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내란특검, 수사 개시 3주 만에 尹재구속…‘속전속결’ 수사
‘평양 무인기 수사’ 주목… 북한을 도발하려 한 '외환' 의혹
‘공범’ 혐의 한덕수 비롯, 당시 국무위원들 조사도 속도낼 듯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가 지난 3월 8일 법원의 ‘희한한’ 셈법으로 풀려난 지 4개월 만인 10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재구속됐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법정으로 나와 무혐의를 항변했지만, 두 번째 구속을 피하지는 못함으로써 조 내란특검은 본격 수사 개시 3주 만에 ‘몸통’ 신병 확보에 성공함으로써 당시 계엄 명분을 쌓으려고 북한과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로 수사망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사실 서초동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 특검이 통상의 수사 수순처럼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 지시를 하달받은 군과 대통령실 내부 하급자들을 먼저 조사하거나 압수수색을 통해 사실관계를 다진 뒤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예상을 깨고 수사 개시 6일 만에 곧바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는 조 특검으로서는 윤 전 대통령이 이미 경찰 특별수사단의 조사 출석 요구에 세 차례나 불응해 경찰이 체포영장 신청을 고려하던 상황에서 사건을 이첩받은 만큼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 7분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남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2시 22분부터 6시간 40분간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특검팀이 제시한 관계자 진술과 물적 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하면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한 남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계엄 선포인 것처럼 속이려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수사에 대비해 내란 공범들의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하는 등 범행 그 자체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는 특검팀 주장도 받아들였다.
특히 윤 전 대통령 혐의를 밝힐 중요 관계인인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수사기관 조사에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개입해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도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이 중형 선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내란 재판에서도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특검팀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크게 5가지 범죄사실을 적용해 지난 6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지난달 12일 출범한 지 불과 6일 만에 수사를 개시한 내란 특검팀은 특유의 속도전을 구사하며 의혹 정점인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까지 성공해 향후 최대 20일간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내란 관련 혐의는 이미 검찰·경찰의 수사 단계에서부터 어느 정도 다져왔던 만큼 남은 구속기간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을 도발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외환 혐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평양 무인기 투입 지시가 ‘V’(대통령을 의미) 지시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군 내부 증언이 쏟아지고 있지만 군사 기밀이 포함된 외환 혐의 특성상 특검팀의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특검팀은 “군 관계자를 상당수 비공개로 조사했지만 조사할 양이 많이 남아있다”면서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 제외했는데, 수사 상황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 시기, 방식, 조사자 등을 두고 건건이 대립해온 점에서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할지는 미지수다.
외환 혐의의 경우 ‘외국과 통모하여’ 즉 북한과 내통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혐의 공범으로 적시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서 증거가 나올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외에도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계엄 후 안가(안전가옥) 회동 의혹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지난 3월 8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뒤 124일 만에 서울구치소에 재입소한 윤 전 대통령은 4개월 전과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차 구속 당시에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으나 현재는 전직 신분인 까닭에 윤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 종료 후 서울구치소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바로 수용동으로 옮겨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수용번호를 발부받은 다음 카키색 미결수용자복(수의)으로 갈아입은 뒤 키와 몸무게 등을 재는 신체검사와 함께 수용기록부 사진인 ‘머그샷’을 찍은 뒤 소지품은 모두 영치 하는 등 일반 구속 피의자와 똑같은 입소 절차를 밟았다.
입소 절차를 마치면 역대 전직 대통령들이 구금된 3평 남짓한 독방에 수용된다. 지난 2017년 3월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반 수용자 6∼7명이 함께 쓰는 방을 개조해 만든 약 3.04평(화장실 포함·10.08㎡) 크기의 독방에서 생활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구속과 함께 서울동부구치소 3.95평(화장실 포함·13.07㎡) 면적의 독거실에 수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이 머물 독방에는 관물대와 접이식 밥상, TV, 싱크대, 변기 등이 있으며, 침대는 따로 없어 바닥에 이불을 깔고 취침해야 하며 목욕은 공동 목욕탕에 하게 되지만 다른 수용자와 이용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되며 식사 메뉴도 일반 수용자와 동일하다.
경호는 전직대통령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과 부인에게 필요한 기간의 경호·경비를 제공할 수 있지만, 구속영장 발부와 동시에 교정 당국으로 신병이 인도되면서 윤 전 대통령에게 제공되던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는 중단됐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