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의 부활③] “자원은 돌아오는 거야”…전자업계의 새 활용법

선명규 기자 2025.08.13 09:43:54

폐배터리에 담긴 물질
바다에 잠기는 폐어망
도로 거둬들여 자원화
회수해서 다시 쓰도록
삼성·LG, '고리' 만들어

 

전자업계에서 폐배터리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활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사진=ChatGPT 생성 이미지)

가히 아나바다 운동의 부활이다.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자던 1990년대 그 캠페인 말이다. 시간이 흘러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 거센 친환경 열풍이 과거의 캠페인을 소환했는데, 기업들이 최근 공들이는 ESG 경영과 맞물려 더욱 강력해졌다. 네 가지 행동 지침 중 현재 가장 각광받는 구호는 ‘바’와 ‘다’로, 바꾸고 다시 써서 나온 결과물들이 놀랍다. 자칫 쓰레기가 될 뻔했던 원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가치를 얻었는지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드라마 대사처럼 사랑만 돌아오는 건 아니다. 자원도 돌아온다. 이를테면 LG전자가 청소기의 폐배터리 회수 캠페인 명칭을 ‘배터리턴’으로 지은 이유다. 그대로는 재사용이 어려운 배터리에는 활용도 높은 물질이 많다. 회귀한 배터리를 분해하면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적은 희유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인데, 이를 재자원화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무심코 버리면 쓰레기, 도로 거둬들이면 귀환으로 격상된다.

전자업계에서 자원 귀환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쓸모를 불어넣는 식으로 새 활용하려는 것이다. 손 떠난 자원의 쓰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 호응도 크다. 폐기처분에 골머리 앓지 않고 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은 LG전자가 전국 각지에서 시내 버스 광고를 통해 진행 중인 ‘배터리턴’ 캠페인 (사진=LG전자)


‘배터리턴’은 소비자가 폐부품을 가져오면 새부품 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LG전자는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E-순환거버넌스 등과 협력해 2022년부터 매년 2회씩 ‘배터리턴’ 을 진행하고 있는데 누적 14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그렇게 모인 폐배터리는 총 24만 개로, 무게는 약 108톤이다. 여기서 추출한 희유금속은 9.6톤 이상. 참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첫해 약 1만 2000명에서 지난해 5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도 고무적이다. 5월부터 두 달간 진행된 2025년 1회차 캠페인에 2만 6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미 총 18톤이 넘는 폐배터리가 수거돼 새 활용을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캠페인은 오는 10월부터 진행된다. LG전자는 전국 시내버스 광고를 통해 ‘배터리턴’ 캠페인을 알리며 동참을 권하고 있다. 회사 측은 “LG전자 서비스센터 방문이 어려운 고객은 온라인 브랜드샵에서 사전 신청한 뒤 가까운 폐가전 수거함에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배터리 재활용 순환 과정 도식화 이미지. 구형 갤럭시 수거 → 폐배터리 분리 및 절단 → ‘블
랙 매스(Black Mass)’ 가공 → 코발트 추출 → 배터리 양극재 제조 → 갤럭시 S25에 재활용 되는 체계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세대가 바뀌어도 다시 한번



세대를 거듭해도 유산은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출시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 시리즈에 하나의 연결고리를 적용했다. ‘배터리 재활용 순환 체계’다. 차세대 모델에 구세대 모델의 배터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버려지던 갤럭시 스마트폰의 폐배터리에서 핵심 소재인 코발트를 회수해 다시 쓰는 것이 핵심. 특히 올해 1월 나온 갤럭시 S25에는 재활용 코발트를 50% 이상 적용한 배터리가 사용됐다.

갤럭시 S25는 리폼된 옷을 입었다. 모든 외장 부품에 해양 폐어망에서 회수한 플라스틱을 비롯해 재활용 알루미늄과 유리 등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은 소재가 적용됐다. 이로써 겉옷이 모두 새 활용으로 직조됐다.

 

LG전자 필리핀법인 직원들이 회수한 폐가전을 분류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전자)


양사는 폐전자제품의 귀환을 독려하고 있다. 다시 사용 가능한 부품을 분류해 재자원화 하려는 목적으로 국내와 해외서 모두 수거 프로그램과 관련 행사를 수시로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비롯한 약 80개 국가에서 다양한 폐전자제품 수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LG전자는 54개국에서 폐가전을 수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약 690만 톤을, LG전자는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약 500만 톤을 회수했다.

속도가 붙은 만큼 목표도 높게 잡았다. 2030년까지 삼성전자는 1000만 톤, LG전자는 800만 톤의 폐전자제품을 수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 순환 체계 구축은 새 활용의 첫 걸음”이라며 “그 시작 단계인 폐가전이나 부품 수거를 위한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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