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리더십⑩] 요점만 콕 찍어…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키워드 경영

선명규 기자 2025.12.02 10:07:39

실행력·고객·차별화된 기술
뭉뚱그려 ‘A·C·E’로 간단히
요점만 짚어 간결하게 전달
2년 차에 던진 화두도 간명
5대 중점사업 정립해 정진

 

지난달 19일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사내소통행사에서 이청 사장이 직원들에게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리더와 리더십은 이음동의어나 마찬가지다. 리더에겐 리더십이 반드시 있고, 그리하여 둘은 한몸이다. 그 실체는 기업의 성장에도 큰 발판이 된다. 리더의 자취를 따라가 보면 자연히 보이는 리더십. CNB뉴스가 [리더&리더십]을 통해 그 길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경영 키워드는 ‘키워드 경영’이다. 동어 반복이 아니다. 이청 사장은 간결하고 정돈된 말을 앞세우며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를테면 취임 직후인 올해 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그는 ‘A·C·E’를 강조했다. 고수(ACE)가 아니다. 신속하고 완벽한 실행력(Action), 고객 가치의 최우선(Customer), 차별화된 기술 확보(Excellence)를 뭉뚱그린 것이다.

이 줄임말이 품고 있는 뜻은 보다 많다. 역순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갖춰 앞서나가고 신기술을 발굴해 미래를 준비한다, 하여 기술(Excellence)이다. 시장이 원하는 시점에 바로 상품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이 대목에서 비롯된다.

고객(Customer) 항목의 지침은 명확하다. “고객의 가치와 일치하는 기술로 리더십을 확보하고 모든 부서가 시장과 기술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고객도 찾지 못한 고객의 니즈를 발굴해 먼저 제안”하는 것이다.

이들 키워드는 실행력(Action)에 이르러 완성된다. “수평적 소통과 협업,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리더들이 앞장서 성장형 조직문화를 체질화하는 것”이 앞선 키워드를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이 사장은 지목했다.

그는 당시 “기술로 시작해, 고객으로 이어지고, 실행으로 완성한다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임직원 모두가 조화롭고 지혜롭게 어려움을 극복하며 한단계 성장하는 2025년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19일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사내소통행사에서 이청 사장은 5대 중점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기술통’이 뽑아낸 핵심



시작점을 기술로 점찍은 이유가 있다. 이청 사장은 이른바 ‘기술통’으로 불린다. 1966년생인 이 사장은 서강대 화학공학 학사, 포항공대 화학공학 석사, 포항공대 화학공학 박사 과정을 마지고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사업부 B/P개발그룹장, OLED사업부 패널개발팀장, 중소형사업부 PA팀장, 중소형사업부 모듈센터장,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사업부 개발실장, 중소형사업부장, 중소형사업부장 겸 IT사업팀장을 역임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업의 견고한 실적 창출을 주도하며 역량을 입증해왔다.

그리하여 ‘A·C·E’는 경험에서 도출한 메시지인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나중에 창립기념식을 비롯한 중요한 자리마다 등장했다.

취임 이후 임직원과 처음 가진 소통행사에서도 이 사장은 “경쟁사들의 빠른 추격과 가격 경쟁 심화로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본원적 경쟁력인 ‘A·C·E’를 다시금 각인했다.

 

지난 10월 31일 아산2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창립 13주년 기념식에서 이청 사장은 "기술, 고객, 실행이라는 세 가지 본질을 마음 깊이 새기자"며 'A.C.E' 키워드를 강조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이 회사 임직원이 대거 참여하는 해당 행사는 이른바 허심탄회한 자리다. 행사명이 디톡스인데, 이는 ‘디스플레이 톡스’(Display Talks)의 줄임말이다. 소통을 통해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는 벽(독)을 없애고 건강한 조직을 만든다는 의미가 담겼다.

하반기 디톡스는 지난달 19일 열렸다. 이날 이청 사장은 직접 폴더블과 IT(노트북/태블릿), 전장, 모니터, XR 올레도스 등 5대 중점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2030년에는 폴더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판매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시장 침투가 본격화된 IT OLED는 고객수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판매량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XR용 올레도스 및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했다.

냉철한 진단도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기준 폴더블 OLED, 노트북용 OLED, 모니터용 OLED에서 각각 42.7%, 78.4%, 72.2%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앞서 달리고 있으나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 사장은 “경쟁사의 기술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우리 제품의 완성도나 제조 경쟁력이 고객사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기술, 고객, 실행이라는 세 가지 본질과 일하는 문화를 마음에 새기자”고 당부했다. 마찬가지로 ‘A·C·E’에서 해답을 찾자는 이야기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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