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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첫단추 어긋난 MB發 KGIT…입주민 ‘피눈물’

불법용도변경·특혜시비·권리분쟁…수십건 ‘소송’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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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3.08.14 16:27:23

(CNB=도기천 기자) 지난 2008년 초,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진행됐던 이른바 ‘MB 특검’이 종료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특검의 핵심 사안 중 하나였던 ‘서울 상암동 KGIT(한독미디어대학원대학) 특혜분양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지금까지도 막대한 입주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CNB 단독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초 교육·연구기관 용도로 KGIT에 불하됐던 오피스빌딩 4개동은 온갖 편법을 거치며 용도변경 돼 대규모 상가와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했으며, KGIT빌딩 시행사인 한독산학협동단지는 2010년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몇차례나 건물( KGIT빌딩) 주인이 바뀌면서 입주민·상가임차인들은 지금도 각종 권리분쟁에 휩싸여 있다. 서울시와 입주민, 수(受)분양사, 시행사 간 얽히고설킨 각종 소송이 수십건에 이른다. CNB가 비리·의혹의 복마전으로 변해버린 KGIT를 낱낱이 해부했다. <편집자주>

교육연구 부지 KGIT센터→상업용 오피스텔 전락
대학유치 공언했던 서울시, ‘상업용도 매각’ 묵인
상가임차인들, 권리관계 몰라 보증금 떼일 처지
수차례 주인 바뀌며 자산가치↓…목숨 끊기까지

‘KGIT 사태’는 지난 2008년 초 진행된 ‘이명박 특검’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특별검사팀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BBK 주가조작․횡령 의혹, 도곡동 땅 및 다스 실소유주 논란, 상암 DMC 특혜분양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결과 이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 전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상암 DMC 택지개발 지구 내 교육용도 부지를 서울시가 (주)한독산학협동단지(KGIT 시행사, 이하 한독산학)에 매각하는 과정에 상당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에 따르면 윤여덕 한독산학 대표 등은 2002년 서울시로부터 헐값에 교육·연구부지를 공급받은 뒤 지정용도를 어기고 오피스텔을 지어 내국인에게 일반 분양하는 수법으로 600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또 거래 대금을 과다계상하는 방법 등으로 수십~수백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시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시기다. 당시 법원은 윤 대표를 비롯한 한독산학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해 징역1년~4년을 선고했고, 특혜분양 및 불법 용도변경에 관여한 혐의(배임 등)로 서울시 공무원 5명을 기소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당시 시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결론지었다. 야권이 크게 반발했지만 이후 이 사건은 세간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져 갔다.

KGIT빌딩 ‘분할매각’…비극의 서막

하지만 한독산학이 불법 용도변경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입주민, 상가임차인 등은 이후 건물 주인이 수차례 바뀌면서 각종 권리분쟁에 휩싸여 현재까지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KGIT빌딩 부지를 최초로 불하받은 한독산학은 재무비율은 거의 ‘제로(0)’상태였고, 부채비율만 965%인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였다.

2007년 8월부터 한독산학이 건립한 오피스빌딩(KGIT) 4개동의 입주가 시작됐지만 특혜·불법 용도변경 등이 밝혀지면서 분양 계약해지가 잇따랐으며, 준공승인도 늦춰졌다. 또 검찰수사에서 밝혀졌듯 임원들의 횡령, 비자금조성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된다. 급기야 2009년 5월에는 한독산학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한독산학이 재정난에 봉착하자, 이 오피스텔 시공사인 대우자동차판매(이하 대우자판)가 한독산학의 채무를 전액 인수하는 조건으로 KGIT빌딩을 떠안게 된다. 시행사인 한독산학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채무승계 조건으로 법원으로부터 건물처분 권리를 확보한 것.

당시 대우자판이 인수한 한독산학의 금융권 채무는 1150억원이었다. 한독산학이 동양종금증권과 솔로몬저축은행, 경기저축은행 등에서 빌린 대출금이다.

대우자판이 시공한 KGIT빌딩 연면적은 18만5,067㎡ 규모로 매각대상 오피스 건물 감정가는 1650억원에 달해, 대우자판은 매각이 성사되면 한독산학의 금융채무를 갚고 공사비도 일부 회수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우자판은 2009년 12월부터 KGIT빌딩의 분할 매각에 착수했다. 워낙 덩치가 커 일괄매각이 힘들 것으로 예상돼 근린생활시설(상가), 주거용오피스텔 2개동, 오피스빌딩 2개동 등 4개 파트로 나눠 매각이 진행됐다.

