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심원섭기자 |
2016.02.10 13:06:10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당 지도부들이 설 연휴를 앞둔 5일 오전 호남선이 출발하는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광주·전남·전북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단 한 석만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에서 야당 의원을 선출했으며, 특히 수도권 역시 지역구 인구 중 호남출신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선거구도가 달라질 정도로 많은 영향력이 있다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이 호남에 큰 파장을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야권 제1정당으로서 60년 동안 독주했던 호남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30일과 31일 1박2일의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 앞에 무릎을 꿇고 신군부 시절, 자신의 국보위 참여 경력에 대해 사죄했으며, 국민의당 창당일인 지난 2일에는 전주를 찾는 등 취임한 후 일주일새 두 차례 호남을 방문하기도 했다.
안 대표도 취임 뒤 첫 지방 일정으로 5·18 민주묘지부터 찾아 무능한 더민주를 넘어 호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대안 야당을 만들라는 것이 광주의 명령이라고 역설하는 등 지난해 12월13일 더민주를 탈당한 후 지금까지 4차례 호남을 찾는 등 호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설 연휴를 맞아 광주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광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을 찾아 모처럼 활기를 찾은 상인들에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중 어느 당을 마음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금세 표정이 굳어지면서 먼저 손사래부터 쳐 ‘정치’라는 단어 자체에 신물이 난 듯 보였다.
우선 35년 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최 아무개씨는 "이제는 전라도라고 해서 무조건 기호 2번을 찍는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제1야당인 더민주에 대한 반감이 강해 보였지만 국민의 당에 대해서도 당이 생긴지 얼마 안됐고,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에서 아직은 못믿겠다는 눈치가 역력했다.
근처의 한 가게에서 만난 조 아무개씨는 “그래도 광주는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이 있는디 그래도 민주당을 살려줘야제. 미워도 다시 한번이제"라고 더민주 지지 의사를 표시했으나, 한 주부는 ”현재로서는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총선이 두 달 남았으니 지켜보면서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 당이든 희망이 보이는 당을 뽑아주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4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을 찾아 이한열 열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남로에서 만난 광주의 한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강은경씨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여당이 하는 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반대만 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의당 역시 신생정당으로서 새정치를 하겠다는 노력보다는 머리수 채우기게 급급한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호남의 설 민심에 대해 더민주 강기정 의원은 “경제 공약을 잘 준비하고 공천 과정에서 문제만 없다면 호남 민심은 더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국민의당이 야권 재편,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호남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광주지역 의원들의 견해는 엇갈렸다.
이어 강 의원은 “(지지 정당이) 더민주당인지 국민의당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분이 많다”며 “다만 수도권 출향민들을 중심으로 한 ‘호남판 자민련은 안 된다’는 여론이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말한 반면, 김 의원은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낡은 정치 혁파, 야권 재편을 바라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현실 인식은 같지만 각자 다른 예측을 내놓았다.
현재 호남의 여론은 안 의원의 더민주 탈당 직후 이른바 '안풍(安風)'이 다시 불면서 수직상승했던 국민의 당 지지율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선임과 문재인 전 대표 사퇴, 그리고 성공적인 외부 인사 영입 등 '더민주'의 노력과 맞물리면서 의원들의 탈당 러시도 주춤해지면서 양당이 비슷한 수준의 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더민주'는 최근 영입한 인지도 있는 인물들을 탈당한 호남의원들의 지역구에 이른바 표적 공천해 반격할 태세이며, 국민의 당 역시 '뉴DJ'라고 일컫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맞서고 있지만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볼썽사나운 내분을 보여온 '더민주', 시작부터 현역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 측근 그룹 간 알력 다툼을 보였던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그다지 달갑지 않아 보인다.
이를 종합해 호남인들은 볼 때 선거 때마다 몰표를 준 더민주에 대해 강한 서운함을 내비치면서도, 그렇다고 호남의 새 맹주가 되겠다며 공을 들이는 국민의 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은 총선까지 두 달 여 동안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의견들이 대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