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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동의보감과 ‘발암물질 숙지황’

‘잘못된 숙지황’, 국민건강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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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양승엽기자 |  2011.09.06 10:56:26

십전대보탕은 동의보감 4천여 골격처방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명방이다.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약제 중 한의학에서는 없어서 안될 숙지황이 언론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지난 2008년 KBS의 ‘소비자고발’(42회)에서 ‘중국식 숙지황’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당시 언론에서 숙지황에 대해 취재 중이라는 이야기를 거래처에서 역자에게 해줬다. 역자는 숙지황을 환자처방에 잘쓰는 편은 아니지만, ‘중국식 숙지황’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말을 듣고 KBS에 연락, ‘동의보감 숙지황’을 재연해준 적이 있다.

역자에게 고증과 자문 촬영을 의뢰했던 이후락 PD는 "‘중국산 숙지황’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동의보감 숙지황’ 제조법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방송 후 이 PD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 내용을 올렸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생지황과 숙지황

동의보감 원문에 '초부-11. 생지황(生地黃, 地髓, 芐)−생지황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性寒․味甘(一云苦)․無毒). 모든 열을 내리게 하고, 뭉친 피를 헤치게 하며 어혈을 삭아지게 하고 월경을 통하게 한다. 부인이 붕루로 피가 멎지 않는 것과 태동으로 하혈하는 것, 코피와 토혈을 다스린다(解諸熱, 破血消․瘀血, 通利月水, 主婦․人崩中血不止, 及胎動下血, 幷衄血․吐血).'

'어느 곳에나 심을 수 있다. 음력 2월과 8월에 뿌리를 채취해 그늘에 말린다. 물에 넣으면 가라앉고, 살이 찌고 큰 것(상품)이 효과가 좋다. 일명 지수 또는 하라 하기도 한다. 생황토(토부−04)땅에서 난 것(상품)이 효과가 좋다(處․處種之, 二月․八月採根陰乾, 沈水․肥․大者佳, 一名地髓, 一名芐. 生黃土․地者佳).'

'신농본초경에는 생으로 말린다는 말과 쪄서 말린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쪄서 말리면(건지황) 그 성질이 따뜻해지고, 생것으로 말리면(생건지황) 마땅히 그 성질이 평순하게 된다(本經, 不言生乾及蒸乾, 蒸乾則․溫, 生乾則․平宣).'

'금방 채취해 물에 담궈서 뜨는 것을 천황이라 하고, 반은 뜨고 반은 가라앉는 것을 인황이라 하며, 가라앉는 것을 지황(상품)이라 한다. 가라앉는 것은 효력이 좋아서 약으로 쓰고, 절반쯤 가라앉는 것은 그 다음이다. 뜨는 것, 곧 천황은 약으로는 쓰지 않는다. 지황을 채취할 때 구리(쇠부−13)나 쇠붙이(쇠부−18)로 만든 도구를 쓰지 말아야 한다(初採, 浸水中, 浮者名❸天黃, 半浮․半沈者名❷人黃, 沈者名❶地黃, 沈者力佳入藥, 半沈者次之, 浮者名天黃, 不堪用. 採時不可犯銅․鐵器).(본초)'

'능히 혈을 생기게 하고, 혈의 열을 식게 하는데, 수태양과 수소음경으로 들어간다. 술(곡부−66)에 담그면 약성이 위로 올라가고 겉으로 나가게 된다(能生血․凉血, 入手太陽․少陰經之劑, 酒浸則․上行․外行).(탕액)'고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 원문에 '초부-12. 숙지황(熟地黃)−숙지황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고 약간 쓰며, 독이 없다(性溫․味甘․微苦․無毒). 혈이 부족한 것을 크게 도와주고 수염과 머리털을 검게 하며, 골수를 보충하고, 살찌게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 또 허약해 몸이 손상된 것을 도와주고, 혈맥을 통하게 하며, 기력을 더해주고, 귀와 눈을 밝아지게 한다(大補血衰, 善黑鬚․髮, 塡骨髓, 長肌肉, 助筋․骨, 補虛損, 通血脉, 益氣力, 利耳․目).'

