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만기 뒤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먼저 전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잦아진 만큼,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보증금을 통째로 잃을 가능성이 있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3일, “전출에 응하는 순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동시에 잃어 경매에서 후순위 채권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로 성립하는데, 전출하면 요건이 깨지면서 곧바로 소멸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분쟁 현장에서는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을 받아든 뒤 서둘러 짐을 빼는 경우가 나온다. 이후, 등기부등본을 떼어 임차권등기 기재가 올라갔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그 사이 임대인이 추가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다른 채권자가 가압류를 걸어 순위가 밀리는 흐름이 반복된다.
대법원도 올해 선고한 2024다326398 판결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더라도 등기 완료 전에 이사하면 기존 대항력이 소멸하고, 이후, 등기가 완료돼도 과거 대항력이 부활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등기 완료 전 공백 기간에 권리관계가 바뀌면 임차인이 경매 배당에서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다.
엄 변호사는 “가장 흔한 실패가 결정문만 받고 이사부터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신청, 결정, 등기소 촉탁, 등기 완료 단계를 거치며 결정과 완료 사이에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수 있다.
그는 “반드시 등기부등본에서 임차권등기 기재를 직접 확인한 뒤 이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출을 종용받는 상황이라면 문자나 녹취로 정황을 남기고, 대항력 상실을 전제로 한 조건은 거부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