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전한길 질서문란’, 미루고 미루다 징계 착수
출입금지 全, 오늘 부·울·경 합동연설회 ‘라방’ 예고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12일 열리는 가운데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인 야유와 고함을 지르는 등 소동을 일으킨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가 당의 전당대회 출입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전씨는 지난 8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누군가로부터 기자들에게만 제공되는 출입 비표를 받고서 행사장으로 들어온 이후 ‘찬탄(탄핵 찬성)’ 후보로 분류되는 조경태 당대표 후보와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연설 도중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지지자들을 선동해 난동을 일으켜 결국 지지자들 간의 고성과 욕설, 몸싸움으로 번지게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씨에 대해 행사장 출입금지 조치에 이어 질서유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뒤늦게 제재조치에 나섰다.
이와 관련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함인경 대변인은 “선관위 차원의 질서유지권이 있다. 현장에서 너무 소란스럽다면 자리에서 제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규정이 담긴 공고문을 부착하고, 주의나 경고 등 경중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당 중앙윤리위원회 여상원 윤리위원장도 전씨에 대해 “만장일치로 징계 개시를 결정했다”면서 “14일 오전 10시 30분에 전씨가 출석한다면 소명을 듣고, 출석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가지고 징계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논의한다)”고 정계 절차를 발표했으나 두 조치 모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당 지도부가 전 씨에게 공식적으로 경고를 한 이날도 최고위원 후보 절반은 전씨의 면접 행사에 출연하는 등 친길(친전한길) 경쟁을 벌였다.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는 전 씨 등이 주최한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서 “전당대회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일종의 보복 조치인 것이 아닌가”라며 “전 씨에 대해 징계 중단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으며, 김태우 후보도 “전 씨가 적절한 정도의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방청객들의 호응이 컸던 것”이라고 옹호했다.
전 씨는 이를 의식한 듯 오히려 기세등등한 행보를 보이면서 이날 당사를 찾아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히려 저를 저격하고 공격한 자가 누구인가. 바로 김근식 후보 아닌가”라며 “김 후보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고 피해자인 전한길에 대해서만 신속히 제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 후보도 사퇴하고 빠른 제재를 취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왔다”고 주장했다.
일단 전당대회까지 열흘 정도 남은 상황에서 윤리위가 오는 14일 전씨를 불러 소명을 듣고서 그날 곧장 징계를 결정한다고 해도, 전씨가 재심 등 불복 절차를 밟으면 징계 확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전당대회 내내 전한길 리스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씨에 대한 징계 조치가 실효성을 가질지 미지수다.
물론, 당헌·당규에 따라 징계 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하면 소명 절차를 생략할 수 있지만, 여 위원장은 “다른 당원이나 징계대상자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며 “소명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행사장 출입 금지 조치도 전씨가 전당대회장 바깥에서 위력 시위 등 돌발행동을 할 경우, 제지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이에 정점식 사무총장은 “그것까지 우리가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우리가 대여한 이 부분(행사장)에 대해서는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데 행사장 밖 행동을 제지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씨는 이같은 당의 조치에 “언론 탄압”이라며 부산 합동연설회 현장도 가서 ‘라방’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당 안팎에서는 그동안 전씨의 과격한 언행과 극우 행보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가 사전 차단에 실패했고, 뒤늦게 내놓은 방지책과 징계 절차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당지도부의 미루고 미룬 ‘늑장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영남지역 한 초선 의원은 12일 CNB뉴스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지금까지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도 문제지만, 전씨를 옹호하고 있는 김문수·장동혁 등 일부 당대표 후보들의 책임도 크다”며 “아무리 표가 다급하더라도 당에서 공식적으로 해당 행위라며 출입 금지시키겠다는 전씨를 옹호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