'쪄서 만드는 법은 잡방문에 자세히 쓰여 있다(蒸造法, 詳見雜方).(본초)'

'생지황(11)은 위를 상하게 하기 때문에 위의 기운이 약한 사람은 오랫동안 복용하지 못한다. 숙지황은 가슴을 막히게 하므로 담화가 성한 사람도 역시 오랫동안 복용할 수 없다(生地黃損胃, 胃氣弱者不可久服, 熟地黃泥膈, 痰火盛者亦不可久服).(정전)'

'숙지황은 수·족소음경과 궐음경으로 들어간다. 성질이 따뜻해 신을 도와준다(熟地黃入手․足少陰․厥陰經, 性溫․而補腎).(입문)'

'숙지황을 생강(초부−01)즙으로 법제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일이 없어진다(熟地黃以薑汁製之, 無膈悶之患).(의감)'고 기록돼 있다.

(주:1.위 본문은 역자의 '물고기 동의보감'에서 인용했다. 초부-12, 13은 약으로 쓰이는 풀 267종 중에서 12, 13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수부-40.졸인 젖도 약으로 쓰이는 짐승 236종 중에서 40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곡부−66. 술도 약으로 쓰이는 곡식 106종 중에서 66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지황이란 탕액명 옆의 −지황이라는 것은 지황에 관한 두가지 기록 중에서 첫번째 기록이라는 뜻으로 검색에 유용하다. 역자는 이런 방법으로 1천403종의 탕액에 하나하나 번호를 매겨 데이터베이스화해 '양승엽코드'라고 이름지었다. 지황에 관한 전체자료를 찾고 싶으면 ‘−지황’이란 검색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지황에 관한 모든 탕액자료(2종)를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2.약으로 쓰이는 쇠란 뜻의 금부(金部)는 한자음이 약으로 쓰이는 새라는 뜻의 금부(禽部)와 같아 편의상 쇠부로 바꿨다. 따라서 쇠부−13, 18은 약으로 쓰이는 쇠 33종 중에서 13, 18번째 기록이라는 뜻이다)

(주:3.역자는 약재의 품질이 좋은 것이거나 진품인 것을 상품이란 용어로, 품질이 낮거나 가짜를 하품이란 용어로 '양승엽코드'를 만들면서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약재의 품질이 좋은 것이거나 진품약재를 찾고 싶으면 ‘상품’이란 검색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면 모든 탕액자료를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의보감 잡방문에 '숙지황을 만드는 방법(作−熟地黃法)은 생지황(초부−111)을 채취해 많고 적은 것에 관계없이 물에 담갔을 때, 밑에 가라앉는 것은 지황이라 하고, 절반 정도 가라앉는 것은 인황이라 하며, 물위에 뜨는 것은 천황이라 한다. 인황과 천황 및 가는뿌리를 짓찧어 즙을 취해 지황을 담가서 버드나무시루나 질그릇시루에 넣고 푹 쪄서 볕에 말린다(採生地黃不拘多․少, 以水浸之, 沈者名❶地黃, 半浮半沈者名❷人黃, 浮水上者名❸天黃. 其人黃天․黃及細根, 擣取汁, 其地黃浸之以柳木甑或瓦甑, 盛地黃, 蒸熟取出曬乾).

또 그 즙에 하룻밤 담갔다가 쪄서 햇볕에 말리기를 아홉번 하는데, 찔 때마다 찹쌀로 만든 청주(곡부−66)를 뿌려가면서 찌며, 문드러질 정도로 푹 익어, 무쇠처럼 검은색이 되면 다 된 것이다. 이것을 볕에 말린 다음 거둬 약에 넣어 쓴다(又浸汁中一宿, 又蒸之出曬乾, 如此九蒸九曬, 蒸時每以糯米淸酒灑之, 十分爛熟, 色如烏金色則․成就矣, 乃曬․收之, 入藥聽用).(속방)'고 자세하고도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

◇중국, 공산화 이후 황뜸질과 석탄건조법 유행

중국은 역대 제가의 논설이 분분해서 중의학이 문란해진데다 내전과 공산화를 거치면서 그 처방이 한의학의 원류와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됐다. 이때문에 현재 중국의 중의는 한의학의 정통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역시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내에서 한의학을 말살해 지금은 유럽의 독일식 약용식물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풀로 된 약재의 뿌리를 햇볕에 건조하면 무게가 4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요즘도 중국에서는 약을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약초의 뿌리를 건조할 때 밀폐된 공간에서 유황을 훈증해 대부분의 약제를 건조시킨다. 이 방법을 황뜸질이라 한다.

