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창구 직원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계좌 가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명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 유치를 위해 금융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과 금융당국이 ISA 가입 시 필요한 소득금액증명 관련 서류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혼란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증권·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추가 서류를 요구하는 등 고객 불편이 커지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
홈택스 ‘ISA가입용 서류’로 계좌개설 불가
‘2015년도 근로소득원천징수’ 발급 받아야
고객·은행·증권사 혼란…뒤늦게 대책마련
ISA는 만기 시 순이익(이자소득 등)의 비과세 규모가 가입고객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상품이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는 25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50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소득자는 200만원까지 비과세된다. 따라서 이를 구분하기 위해 소득증명 서류가 필수적이다.
당초 ISA 가입에 필요한 서류는 직장인의 경우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근로소득 지급 확인서, 소득금액증명원 중 1개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ISA를 출시하면서 위 서류 중 1개를 지참하고 원하는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를 찾아 소정의 가입서류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고 언론에 알렸다.
문제는 11일부터 발급을 시작한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의 ‘소득확인증명서(서민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용: ISA)’다.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의 ‘소득확인증명서(서민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용: ISA)’ 발급 메뉴. (사진=국세청)
15일 현재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소득금액증명원’ 발급을 신청하는 ‘소득금액증명신청’ 메뉴 하단에 ‘소득확인증명서(서민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용:ISA)’로 명시된 메뉴가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서민형 ISA 가입에 필요한 ‘소득금액증명원’을 발급해주는 메뉴로 보인다.
하지만 이 메뉴에서 발급받은 서류는 서민형 ISA 가입을 위한 ‘추가 서류’일 뿐이다. 이 서류만으로는 ISA 가입이 불가능하며, 별도의 ‘2015년도 귀속 원천징수영수증’을 준비해야 한다.
국세청 홈택스 시스템은 오는 5월이 돼야 지난해(2015년) 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직장 총무부서에 발급을 요청해서 해당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국세청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소득확인증명서(서민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용:ISA)’를 발급받아서 은행 등의 가입창구를 찾은 고객들은 헛걸음을 하게 됐다.
실제로 15일 오전 한 은행 창구에서 만난 회사원 A씨는 “(홈택스에) ISA용이라고 명시된 증명 서류가 있길래 그거면 될 줄 알고 출력해왔는데, 정작 은행에선 ‘원천징수영수증만 있으면 된다’며 ‘그건 굳이 발급받을 필요가 없는 서류’라고 설명하니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꼭 필요한 서류도 아닌데, 왜 발급받게 만든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처럼 헛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보니 은행들도 “고객들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짜증내는 고객들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창구가 아닌 현장영업 중인 은행·증권·보험사 직원들은 불만이 더 크다. 은행권의 경우 전직원에게 가입자 수를 의무 할당 하는 등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 은행직원은 “서류가 준비되었다는 고객의 연락을 받고 달려가 보니 국세청 홈택스에서 발급받은 ISA용 소득확인증명서 뿐이었다. 고객에게 다시 지난해(2015년) 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서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가뜩이나 할당량 채우기 힘든 판인데 국세청의 무성의한 태도가 혼란을 더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발급받은 ‘소득확인증명서(서민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용: ISA)’. (사진=정의식 기자)
이같은 상황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현재는 소득확인증명서가 2014년 기준으로 발급되므로 2015년도 소득 증빙이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에 2015년 원천징수영수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기업에서 원천징수영수증 발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그런 상황에서는 소득확인증명서(2014년도 기준)만 신고하는 것으로 재량껏 운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협의가 진행중이니 조만간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중 은행·증권·보험사들의 말은 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에겐 별다른 재량권한이 없다. 당국의 지침대로 하려니 소비자들의 불편이 많아 고심 중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도 “금융당국에 상황을 설명했지만 아직 별다른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금융당국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세 가지 서류 중 하나만 제출하면 ISA 가입이 가능했으나, 14일부로 (금융당국의) 공문이 와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2015년도 원천징수영수증 외의 서류로는 아예 가입을 받지 말라’는 지시다. 우리도 바뀐 지침을 적용하려니 여러모로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금융당국의 현재 입장은 2015년도 소득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 홈택스를 통해 2014년 소득관련 서류나 ISA용 소득증명 서류를 준비해봤자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