이 결과 상가는 (주)엔티디산업, 오피스텔 2개동(미분양분 34세대)은 (주)다원디벨로퍼, 오피스 1개동은 (주)한솔교육, 또다른 오피스 1개동은 (주)연합플래이닝에 각각 매각됐다.

하지만 이들 중 한솔교육을 제외한 대부분은 소규모 부동산개발회사로 금융권 자금을 끌어들여 공매 낙찰가를 채웠다. 자기자본 없이 수백억원대의 빚을 내 인수한 뒤, 분양이익을 거둬 대출금을 갚는 방식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물 전체에 금융권 담보가 잡히게 돼 후순위 분양자들은 등기권리확보에 애를 먹었고, 임차인들은 바뀐 건물주와 다시 계약을 갱신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새건물주는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올려 당초 한독산학과 임대계약을 체결했던 상가임차인들은 멀쩡히 눈 뜬 채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일부 임차인들은 권리분쟁을 겪다 시설투자금을 한 푼도 챙기지 못한 채 쫓겨나다시피 했다.

또 낙찰업체들이 금융권 채무를 덜고자 미분양분을 헐값 매각하는 바람에 기존 분양자들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각종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건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주민들은 인근 아파트 단지에 비해 높은 관리비를 내고 살고 있다.

입주민 중에는 자산가치 하락으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KGIT와 관련된 각종 소송만 수십건에 이른다.

부동산개발사, 권리관계 감춘 채 재계약

특히 대우자판으로부터 상가 70여개소를 사들여 임대·분양에 나섰던 (주)엔티디산업(이하 엔티디)이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상가 소유권이 다시 신탁회사로 넘어가 지난 5월부터 재매각(공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상가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엔티디 소유의 상가들이 신탁회사로 넘어가게 된 과정을 들여다보면, 수년간 계속돼 온 ‘KGIT사태’의 각종 비리·의혹의 축소판으로 보인다.

엔티디는 지난 2010년 7월경 대우자판이 공매로 내놓은 상가를 낙찰받기 위해 이 상가 소유권을 담보로 토마토저축은행으로부터 약 2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금액은 당시 상가 감정가액을 웃도는 것이라 불법대출 의혹이 일었다.

상가를 낙찰받은 엔티디는 임대·분양에 나섰고 거기서 거둔 수익으로 대출금을 갚아 나갔다. 하지만 토마토저축은행에 상가 전체가 담보 잡혀 있다는 사실을 기존 임차인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재계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엔티디 측은 공인중개업체·분양대행사 등을 통해 임대료(월세 및 보증금)를 올렸고, 임대료 적정선을 놓고 밀고 당기던 상가임차인들은 토마토저축은행과 엔티디 간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하나둘씩 엔티디와 재계약했다.

하지만 당시 상가의 사실상 소유자는 신탁회사였다. 엔티디가 상가소유권을 낙찰받긴 했지만 상가 감정가 이상의 금액이 토마토저축은행의 담보로 설정돼, 토마토 측이 채권 확보 차원에서 신탁회사에 취득·처분·임대 등 해당 건물의 권리 일체를 맡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가임차인들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는 엔티디 외에도 신탁회사와 동시에 계약을 체결해야 법적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 임차인들은 엔티디와만 재계약 했다.

이후 토마토저축은행은 지난해 부실저축은행 구조조정 때 영업정지돼 올해 4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 공중분해 됐으며, 토마토의 채권(상가 담보권)은 예금보험공사로 귀속됐다.

예보는 생보부동산신탁을 통해 상가를 공매처분키로 결정, 지난 5월부터 매각이 진행 중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엔티디 마저 부가세체납 등의 이유로 파산지경에 처했다.

신탁회사와 계약하지 않고 엔티디와만 계약을 체결한 상가 18곳은 졸지에 고스란히 보증금을 떼일 처지가 됐다. 또 새 주인이 나타나면 시설투자금 등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쫓겨날 수도 있다.

상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증금이 수천만원~1억원대에 이른다. 시설투자금도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상가도 있다.

