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면 모든 게 새롭다. 탈모 치료를 하면서 흥미로운 상황을 만났다. 치료 과정에서 유난히 모발이 나고 자라는 속도가 빠른 세 명이 있었다. 한 명은 53세의 남성으로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훤한 속칭 대표적인 대머리다. 또 한 명은 57세의 남성으로 앞머리와 정수리 부근의 모발이 적은 편이다. 다른 한 명은 65세의 남성으로 이마에 윤이 나고 정수리도 모발이 전혀 없는 심한 대머리다.
모발이 거의 없는 심한 대머리는 치료를 20차례 이상해야 하고, 기간도 10~12개월가량 걸린다. 그런데 53세의 남성은 6개월, 15번의 치료로 모발을 젊을 때의 모습으로 되찾았다. 무성한 모발 숲을 갖게 된 그는 15년간 쓴 가발을 벗어 던졌다.
57세의 남성은 앞머리가 아주 진하게 변했다. 앞머리가 약간 적은 편으로 신경이 쓰이는 정도였는데 머리가 많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상황이 반전됐다. 마치 몇 년 자란 나무를 촘촘하게 심은 것처럼 진한 머리 숲이 조성됐다. 앞머리는 치료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이 남성은 정수리보다 훨씬 빠르게 앞머리가 났다.
65세의 남성은 워낙 바빴다. 사회 단체의 장을 맡고 있어 사람 만나는 일이 많았다. 그렇기에 치료를 잘 하지 못하고 병원 예약을 자주 변경했다. 탈모 치료 초창기 2개월은 집중치료 기간이다. 이 시기는 1주일에 한 번씩 치료를 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남성은 2주일 또는 3주일에 한 번씩 내원했다. 공사가 다망해서 치료에 전념할 여건이 안 됐다. 그래도 변화가 빨랐다. 3개월 동안 6회 밖에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정수리 부분에는 모발이 많이 올라왔다. 연령, 치료 기간과 횟수를 고려하면 놀라운 치료 속도다.
이들을 치료한 차트를 보았다. 공교롭게도 모두 이(李)씨였다. 호기심 많은 필자는 세 사람의 공통점을 찾고 싶었다. 하루는 세 사람이 같은 날 치료를 받았다. 서로 아는 체를 했다. 모두 만족해하는 표정을 짓는데 아주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
57세의 남성을 진료하면서 질문했다. “이00선생님과 이△△선생님을 아는 사이인가요.”
그는 “네. 아주 잘 알아요. 수시로 만나는 사이에요”라고 말했다. 세 명은 전주이씨 종친회의 임원들이었다. 이들은 전주이씨 중에서 한 계파에 속했다. 그러나 같은 계파라고 해도 세 명은 수백 년 전에 갈라져 나왔다. 유전적으로 보면 가까운 친척이 아닌 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세 사람은 유독 치료 효과가 두드러졌다. 왜 그럴까. 몇 백 년 전의 유전 인자에서 의미 있는 공통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탈모는 호르몬과 나이, 스트레스, 환경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생기는 ‘다인자 유전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치료 효과가 빨랐던 것은 우연의 일치였다.
그러나 세 사람은 다른 의견을 보였다. 탈모치료 전문인 웅선의원의 지리적 풍수 이야기를 했다. “병원 인근에 종묘 경복궁 창덕궁이 있죠. 병원에 올 때마다 궁 앞을 지나갑니다. 그때마다 열성 조상들이 보살펴 주셔서 전주이씨 치료가 빠른 것입니다.” 참 재미있는 이론이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