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전이 원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호반건설 2파전 양상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가운데 향토기업 간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와 함께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호반건설의 최근 행보에도 의혹이 일고 있다.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1조원 이상의 실탄을 준비할 수 있다”며 인수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얼마 전 입찰을 따낸 호남대 쌍촌캠퍼스 본계약을 3개월째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거액의 계약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자칫 무리한 인수전으로 인해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최근 금호산업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5곳을 대상으로 오는 10일 실사를 마감하고 28일 오후 3시까지 본 입찰 접수를 해달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본 입찰 검토가 마무리되는 5월초께 금호산업 주인이 결정되게 된다. 금호산업 인수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비롯해 호반건설 등 5곳이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호반건설의 2파전 양상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로선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삼구 회장이 인수의향기업이 내놓은 인수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호반건설 김 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이후 "금호산업 인수는 호반건설 단독으로 가능하다. 현금 동원력이 충분하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달 25일 대한상의 의원 총회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채권단 가이드라인 금액은 1조원이 약간 안 되는 정도로 알고 있다"며 "호반건설의 자기자본이 2조원이 넘어 충분히 1조원을 동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호반건설 김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자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인수 자금이 확보됐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호남대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계열사인 티에스리빙㈜을 통해 지난 1월 7일 광주시 서구 쌍촌캠퍼스 등 2건의 부동산 매각 입찰에서 1615억 원을 써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으나 3개월이 다 되도록 본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대의 매각입찰공고는 낙찰자는 낙찰일로부터 7일 이내에 중도금에 관한 협상을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만남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계약서상에는 쌍방 간 조건을 조율하며 본 계약이 다소 늦어질 수 있는 조항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계약사항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
호반건설이 이처럼 본 계약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금호산업 인수 후 유동성 문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 측도 본 계약을 체결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는 주장과 함께 해당 토지의 용적률이 200% 정도에 불과한 데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교육 여건은 분양에 있어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매도자 측 예정가보다 수백억 원이나 비싸게 주고 산 땅을 개발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당초보다 낮을 것이란 관측에 호반건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지역 업체간 벌이고 있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우려를 표명하며 지역 상공인들의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촉구하는 한편 무리한 인수 추진으로 가격이 오르면 채권단의 이익이 극대화로 지역 자본의 과도한 역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민사회단체가 인수전 논평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인수전 논평은 오래전부터 준비돼 온 사안이라고 운을 뗀 김기홍 광주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최대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던 금호산업이 순식간에 1조원까지 치솟았는데도 누구도 이를 말리지 않고 있다"면서 "더욱이 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나서서 이를 중재하지 않는다"고 논평을 낸 배경을 밝혔다.
즉 호남출신 기업이 경쟁하면서 인수가가 치솟아 채권단 좋은 일 만 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금호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한 업체의 흥망의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해 왔다. 하지만 기업간 문제라서 '어떤 기업이 물러나라'라고는 할수 없는 일이어서 지켜보기만 했다"면서 "그런데 인수금액이 1조원대까지 치솟자 지역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점"이라면서 "김 회장이 자신의 기업을 키우는 것은 말릴 수 없지만 공인으로서 지역 경제를 흔들리게 하는 인수전에서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별로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