이들은 현재 분양임대 대행업자 A씨와 엔티디 등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소송을 준비 중이다.

특히 A씨는 KGIT빌딩 관리업체인 S사의 대표이사이자, KGIT시행사인 한독산학 주요 임원의 조카로 밝혀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입주 때부터 건물관리와 사업시행에 관여해온 A씨는 상가임차인들의 약점을 잡고 엔티디와의 재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상가임차인 J씨는 지난 6월 A씨를 상대로 법원에 채권가압류 신청을 내 가압류 결정을 받아 냈으며, 지난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J씨는 소장에서 “A씨가 분양계약시에는 신탁사에 통보하여 소유권이전이 무리없이 진행되도록 하면서도, 유독 임대차계약 때는 신탁관계를 숨긴 채 계약을 유도했다”며 “권리관계를 묻는 임차인들에게 상관없다, 걱정마라며 안심시켜 계약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J씨는 CNB 취재진에 “엔티디와 A씨는 상가임차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없이 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재계약을 종용했다”며 “2010년 공매 때 크게 피해를 봤는데, 이번에 또다시 신탁회사로 넘어가 공매가 진행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자신도 피해자’라며 맞섰다. A씨는 CNB와 통화에서 “엔티디의 분양홍보대행사로서 상가분양을 진행했으며, 그동안 쏟아 부은 막대한 광고비를 엔티디가 주지 않아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상가임대는 아무런 대가 없이 임차인들에게 조언해준 것이 전부며, 엔티디와 공인중개업자들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을 내게 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사자인 엔티디 측은 CNB의 수차례 접촉 시도에도 불구, 끝내 취재를 거부했다.

이번 사태는 부실저축은행 대출자금으로 상가를 사들인 뒤 불법적인 임대계약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과거 서울시로부터 교육·연구용도 부지를 불하받아 금융권 자금으로 오피스텔을 지은 뒤 일반분양해 수천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한독산학의 경우와 빼닮았다. 한독산학의 비리로 첫단추가 어긋한 KGIT빌딩 상가를 공매받은 업체가 비슷한 수법으로 한독산학의 전철을 밟은 것이다.

서울시 용도변경 과정 ‘의혹’

한편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서울시, 신탁회사, 법원파산부 등 공적기관들의 책임도 적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는 KGIT빌딩이 교육·연구용 시설로 용도제한 돼 있었음에도 불구, 당초 용도와 달리 상업용 오피스텔로 전환돼 분할 매각되는 과정을 사실상 방조·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한독산학이 교육·연구기관 유치(분양)에 어려움을 겪자 2008년 한독산학이 설립한 KGIT빌딩 중 40%는 일반분양이 가능토록 해줬다. 나머지 60%는 외국인 및 IT·미디어기업에 분양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2009년 한독산학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시공사인 대우자판으로 KGIT빌딩 소유권이 넘어갔고, 대우자판은 수의계약을 통해 부동산개발회사들에게 소유권을 분할 매각했다. KGIT빌딩을 낙찰받은 개발회사들은 사실상 ‘묻지마 분양·임대’에 들어갔지만, 서울시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에 KGIT빌딩 상가임차인 10여명은 지난해말 “서울시가 당초 약속을 어겼다”며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KGIT빌딩에 대학·대학원을 유치하고 빌딩 앞에 경전철을 놓는다고 해서 이를 믿고 입주했다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2009년 KGIT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DMC산학진흥재단을 세웠지만, 한독산학의 파산으로 4년간 파리만 날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 5년간 입주민관리단에서 활동해온 김모(43)씨는 “서울시, 법원파산부 등 공적기관들의 안중에 입주민은 없었다”며 “서로 책임미루기 급급한 와중에 부동산개발업자, 부실저축은행 등에 빌딩이 넘어가 입주민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KGIT사업이 파경에 이른데는 무엇보다 공동사업을 추진해 온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며 “서울시가 당초 KGIT빌딩의 사용용도를 지키고, 공매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도기천 기자

※ 위 기사에 명기된 KGIT빌딩(총 4개동)은 지난 2010년부터 순차적으로 분할 매각돼 현재 각각 건물 명칭이 있지만, 입주민들의 권리보호 차원에서 실명 공개를 하지 않고 통칭 ‘KGIT빌딩’으로 명기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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