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카드사, 보복소비에 함박웃음
오픈뱅킹 도입 등 분위기 좋지만
카드수수료·금리 인하는 걱정거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 내수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지만 언택트(비대면) 업종은 기지개를 펴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 이번 편은 호실적을 올린 카드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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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는 1분기에 성장세를 이어갔다.
신한카드는 이 시기 영업이익 2275억원, 순이익 16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7%, 32.8% 증가한 수치다.
우리카드는 영업이익(950억원)과 순이익(720억원)이 각각 48%, 41.2% 성장했다. 하나카드는 영업이익(981억원), 순이익(725억원)이 143%, 13.4%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18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전년 동기보다 68.4% 성장했다. 순이익은 1415억원으로 72.4% 올랐다.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아직 실적공시 전이지만, 다른 카드사들과 비슷한 흐름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이유로는 우선 ‘보복소비’(상황이 호전되면서 급격히 분출되는 소비현상)가 꼽힌다.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1분기에는 카드 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하지만 올해 초 치료제와 백신 보급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의하면 1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223조8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때보다 8.7% 늘났다. 승인건수는 52억건으로 3.3% 상승했다.
기간을 3월로 한정하면 상승폭이 더 크다. 3월 승인금액은 80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5%, 승인건수는 19억2000만건으로 16.4% 성장했다.
할부, 리스금융 등도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카드의 ‘마이카’, KB국민카드의 ‘이지오토 할부 다이렉트’ 등으로 자동차를 낮은 금리에 할부로 구입할 수 있는데, 포인트 캐시백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현대카드는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서 이를 전담하고 있다.
리스금융도 확대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렌탈 중계 플랫폼인 ‘마이렌탈샵’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렌탈 사업을 원활하게 하도록 전자계약, 입금과 만기 해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취급하는 리스 금융을 시작했다. 개인과 법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에 “작년 이맘때 팬데믹으로 실적이 좋지 않아 올해 기저효과를 받은 영향이 있다”며 “소비가 점차 회복되는 과정에 있으며, 점차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반 걱정반” 호재·악재 섞여
앞으로는 어떨까. 여기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우선 당분간 코로나 사태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카드 사용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 쉽게 카드를 발급해 사용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소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뱅킹(Open Banking) 도입도 긍정적인 요소다. 오픈뱅킹은 고객이 원하면 카드사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의 계좌에 접근해, 자금을 출금하거나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허가를 받은 신한·우리·현대·BC·KB국민카드는 이달 말부터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한다.
마이데이터 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빅데이터 기술로 개인의 금융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초기에는 기존의 앱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오픈뱅킹이 확대되면 서서히 유료 서비스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먼저 카드 수수료 수입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수수료는 2019년 1월부터 연매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의 경우 2.05%에서 1.4%, 1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이하는 2.21%에서 1.6%로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바닥 경기가 얼어붙어서, 올해 하반기에 더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걱정거리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7일부터 법률로 정한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신용대출 금리도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의 코로나 금융지원책이 종료되는 것도 걱정거리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하는 특별조치가 9월 말로 종료된다. 이후에는 카드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상환금을 연체하는 고객이 늘면 그만큼 수익이 악화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에 “정부가 조만간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수수료 조정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실적 개선이 수수료율 인하의 명분이 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있다. 이에 대비해 구독경제와 할부금융을 강화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