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미반환 분쟁이 길어지면서 세입자가 승소하고도 지연손해금을 못 받는 경우가 늘어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임대인에게 집을 넘길 뜻을 ‘제공했다’는 점을 법정에서 증명하지 못하면, 지연손해금은 계산 자체가 막힌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는 최근 전세금반환소송 실무에서 ‘동시이행’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으로 대법원 판결을 들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15일 선고한 2024다321973 판결에서, 상대방이 상당한 기간 내 채무를 이행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이행제공 없이도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요건이 충족되는 사례는 제한적이어서, 통상 사건에서는 임차인의 이행제공 입증이 지연손해금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무 현장에서는 ‘이사 준비’와 ‘이행제공’을 혼동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엄 변호사는 이삿짐 업체를 잡고 새 집 계약을 끝낸 뒤, 이사 날짜만 넘기면 임대인이 곧바로 지연 책임을 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인도 준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임대인에게 인도 의사를 분명히 알리고, 그 통지가 도달했다는 흔적까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제공 의사 표시, 도달, 그리고 임대인의 수령 거부 여부다.
엄 변호사는 “이사 날짜를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임대인 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법원이 인도 준비 여부와 통지 과정 전체를 따져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차인이 퇴거했더라도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지 않으면 명도의 이행제공이 없었다고 본 대법원 판단도 있다.
증거는 ‘통지의 도달’을 중심으로 모아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엄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보낼 때 배달증명 방식으로 남겨야 도달이 분명해진다고 했다. 인도 날짜와 열쇠 수령을 요청한 문자메시지, 통화 녹취, 계좌이체 시도 내역도 함께 쌓아두면 쟁점이 선명해진다고 설명했다. 임대인이 보증금 지급을 약속했다가 날짜를 넘긴 정황, 분할 지급을 제안한 대화 역시 저장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엄 변호사는 전세금반환소송을 준비하는 세입자라면 소송 제기 전부터 증거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이행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새 집 계약부터 진행하면, 보증금 미반환으로 손해가 생겨도 지연손해금 등에서 결과가 갈릴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