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사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이며, 면허대여 약국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 면허를 빌려 약국을 열고 약을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병원·약국처럼 보이지만, 실제 목적은 환자 치료가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비를 최대한 뽑아내는 데 있다.
추진 배경을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 사무장병원·면대약국은 갈수록 조직적·지능화되고 있다. 허위청구, 과잉진료, 유령환자 동원 등 갖가지 수법으로 건보재정을 갉아먹으면서도 실질적인 운영자는 뒤에 숨고, 형식상의 의료인·약사만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 왔다. 행정조사·수사·재산추적이 분절된 현재 구조로는 이러한 범죄형 불법기관을 신속하게 차단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폐해는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무장병원에서는 과잉촬영, 불필요한 입원과 시술을 권유해 고령 환자가 경제적 부담과 후유증을 동시에 떠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면대약국에서는 충분한 복약지도 없이 약을 대량 판매해 약물 오남용과 안전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새어 나가고, 선량한 국민은 필요 없는 검사와 약값을 떠안으며, 성실한 의료기관·약국은 불공정 경쟁에 내몰린다.
현행 단속 절차에도 뚜렷한 한계가 있다. 지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조사 후 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실제 수사권과 강제수사 권한은 공단이 아닌 외부 수사기관에 있어, 공단이 조사한 자료를 다시 확인·재수집하는 비효율이 반복된다. 그 사이 실질 운영자는 재산을 빼돌리고 폐업과 재개설을 반복해 환수와 처벌이 늦어지거나 무력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공단 수사의 장점은 분명하다. 건보공단은 요양급여 청구 빅데이터와 현장 조사 경험을 축적한 전문 인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청구 패턴만 보아도 불법개설 의심기관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고, 금융·재산 흐름을 추적하는 노하우도 상당하다. 여기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이 부여되면, 조사에서 수사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원스톱 대응'이 가능해지고, 초기에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해 실질 운영자를 정확히 겨냥할 수 있다.
기대 효과 역시 분명하다. 첫째, 부당이득의 조기 환수로 건보재정 누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둘째, 신속한 적발과 엄정한 처벌은 '걸려도 벌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깨고, 불법개설 시도를 사전에 억제하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셋째, 정직하게 진료·조제하는 대다수 의료기관과 약국을 보호해 공정한 보건의료 시장 질서를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결국 이는 국민이 낸 보험료를 제자리에서 쓰게 하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도록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장치다.
물론 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면 공권력 비대화나 수사권 남용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사무장병원·면대약국 불법개설기관으로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고, 수사 절차와 인권 보호 장치를 촘촘히 설계한다면 이러한 우려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관리·통제할 수 있다. 현장에서 불법개설기관과 싸우고 있는 공단 직원의 눈으로 볼 때, 지금과 같은 느슨한 구조로는 더 이상 국민의 보험료와 생명을 지켜낼 수 없다. 사무장병원·면대약국 근절을 위한 특별사법경찰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아픈 사람 앞에서 장사하지 않는다'는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상식을 지켜내기 위한 시대적 과제다. <김영훈 건보공단 부산중부지사 행정지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