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 속 ‘내란전담재판부법’ 국회 통과…‘尹 재판’ A부터 다시 시작

심원섭 기자 2025.12.24 12:04:58

12.3 비상계엄 1년 지났지만 1심도 안 끝나
범여권, 위헌 조항 손본 뒤 전격 국회 통과
1월에 서울중앙지법·고법에 전담재판부 구성
野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야”…강력 반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이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위헌’ 논란이 커지고 있다.

 

두 차례 수정을 거쳐 원안과 많이 달라졌음에도 법리 논란이 여전한 것은 물론, 내년 6· 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용’이라는 정치적 의혹까지 겹쳐 본격적인 출범까지 적지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이 지나도록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조차 내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국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제정안 수정안을 재석 179인 중 찬성 175인, 반대 2인, 기권 2인으로 가결했다.

당초 이 법안이 입안될 때는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법안명으로, 전담재판부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위가 재판부를 추천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추천위 구성에 법무부 장관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관여하도록 한 부분을 비롯해 판사를 ‘추천’하는 것은 무작위 배당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일어 민주당은 수 차례에 걸쳐 위헌 소지 부분을 손질했다.

우선 1차 수정에서 추천위에 헌재·법무부가 관여하지 않고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전국법원장회의만으로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했고, 전담재판부를 복수로 구성해 이들 복수 재판부 중 하나에 재판을 맡기는 방식으로 ‘무작위성’도 보장하려 시도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법안 제목도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에서 ‘내란·외환·반란범죄 등의 형사절차’로 바꿔 특정 사건에 대한 처분적 입법이 아니라 일반적 사법행정 원칙에 대한 입법이라는 명분을 갖추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추천’이라는 방식 자체가 무작위 배당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대두되자 지난 22일 최종 수정안에서는 아예 ‘추천위’를 전면 삭제하고 해당 법원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가 복수의 전담재판부를 구성해 이들 중 1곳에 배당을 하는 것으로 했다.

이에 이날 본회의에는 원안과 함께 이같은 내용의 최종 수정안이 제안돼 법안 표결은 원안에 대해서는 하지 않고 최종 수정안에 대해서만 이뤄져 통과시켰으나 국민의힘은 “민주당 최종수정안 역시 12· 3 사태라는 특정 사건을 놓고 사후에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위헌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표결에 불참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 법은 절대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며 “설령 오늘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즉각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할 것이고, 헌법을 위반하는 이 악법을 없애기 위해 끝까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은 그동안 전국법관대표자회의나 전국법원장회의 등 직급·성향을 불문하고 여권의 이 같은 법안에 반대해왔으나, 22일 오후 6시경 개최된 서울고등법원 전체판사회의에서 ‘내란죄 등 국가적 중요사건 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해 형사재판부를 2개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결의해 눈길을 끌었다.

사법부의 이 같은 조치가 표면적으로는 지난 18일 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표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날 민주당 법안 최종안의 내용이 판사회의에서 공유돼 이에 따른 추가 계획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울고법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의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법률의 시행 시기에 맞춰 추가 전체판사회의, 사무분담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대상사건 전담재판부 구성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사실상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민주당 법안을 사실상 수용하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그동안 사법부가 제기한 위헌 여지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위헌 요소인 ‘처분적 법률’(특정한 개인이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법) 문제가 향후 헌법재판소 판결로 해소되지 않은 한 ‘위헌 꼬리표’를 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은 물론,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법안이 공포되는 즉시 윤 전 대통령 측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청구할 것으로 보여 넘어야 할 산은 헌재로부터 ‘합헌’ 판단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만에 하나라도 헌재로부터 ‘위헌’ 판단이 내려질 경우, 정부·여당이 받을 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두 차례 법안을 수정한 것에 대해 당내 일부에서 위헌성을 문제 삼았던 것은 물론, 수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탓에 당내로부터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사법부 손에 후폭풍 여부가 달린 셈이다.

한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초 진행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될지가 관건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 전담재판부 수와 구성을 논의할 판사회의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내년 2월 1심 선고가 예상돼 2심은 내란전담재판부 적용 대상이 되지만 윤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사건은 내란 본류 사건보다 앞서 1월 16일 선고를 앞두고 있어 ‘관련 사건’으로 먼저 전담재판부에 배당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선 법안이 위헌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윤 전 대통령 측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등으로 재판이 지연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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