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6.03.26 15:35:42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아토피 피부염의 단계별 치료에 필요한 ‘최소 약물 강도’를 수학적으로 규명해, 환자 상태 기반의 정량적 치료 전략 수립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산대는 G-램프(LAMP)사업단 미래지구환경연구소 강요셉 연수연구원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중증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 과정을 비선형 동역학 시스템으로 모델링하고, 임상에서 흔히 쓰이는 2단계(초기-유지) 치료 전략을 수학적으로 제시했다고 26일 밝혔다.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재발이 잦고 장기 치료가 필요한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특히 중증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치료 반응이 제한적이며, 환자별 상태에 따라 얼마나 강한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량적 기준이 부족해 경험적 판단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아토피 피부염을 비선형 동역학 시스템으로 모델링하고, 치료 과정을 급성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는 ‘초기 치료 단계(Get Control)’와 증상이 가라앉은 상태(remission)를 유지하기 위해 보습제를 적용하는 ‘유지 단계(Keep Control)’의 2단계로 나눠 치료 전략에 대한 수학적 틀을 확립했다. 연구팀이 치료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던진 질문은 ‘각 단계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약물 용량은 얼마인가?’였다.
분석 결과, 제어의 크기(약물 용량)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을 결정짓는 두 가지 근본 요인, 즉 피부 장벽의 투과성(barrier permeability)과 면역 제거 능력(immune clearance capacity)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연구팀은 초기 치료 단계에서 만성 염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항생제 용량과 유지 단계에서 증상이 가라앉은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보습제 수준을 구체적으로 구분해 제시했다.
우선, 초기 치료 단계에서는 항생제 최소 강도가 피부 장벽 상태와 면역 반응에 따라 선형 또는 구간별 선형 관계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피부 장벽이 더 손상됐거나 면역 제거 능력이 낮을수록 만성 염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더 강한 초기 개입이 필요하며, 반대로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면 낮은 강도 치료로도 염증 억제가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유지 단계에서는 보습제 요구량이 비선형적으로 증가하며, 피부 장벽이 약할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특성이 확인됐다. 이는 중증 아토피 관리에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장벽의 구조적 취약성을 안정화하는 장기 유지 전략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중증 아토피 치료를 ‘경험적 판단’에서 ‘정량적 제어’ 문제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부 장벽 손상, 미생물 변화, 면역 이상 등 복합 요인을 시간에 따라 변하는 동역학 시스템으로 연결해 병태 메커니즘과 수학 모델을 결합한 융합 연구 사례로 소개했다.
향후 환자별 장벽 지표, 염증 정도, 재발 패턴 등 실제 임상 데이터를 이 모델에 결합하면, 개인별 최적 초기 치료 강도와 유지 치료 수준을 더 정밀하게 예측해 최소한의 약물로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의 공동연구 성과로, 교육부·한국연구재단의 중점테마연구소(G-LMAP)지원사업을 통해 부산대 강요셉 연수연구원이 교신 및 제1저자로 수행했다. 해당 논문은 ‘Controlling severe atopic dermatitis dynamics(중증 아토피 피부염 동역학의 제어)’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카오스(Chaos)』 3월 17일자 Featured Article로 소개됐다.
강요셉 부산대 연수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얼마나 치료해야 하는가’라는 임상적 질문에 대해 수학적으로 답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며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 강도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