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심원섭기자 |
2016.05.18 13:03:13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ㆍ18 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정부 측 관계자를 제외하고 참석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광주=연합뉴스)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1980년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민주·정의·인권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제창 불허 논란 속에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5·18 정신으로 국민화합 꽃피우자'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기념식에는 3년째 불참한 박근혜 대통령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한 것을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와 5·18 희생자 유족 등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기념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 영령과 5·18 민주화운동 희생 영령에 대한 묵념, 헌화 및 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의 순으로 약 20분 동안 진행됐다.
황 총리는 기념사에서 "우리는 5·18 정신을 밑거름으로 삼아 사회 각 부문에 민주주의를 꽃피우며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데 힘써왔다"며 "이러한 성취를 바탕으로 국민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성숙한 선진사회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념식을 앞두고 논란을 빚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념식을 주관한 국가보훈처의 결정대로 광주시립합창단과 스칼라오페라합창단이 합창하고 노래를 부르기 원하는 참석자들은 따라 불렀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ㆍ18 묘지에서 열린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분향을 하고 있다.(광주=연합뉴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도 기념식은 무리 없이 진행됐으나 야권 인사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합창 방식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 임을 예고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념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떠한 경우에도 광주 시민과 국민이 원하고 그 영령들을 위해, '임을 위한 제창' 법제화를 약속대로 하겠다"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해임 촉구 결의안을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해 발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행사장에 입장도 못한 채 쫒겨나고 있다.(광주=연합뉴스)
박 처장은 기자들과 만나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 문제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많은 국민의 찬반이 있기에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 제창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어 박 처장은 ‘이 문제의 결정권이 청와대에 있느냐, 보훈처에 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정권이라는 것은 보훈처에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청와대에 있기도 어렵다”면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따라서 국민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는 것이지 어느 특정 개인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을 피했다.
특히 박 처장은 "우리 보훈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했다. 우리 보훈단체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지킨 국가유공자 단체다. 국가보훈처는 보훈단체의 명예를 포기하고 그분들이 반대하는 그런 노래를 국가보훈처 주관 행사에서 받아들이기 아주 쉽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이에 기자들이 ‘유족회나 유족대표 등 당사자 반대 의견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라고 되묻자, 박 처장은 “물론 당사자 분들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 기념식은 정부 기념식이다. 당사자 기념식이 아니고 정부 기념식이다. 여기는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님이 참석하시는데 국민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ㆍ18 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여야 대표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광주=연합뉴스)
국민의당도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20대 총선 당선인들 역시 이날 행사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으며,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정의당 지도부와 당선인들은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 5·18 국립묘지(구 묘역)로 이동해 당 차원의 참배식을 따로 가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