전 분야에 걸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사전 임상시험을 통해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우선 개인정보 및 의료데이터 보안에 있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민감한 건강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개인정보 유출, 데이터 오남용 등 우려가 제기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는 수가 시스템이 부족해 유의미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인허가 기준과 절차, 신의료기술평가 등 규제가 까다로운 점도 걸림돌이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CNB뉴스에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각종 규제는 그대로다 보니 일부 기업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은 글로벌 트렌드이고,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제약사들의 디지털전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겠지만,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