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위)와 현대기아차의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 FCEV’. (사진=테슬라·현대기아차)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가 전세계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충전 인프라 부족 및 느린 충전 속도가 보급의 난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수소연료전지차’는 충전 속도가 빠른 반면 가격이 비싸다. 차세대 친환경차의 주역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전기차와 수소차의 장단점을 짚어 봤다. (CNB=정의식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속도 ‘문제’
수소차 충전 속도 ‘3분’에 불과
2배 비싼 가격…대중화 ‘걸림돌’

▲테슬라 ‘모델 3’의 실루엣. ‘모델 3’는 상세한 사양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1주일 만에 32만 5000대가 넘는 예약을 받는 대기록을 세웠다. (사진=테슬라 트위터)
테슬라가 2017년 말에 출시 예정인 보급형 전기차 ‘모델 3’의 인기가 심상찮다. 테슬라에 따르면, 모델 3가 공개된 지 불과 1주일 째인 지난 7일 오후(미국시각) 기준 예약판매 대수는 무려 32만 5000대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400여 명이 예약구매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모델 3의 엄청난 인기를 ‘아이폰’에 빗대고 있다. 피처폰 시대를 확 물갈이하고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제꼈던 아이폰의 역할을 자동차 분야에서 테슬라 모델 3가 해낼 것이라는 기대섞인 예견이다.
하지만 모델 3가 아이폰처럼 대중화의 물꼬를 틀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CNB와 통화에서 “사단법인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전기차를 구입하고 싶지는 않다”며 “국내 충전 인프라가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ev.or.kr)의 국내 충전기 현황 정보에 따르면, 2015년 9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급속충전기는 337기에 불과하다. ‘모델 3’가 출시될 2017년까지 추가될 급속충전기도 약 600기 정도다. 전기차를 불편없이 운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테슬라의 수퍼차저 스테이션이 빠르게 보급되는 것이 관건인데, 미국의 경우 409곳의 스테이션에 2247개의 수퍼차저가 운영 중이고, 가까운 중국과 일본, 홍콩, 마카오, 호주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에 여러 곳의 수퍼차저 스테이션이 설치됐지만, 한국에는 아직 1곳도 없다.

▲테슬라 수퍼차저 스테이션의 위치도. 중국,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는 한 곳도 없다. (사진=테슬라)
‘느린 충전 속도’ 가장 큰 난제
충전 인프라 부족만 문제가 아니다. 급속충전을 이용해도 충전 속도가 심각하게 느리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테슬라 ‘모델 3’의 완전충전 시간은 기본 제공되는 완속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약 9시간 정도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지에 설치한 고속충전소 ‘수퍼차저 스테이션’에서 급속충전기를 사용해도 완충 시간은 약 75분(모델S 기준) 정도 걸리며, 국내의 급속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이나 회사의 주차장에 주차시켜놓을 때는 완속충전기로 충전하고, 장거리 주행을 하거나 급한 상황에는 수퍼차저 스테이션이나 급속충전소를 사용하라는 것이 테슬라의 지침이지만, ‘급속’임에도 1시간 내외의 충전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현재의 주유 문화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
배터리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근시일내에 주유 속도에 준한 충전기술이 나오리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느린 충전 속도가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난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 FCEV’. (사진=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 충전속도 ‘3분’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전기차와 경쟁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충전 문제에서 전기차보다 한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소차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반응시켜 만들어지는 전기로 움직이는 일종의 전기차다. 전기차가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것과 달리 수소차는 내부의 수소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받는 방식이라 어떤 면에서는 기존의 화석연료차량과 유사하다.
실제로 수소차의 충전 시간은 3분 정도에 불과해 기존 차량에서 가솔린, 디젤을 주유할 때와 별 차이가 없다.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400~700km로 전기차들보다 뛰어나며, 속도도 시속 160~178km로 느리지 않다.
충전 인프라만 충분하다면 수소차는 전기차를 누르고 친환경차의 대세가 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셈.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오래전부터 수소차가 ‘궁극의 친환경차’가 될 것이라 보고 투자와 개발을 아끼지 않아왔고, 지난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 ‘투싼ix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를 출시했다.
현대차 투싼ix 외에도 토요타의 ‘미라이’, 혼다의 ‘클래리티’ 등의 수소차가 경쟁하고 있으며, 3사 외에도 독일과 미국의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싼ix FCEV’의 내부 구조. 앞쪽에는 모터, 중앙하단부에는 수소연료전지, 뒤쪽에는 수소탱크가 배치됐다. (사진=현대자동차)
2배 가량 비싼 가격 ‘문제’
하지만 수소차에도 단점은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격’이다.
현대기아차 투싼ix의 2013년 당시 출시가격은 무려 1억 5000만원에 달했다. 토요타가 2014년말 출시한 세단형 수소차 ‘미라이’가 723만 6000엔(약 7660만원)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자 지난 2015년 2월 가격을 43.3% 인하한 8500만원으로 내렸다. 혼다 클래리티의 가격도 766만 엔(약 8110만 원)이다.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3만 5000달러(약 4000만원)에 불과한 테슬라 ‘모델 3’와는 경쟁 자체가 어려운 가격대다.
문제는 이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수소차에는 산소와 수소의 빠른 반응을 위한 연료전지 촉매제로 백금이 약 50~70그램 가량 필요한데, 백금의 가격이 비싸다보니 7000만원대 이하의 차량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백금을 대체할 새로운 촉매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
폭발 위험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수소의 가연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유출되거나 충돌사고 등으로 인해 차량내 저장탱크가 폭발할 경우 엄청난 규모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폭발 위험은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실제 사고 상황을 상정해 폭발 실험을 실시한 결과 휘발유 차량보다 오히려 피해규모가 작았다고 한다.
어쨌든 전기차도, 수소차도 인프라 부족 문제, 기술적 난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 가솔린·디젤·LPG 등 화석연료 차량을 대체하기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자동차 전문가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CNB와 통화에서 “당장은 가격면에서 유리한 전기차가 친환경차 경쟁의 주도권을 잡겠지만, 2050년쯤 되면 수소차가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하고 친환경차의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