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호기자 |
2026.02.19 16:42:44
“10억 원짜리 집에 5억 원 전세로 사는 상황에서 집값이 5억 원 올랐다면, 내 전세금이 집주인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 아닌가요? 오른 수익의 일부라도 나눠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세보증금을 사실상 ‘투자금’으로 정의하고,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세입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이른바 ‘전세 이익공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세금이 집주인에게는 무이자 레버리지(지렛대)가 되고, 세입자에게는 자산을 묶어두는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기여도를 인정해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각이 경제적 위험 분담의 원칙과 전세 제도의 법적 본질을 간과한 정서적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논쟁의 핵심인 기여도 문제는 전세금의 법적 성격인 ‘채권’과 ‘자본’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실무에서 말하는 전세는 대개 전세권 설정등기 없이 이뤄지는 주택임대차다. 다만, 전세권을 설정하는 경우에도 민법은 전세권을 사용·수익과 전세금 우선변제로 규정하고, 시세차익 배분 구조는 전제로 두지 않는다.
즉, 전세보증금은 자산에 투입된 지분이 아니라, 거주 제공을 전제로 장래에 반환받을 수 있는 보증금 반환채권 성격이 강하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했다고 해서 시세 차익을 요구하지 않듯, 채권자인 세입자 역시 원금 회수와 거주권 외에 자산 가치 상승분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특히, 투자 원칙인 ‘고위험 고수익’ 관점에서 볼 때 세입자의 주장은 논리적 모순에 직면한다.
현행 임대차 체계에서 세입자는 집값이 폭락하더라도 원금을 온전히 돌려받아야 하는 ‘원금 보호’ 대상이다.
반면, 집주인은 하락장 발생 시 본인의 투자금은 물론 세입자의 보증금까지 위협받는 자본 잠식의 위험을 전적으로 감수한다. 위험은 전혀 지지 않으면서 상승기의 수익만 나누자는 주장은 투자와 대출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어 구조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학적 관점의 ‘기회비용’ 역시 양면성을 띤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한 것은 사실이나, 그 대가로 집주인으로부터 ‘주거 서비스’와 ‘원금 안전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만약 시세 차익을 공유하는 모델로 전환한다면, 세입자는 역전세 발생 시 보증금 일부를 잃을 수 있다는 ‘손실 분담’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 이는 원금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행 전세 이용자들의 요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비슷한 논쟁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가중되는 주거비 체감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R) 중위수는 지난 2024년에도 15.8%를 기록하며 세입자들의 자산 형성 기회를 압박하고 있다.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거액의 보증금을 맡긴 세입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이익공유라는 정서적 요구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전세보증금을 투자금으로 볼 것인지, 거주를 위한 담보금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시각 차이가 이번 논쟁의 본질이다.
시세 차익을 나누는 구조를 도입하려면 지분 공유형 주택이나 특수한 금융 상품처럼 처음부터 위험과 권리를 배분하는 새로운 규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행 전세 제도가 원금 보전을 중심으로 한 채권적 권리인 이상, 이익 공유 주장은 도덕적 호소에 그칠 뿐 법적·제도적 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