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1일에 선출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첫 합동 대결에서 이른바 ‘명청 대결’로 일컫는 ‘친명계(친이재명)’와 ‘친청계(친정청래)’ 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펼쳐 눈길을 모았다.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유동철·이건태·강득구 후보는 ‘친명계’, 이성윤·문정복 후보는 ‘친청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이번 보궐선거가 ‘친명계’와 ‘친청계’의 대리전으로 비화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23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1차 합동연설회를 진행해 ‘친명계’는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 원팀을, ‘친청계’는 정 대표가 추진하려다 불발된 ‘1일1표제’ 재추진을 강조하면서 ‘정 대표 중심의 원팀’을 내세웠다.
이날 연설회에서 ‘친명계’인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인 유 후보는 “민주당이 이재명이고 이재명이 민주당”이라며 “겉으로는 이재명을 말하지만, 뒤에서는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친청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어 유 후보는 “누군가는 본인이 ‘친명’의 맨 앞자리에 있다고 말하지만, ‘친명’에 맨 앞자리란 없다. ‘친명’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보내고, 이 대통령을 향한 화살을 대신 맞는 사람”이라면서 “‘친명’은 자기 정치를 내려놓고 오직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건태 후보는 “이번 최고위원 선거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밀착 지원하고 밀착 소통할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라며 “내란을 종식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지금 이재명 정부를 밀착 지원하고, 밀착 소통할 수 있는 저 이건태와 같은 최고위원이 절실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역시 ‘친명계’로 분류되는 강 후보도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일사불란한 당과 청(청와대)이 한 팀이 되는 것”이라며 “안에서는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밖으로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원팀. 창이 필요하면 창이 되고, 방패가 필요하면 방패가 되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당청 원팀’을 강조했다.
반면 ‘친청계’ 후보들은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지만 당내에서 좌초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재추진을 내걸며 정 대표를 뒷받침하는 데 무게를 뒀다.
‘친청계’인 이성윤 후보는 “지금 우리의 총구는 어디로 향해야 하느냐. 우리의 총구는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는 내란 세력, 개혁 반대 세력으로 향해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우리 당의 분열을 바라는 내란 세력과 같다”고 주장하며 정 대표를 비판하는 당내 일각의 목소리를 겨냥했다.
이어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팀이 되었을 때, 하나가 되었을 때 가장 강했다”면서 “정청래 당 대표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똘똘 뭉쳐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후보는 “민주국가에서 모든 국민이 평등하듯, 당원 주권 정당에서 1인 1표는 너무나 당연하다”며 “그간 말로만 당원 주권을 외치면서도 1인1표제를 반대한 분들은 반드시 반성하고 당원들께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최고위원이 되는 즉시, 당 대표와 상의해 당원 1인1표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시 ‘친청계’인 문 후보도 “원팀 민주당. 서로 반목하고 갈등할 때가 아니라, 하나로 결집했을 때 우리는 승리했다”면서 “물 샐 틈 없는 정청래 당 대표의 강력한 지도 체제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정 대표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최고위원이 되면 결과로 책임지겠다. 당정대를 더욱 견고한 원팀 체제로 만들겠다”며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인 정당이어야 한다. 당 지도부 선출 시 당원 1인 1표제 다시 재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친명계’ 유 후보는 ‘친청계’ 이 후보가 ‘정청래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우리 당의 분열을 바라는 내란 세력과 같다’고 발언한 데 대해 “당원을 내란세력으로 규정했다”며 사퇴를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의 연설이 끝난 뒤 유 후보는 성명을 통해 “함께 이재명을 지키고 내란을 극복한 당원 동지들에게 내란세력이라고 발언한 이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며 “이는 같은 당 동지에게 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강조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는 “말로는 ‘원팀’, ‘친명은 하나’라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당원들을 내란세력이라고 규정하며 갈라치기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친청’을 자임하면서 막말을 일삼는 분들이 당권을 잡았을 경우 일어날 비극이 눈에 선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 후보는 “(이 후보는)누굴 지칭한 적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생각 말라. 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 당 지도부에게 쓴소리를 한다고 내란세력이라고 말한 것은 정부에 저항하는 종북좌파를 일거에 쓸어버리겠다고 말한 내란수괴 윤석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 후보는 선거를 막말과 분쟁의 장으로 내몬 것에 대해 당과 당원들께 진심으로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번 선거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의원 공석을 메울 최고위원 세 명을 뽑는 것으로 오는 30일과 내년 1월 5·7일 합동 토론을 거쳐 11일 2차 합동연설회와 본투표에서 선출한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