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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표 ‘은행점포 뉴스테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CNB 단독취재 결과 단 한 곳도 착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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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02.13 13:57:11

▲하나금융그룹과 국토교통부의 ‘유휴 은행지점을 활용한 뉴스테이 공급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진은 뉴스테이 예정지인 (구)하나은행 신설동지점. (사진=이성호 기자)

하나금융그룹과 국토교통부가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도심형 뉴스테이(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공급사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CNB 취재결과 확인됐다. 대출금리 상승과 각종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있는데다, 대통령 탄핵사태 등 국정혼란이 계속되면서 사업주체들이 모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CNB=이성호 기자)   

문닫은 은행 점포 임대주택으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수년째 표류
국정공백·부동산 침체로 물건너가

지난 8일 CNB는 신설동역 오거리에 소재한 (구)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 신설동지점을 찾았다. 하나은행 신설동지점은 지난 2014년 6월 9일부터 창신동지점과 통합되면서 폐쇄됐다. 하지만 입구에는 ‘365자동화코너 정상 운영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실제로도 내부에는 은행 자동화기기(ATM)가 놓여있다.

이곳은 지난해 3월 하나금융과 국토부가 뉴스테이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장소이기도 하다. 뉴스테이는 국토부가 2015년 1월 주거안정대책으로 내놓은 정책이다. 치솟는 전세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민간기업과 정부가 손잡고 임대주택을 보급하는 사업이다.  

당시 양측은 하나은행의 60개 내외 유휴지점을 개발해 최대 1만호를 뉴스테이로 공급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하나은행은 리츠(부동산 투자신탁사)에 보유지점을 매각하고, 리츠가 시공사(건설사)를 정해  주거용 오피스텔로 재건축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자금은 하나금융 관계사(은행·보험·주택임대관리), 주택도시기금 등이 출자를 하고 필요한 경우 은행·보험사로부터 융자를 받아 조달하는 구조다. 특히 임대운영 계획을 보면 10년 이상 장기임대로 주변 시세의 90% 수준으로 저렴하게 임대료가 책정됐다. 

하나은행 신설동지점 부지는 이러한 사업구상에 따라 뉴스테이 1호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신설동지점 입구 전경. (사진=이성호 기자)


2016년 착공한다던 8개 지점, 첫 삽도 못 떠

하지만 현재까지 착공은커녕 설계조차 못하고 있다. CNB는 지난해 3월에도 신설동지점을 방문([생생현장] 은행이 주택으로? ‘하나銀 신설동점’ 가보니)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인 상태다.  
하나금융과 국토부의 ‘뉴스테이 로드맵 연차별 공급계획(착공 기준)’에 따르면 2016년에 신설동지점을 포함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인천 논현동 ▲인천 부평구 ▲수원 팔달구 영동 ▲대전 서구 둔산동 ▲포항 북구 죽도동 ▲전주 완산구 경원동 등 8개 지점(총 3200호)이 뉴스테이로 첫 삽을 떠야 한다.

신설동지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까지 인허가 절차 등 제반작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늦어지고 있고 해가 바뀐 현재까지 나머지 7개 지점 모두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에도 ▲서울 종로구 ▲서울 동대문구 ▲인천 중구 ▲수원 팔달구 ▲부산 연제구 ▲부산 중구 ▲대구 달서구 ▲대구 남구 ▲광주 동구 ▲목포 ▲익산 등 11개 지점 부지에 뉴스테이(총 2500호)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2016년 착공 계획이 틀어진 마당이라 이 또한 줄줄이 대기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8년 이후에 하나은행이 단독보유 점포 중 선별해 단계적으로 4300호를 추가로 지어 나간다는 구상도 현재로서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건설사들, 소 닭 보듯 

▲(사진=이성호 기자)

이처럼 당초 계획이 어긋난 데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국 불안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스테이가 국책사업이다 보니 사업주체들이 떠밀리다시피 할당량을 떠안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분양은 시기를 잘 타서 치고 빠지면 끝이지만 임대는 유지·보수 등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금 흐름도 목돈을 쥘 수 있는 분양이 훨씬 유리하다. 대부분 건설사의 미수채권(미청구금액 포함)이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있는 상태에서 먼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뉴스테이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전망이 더 좋지 않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국내 대출금리 인상, 탄핵정국 혼란 등으로 주택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총4512건으로 지난달에 비해서는 52% 감소했고, 작년 1월에 비해 약 17%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월 거래량으로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같은 거래량 침체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만큼 뉴스테이도 관심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CNB에 “현재까지 많은 진척이 있는 단계가 아니라 착공에 들어간 곳은 없다”며 “각 지점 부지에 대한 검토 작업과 설계가 아직 진행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국토부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맺은 뉴스테이 공급 목표치가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정상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단기적으로 빨리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라는 얘긴데, 역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일단 뉴스테이 로드맵을 세운 만큼, 추진에 속도가 안 붙을 경우 해당 보유자산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일반적인 매각을 하기에도 난처한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의 도심형 뉴스테이(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공급사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5년 9월 인천시 남구 소재 뉴스테이 견본주택에서 입주예정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테이 사업주체들은 일단 새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핀테크가 활성화 되면서 대면 점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뉴스테이는 활용도가 낮아진 지점을 매각해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으며, 국토부 또한 도시 속 입지가 우수한 부지를 확보해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윈-윈’하는 구조”라며 “하지만 정부와 은행, 시행사 모두 선뜻 나서서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쪽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초 야심차게 출발했던 뉴스테이 정책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애초 기대를 걸었던 서민들만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됐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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