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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정치와 기업⑥] 재벌개혁 vs 핀테크, 산으로 가는 은행법

“이러려고 인터넷은행 했나” ICT기업들 자괴감(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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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05.08 09:29:55

CNB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보다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하며 연재하고 있는 <연중기획-정치와 기업>의 이번 주제는 재벌개혁의 핵심 과제인 ‘금산분리’(은산분리) 논쟁입니다. 금산분리는 금융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대기업의 핀테크산업 투자를 가로 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CNB는 두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금융당국은 ICT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출현시킨다는 목적으로 인터넷은행을 도입했다. (사진=-CNB포토뱅크)


‘핀테크 활성화’ 여야 이견 없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재벌개혁과 모순 
대선주자들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이래저래 속타는 KT 등 사업자들 

한동안 잠잠했던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논쟁이 다시 불거진 것은 박근혜 정부가 주도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이 탄생하면서부터다. 정부는 관련법이 표류중인 상황에서 일단 인터넷은행 설립부터 강행해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애초에 금융위가 통과되지도 않은 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은행을 설립했다면 이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을 엄격히 막고 있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4%(의결권 미행사 시 10%)로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은산분리 제도를 두는 까닭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고객이 맡긴 예금이 대주주인 모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영권 유지 또는 계열기업의 확장 등에 이용되는 소위 ‘은행의 사금고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경우 이들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될 수 있다. 은행으로부터 신용공여를 받은 모기업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는 경우 은행으로 부실이 전가돼 은행의 건전성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2013년 ‘동양 사태’다. 동양그룹이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수조원대에 이르는 부실 회사채(CP)를 발행해 5만여명의 피해자를 낳은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재벌의 금융사 소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됐다. 

정부는 금산분리의 틀은 유지하되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발의로 인터넷은행에만 한정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50%까지 허용함을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도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등이 제출됐으나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강석진 의원(자유한국당)·김용태 의원(바른정당)이 지난해 각각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 2건이 제출돼 있다. 이 개정안들은 산업자본에게 허용되는 의결권 있는 인터넷은행의 주식 보유한도를 현재 4%에서 50%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법을 손대지 않고 따로 떼어낸 특례법도 등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바른정당 유의동 의원 대표발의)도 이 은행법 개정안들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의 특례법은 은산분리 완화의 수준을 낮게 규정했다. 공통적으로 비금융주력자가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은행에 주주로 참여하는 ICT 기업이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3분의 1을 초과해 2대 주주의 지위까지는 가능하게 했지만, 50%를 소유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막자는 중립적인 안이다. 상법상 A사가 B사의 주식을 50% 이상을 소유하면, B사는 A사의 자회사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자본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법 논의 과정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별 주요 내용 비교. (자료=국회 정무위)


핀테크는 공감…은산분리는 글쎄?

당사자인 인터넷은행 사업자는 속이 타들어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추가 자본조달(증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참여 주주사들 중에서 큰 기업도 있지만 작은 기업도 있어 증자 참여가 어려워 질 수 있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자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대주주가 있으면 책임을 안고 가면 되는데 이런 점(의결권 있는 최대 지분이 4%에 불과한 점)에서 애로가 있다”며 “원활한 사업 운영을 위해선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인터넷은행 1호점인 K뱅크는 자본확충 방안으로 참여주주(컨소시엄)들이 지분 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는 ‘비례형 자본조달계획’을 세워 둔 상태다. 하지만 은산분리에 막혀 증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K뱅크에는 KT, 우리은행, GS리테일, NH투자증권, KG이니시스 등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정국을 맞아 각 당 주요 후보들의 입장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번 대선에서는 ‘재벌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홍준표 후보(자유한국당)를 제외한 문재인(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후보들은 큰 틀에서 재벌을 ‘적폐’로 보고 대대적인 손질을 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4월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2017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왼쪽부터)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은산분리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후보들 마다 온도차가 있다. 

우선 문재인 후보는 은산분리로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시키겠다는 입장으로 인터넷은행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심상정 후보도 마찬가지다. 특정 기업의 사금고화 및 소비자 보호가 흔들릴 수 있다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인터넷은행의 활성화를 위해 은행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유승민·홍준표 후보 역시 과도한 규제보다는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처럼 후보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던 이 문제를 크게 건드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면 재벌 편들기로 비칠 수 있고, 그렇다고 ‘강화’를 주장하면 핀테크 산업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개정안들이 깨어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한 관계자는 CNB에 “해당 국회 상임위(정무위)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인터넷은행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은산분리에 대해서는 합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차기정부의 기조가 어떠냐에 따른 것으로 현재로서는 법안 처리여부는 안개속이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는 얘기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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