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리더십⑧] 틀 깨는 ‘신경영인’…민간외교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선명규 기자 2025.08.25 10:32:20

지난해 7월 닻 올린 조현상의 HS효성
출범식 대신 타운홀 미팅으로 상식 깨
‘가치’가 먼저…봉사로 창립 1주년 자축
ABAC 의장 등 달린 직함도 여러 가지
해외서 비즈니스, 국익 위한 활동 펼쳐

 

HS효성이 창립 1주년을 맞아 지난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래공원에서 ‘HS효성 가치또같이 봉사단’ 발대식을 열고, 환경정화활동을 진행했다. 사진은 봉사활동에 나선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쪽). (HS효성 제공)

리더와 리더십은 이음동의어나 마찬가지다. 리더에겐 리더십이 반드시 있고, 그리하여 둘은 한몸이다. 그 실체는 기업의 성장에도 큰 발판이 된다. 리더의 자취를 따라가 보면 자연히 보이는 리더십. CNB뉴스가 [리더&리더십]을 통해 그 길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7월 1일 닻을 올린 HS효성은 기업 정체성을 뭉뚱그린 새 CI의 이름을 ‘Masteria’로 지었다. 근원, 나무(숲)를 뜻하는 라틴어 ‘materia’와 별을 뜻하는 ‘aster’를 합쳤다. 사각별 형태의 디자인은 ‘세상을 이끄는 별’과 ‘가치 나무’를 상징한다. 새벽별을 의미하는 효성(曉星)의 근원성에 진취성까지 더한 것이다. 종합해 풀어쓰면 “HS효성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으로서 그룹 창업자들의 철학과 새롭게 출범한 HS효성의 1기 경영진들의 비전을 결합한 디자인”이 새로운 출발선에 선 회사가 내세운 비전이었다.

만경창파에 막 뜬 HS효성의 방향타를 잡은 조현상 부회장은 온고지신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 CI 공개 당시 “창업자이신 선대회장님들이 강조하셨던 ‘산업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산업입국(産業立國)의 철학과 60여 년을 이어온 효성의 역사를 계승해 나아감과 동시에, 인류를 위한 다양한 가치창출과 정도경영을 통해, 모든 Stakeholder(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도전의 지평을 열어 나가자”고 밝힌 것이다.

 


성대한 출범식 대신 소통



조 부회장은 정도경영의 첫 걸음으로 ‘소통’을 택했다. 내부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였다. HS효성 공식 출범을 사흘 앞두고 열린 행사는 의례적인 출범식이 아닌 타운홀 미팅(공개 회의)이었다. 이 자리에는 HS효성을 비롯한 전 세계 자회사 임직원 1000여 명이 현장과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이러한 타운홀 미팅은 효성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일.

이날 청바지와 후드집업 차림으로 등장한 조 부회장은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고, Q&A도 주재했다.

그는 “우리는 고객과 주주에게 훌륭한 가치를 제공하고, 우리의 활동이 온 인류의 미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우리 HS효성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가치’를 최우선의 DNA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밝힌 캐치프레이즈가 ‘가치 또 같이’이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앞줄 오른쪽 2번째)이 지난해 6월 28일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HS효성)

 


첫 생일도 봉사로



일성은 공허하지 않았다. 타운홀 미팅 다음날 조 부회장은 ‘가치’를 위해 소매를 걷었다. HS효성 나눔봉사단장으로서 임직원 30여명과 함께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국내 최초 장애인 스마트팜 ‘푸르메소셜팜’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푸르메소셜팜은 발달장애 청년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정당한 급여를 받으며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푸르메재단이 운영하는 첨단 스마트 농장. 이날 HS효성 임직원들은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 토마토 등 농작물을 수확하고 이를 상품화할 수 있도록 가공, 포장 등을 함께하며 힘을 보탰다.

첫 생일도 봉사로 자축했다. 지난 6월 27일, 조현상 부회장은 창립 1주년을 맞아 서울 서초구 서래공원을 찾았다. 이 자리서 조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30여 명은 쓰레기 수거와 잡초 제거 등 환경정화활동을 펼쳤다. 서래공원은 지난해 HS효성 출범을 기념하고자 입양해 관리 중인 곳으로, 시민들의 공원 이용 활성화를 목적으로도 관리되고 있다.

의미있는 도모도 있었다. 이날 ‘HS효성 가치또같이 봉사단’ 발대식을 연 것이다.

봉사단장을 맡은 조 부회장은 “HS효성은 세상과 마음을 나누기 위한 의미 있는 걸음을 계속 내딛겠다”며 “‘가치또같이 봉사단’은 함께 성장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문화를 실천하는 주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오른쪽)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 서기장이 지난 11일 연세대학교 명예박사 수여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HS효성)

 


국제무대서 빛 발하는 인적 네트워크



조현상 부회장 앞에는 경영인, 봉사단장 말고도 수식어 하나가 더 붙는다. 민간외교관이다. 국익을 위해서도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 부회장의 가장 큰 자산은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다. 이를 바탕으로 ABAC(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 APEC 기업인 자문위원) 의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산업자문위원회(BIAC) 이사, 한·베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아 비즈니스뿐 아니라 민간외교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해관계가 깊은 베트남과 각별히 교류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베트남 하이퐁을 찾았다. 이날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한국과의 경제교류 확대를 논의하고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전달했다.

조 부회장의 민간외교력은 한국에서도 발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연세대학교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 서기장에게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는데, 배경에는 조현상 부회장의 노력이 있었다. 연세대 교육학과 90학번인 조현상 부회장의 추천서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직접 작성한 추천서를 통해 “또 럼 서기장께서 보여주신 일관된 정치적 안정성과 개혁, 개방 정책은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도약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경영적으로도 중요하다. HS효성그룹은 20년 전부터 베트남 호찌민, 동나이, 꽝남 등지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현지 최대 한국 투자 기업 중 하나로 성장해왔다.

조 부회장은 이러한 투자 확대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와의 신뢰 구축과 긴밀한 소통에 특히 공들였다.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

또 럼 서기장이 박사 학위를 받은 날 조현상 부회장은 “한-베 양국의 협력이 더욱 심화되고, 교육과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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