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호기자 |
2026.03.08 15:37:06
정부가 지난 1월 29일 부동산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과천경마공원 이전 방침을 밝히자, 경기북부 지자체들이 일제히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연간 500억 원 규모의 세수 확보가 가능한 대형 시설을 놓고 의정부·양주·동두천·파주·고양·포천 등 재정 자립도가 낮은 북부 시·군들에게는 놓치기 어려운 ‘황금 고블린’으로 떠오른 것이다.
과천경마공원 이전 방침…경기북부 지자체 일제히 참전
반환 공여지·택지지구·훈련장...각기 ‘히든카드’ 꺼내들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의정부시다.
지난 5일, 부시장 주재 회의를 열고 전담 조직(TF) 구성을 마친 의정부시는 반환 공여지 활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미군 기지가 떠난 자리에 레저 산업을 유치해 ‘안보 희생’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동두천시도 움직임이 빠르다.
지난달 25일, 유치 추진을 공식화한 동두천시는 1,195만㎡ 규모의 짐볼스훈련장 부지를 카드로 꺼냈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파주시는 정치권이 앞장서는 분위기다.
지역구 의원들은 미군 반환 공여지인 캠프 게리오웬을 후보지로 거론하며 유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고양시는 100만 인구 배후 수요와 교통망을 앞세워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고, 포천시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유치 TF를 가동하며 세수 확대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양주시도 최근 공개 행보에 나섰다.
시는 지난 4일, 광적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광석지구 내 과천경마공원 유치 구상을 설명했다. 광석지구는 약 116만8000㎡ 규모로 기존 과천경마공원 부지와 유사한 면적을 갖춘 곳이다.
해당 부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로 토지보상과 지장물 철거가 이미 완료된 상태다. 시는 서양주IC와 광역도로망, 전철 1호선, GTX-C 노선 등 교통 접근성과 향후, 교통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주민들과 공유했다. 참석 주민들 사이에서는 유치를 통한 지역 발전 기대감이 제기되며 관련 질의와 의견도 이어졌다.
레저세 연 2,000억 달해...경마 유치 시 500억 실질 확보
과천시 반발, 마사회 노조 투쟁…이전 추진 갈등 불씨
유치 경쟁이 뜨거운 배경에는 세수 효과가 강력한 모티브다.
현재 과천 경마장이 경기도에 납부하는 레저세는 연간 2,00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징수교부금과 재정보전금 명목으로 해당 시가 확보하는 실질 수익은 약 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천시 본예산의 10%를 웃도는 수준으로, 재정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북부 지자체들로서는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카드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천시는 세수 감소 우려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마사회 노동조합도 고용 불안과 생존권 침해를 이유로 이전에 반대하고 있어, 사업 추진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가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마장 유치는 지역 재정 확충 기대와 주민 수용성 문제가 맞물리는 사안이다.
북부 지자체들은 저마다 유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시설이 들어섰을 때 발생할 교통 문제와 사행 산업에 대한 주민 정서를 어떻게 설득할지는 ‘일단 유치하고’ 사후조치하자는 분위기도 조성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부지가 넓거나 재정이 열악하다는 이유만으로 정부 선택을 받기는 어렵다고 본다.
GTX 등 광역교통망과의 연계성, 그리고 경마장을 복합 문화 시설로 전환할 구체적인 운영 구상이 실질적인 경쟁력을 결정할 주요한 변수라는 평가다. 상반기 중 정부의 시설 이전 계획 수립이 예정된 만큼 북부권 유치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