황뜸질을 하면 건조 후에도 약재의 무게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 상업적인 장점이 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죄의식이나 문제점을 느끼지 않고 황뜸질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뜸질은 역대 한의학 의서에 따르지 않은, 근대화 과정에서 중국이 낳은 ‘중국식' 건조방법이다.

‘중국식 숙지황’의 경우는 인건비와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밀폐된 건조기에 전기 대신 석탄으로 약재를 건조한다. 이 과정에서 벤조피렌이 약에 침투, 발암물질 논란을 야기시키는 것이다.

◇숙지황, 한의학 기술과 정성이 결합된 약

숙지황은 녹용과 같이 몸을 도와주는 작용이 있고, 생지황은 녹각과 마찬가지로 기운이 몰려 막혀있는 것을 뚫어줘 숙지황과는 성질이 정반대다.

숙지황과 생지황 사이에 생지황을 말린 생건지황이 있고, 한번 쪄서 말린 생지황을 건지황이라고 한다. 따라서 탕액 1천403종 중에서 지황류의 약은 생지황과 숙지황만 탕액편에 제목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엄격히 분류하면 지황류의 약제는 네가지가 된다.

몸을 도와주는 약을 민간에서 '보약'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동의보감 녹용’은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이 비싼 약이다. 그러나 ‘동의보감 숙지황’은 녹용보다 가격은 비싸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도와주는 효능이 뛰어나 한의학에서 없어서는 안될 약이다. 한의학의 가치를 높여주는 기술과 정성이 결합된 약이다.

◇정확히 재연해 바로 쓰여야

이후락 PD의 방송 이후 석탄건조법으로 인해 '벤조피렌'이 검출되는 저질 ‘중국식 숙지황’은 다행히 없어졌다. 그러나 방송 후에도 '한번 찔 때 오랫동안 찌면 되지 않느냐'고 해 한번 찐 ‘가짜 숙지황’, 즉 ‘건지황식 숙지황’이 유행하기도 한다. 또 아홉번 쪄서 말린 다음 써야하는데도 두번이나 세번 정도 쪄서 쓰는 ‘어설픈 숙지황’이 나오기도 한다. 여기에다 생지황즙에 담그지 않고 술로만 아홉번 찐 ‘술 숙지황’이 나오기도 한다.

역자가 해석한 본문에 따르면 천황이나 인황즙에 하룻밤 담가 뒀다가 다음날 술은 조미료 개념으로 살짝 뿌려주기만 해 쪄서 볕에 말려야 한다. 그런데도 고추를 말리는 인공건조기인 ‘벌크’에 건조시켜 원전의 효능과는 거리가 먼 ‘정체불명의 숙지황’이 나오기도 한다.

역자가 동의보감 숙지황을 재연해 본 결과 숙지황 1근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지황 20근이 필요했다. 즉 ‘동의보감 숙지황’은 생지황을 20배 농축한 것이다. 게다가 만드는 기간도 100일 정도 소요된다.

앞 글에서 석굴암 발굴을 우리 한의학에 비유했지만, 동의보감도 내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다루면서 정확한 해석과 한의학적 사고로 철저한 검증과 복원이 필요하다. ‘동의보감과 투명인간’ 같은 내용은 단순한 오역에 따른 트집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 뜻만 바로 전달하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숙지황’은 국민건강을 위협한다. 원문에 “생지황(11)은 위를 상하게 해 위의 기운이 약한 사람은 오랫동안 복용하지 못한다. 숙지황은 가슴을 막히게 해서 담화가 성한 사람 역시 오랫동안 복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건강식품이나 'X황제공진원', 'X황제공진환', 'X황제공진단' 등에서 숙지황이 한의사의 진찰없이 아무나 복용해도 되는 약인 것처럼 방송되는 게 현실이다. 하루빨리 학계가 나서서 정리해 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 글에서는 ‘길거리 십전대보탕’이나 건강식품에 자주 등장하는 약제인 ‘당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프로필>

1987년 대구한의대 한의학과 1회 졸업
1987년-현재 대구 인제한의원 원장
2011년 ‘물고기 동의보감’ 출간
대표전화 053)555-5508
www.inj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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