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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式 단통법’ 도입한 일본, ‘폐지’도 따라할까?

한·중·일 관료들의 정책 따라하기 관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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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6.06.16 09:47:44

▲일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전경. ‘0엔폰’과 ‘캐시백’ 지급을 광고하고 있다. (사진=재팬가이드닷컴)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아시아 전역으로 뻗어나가던 시절의 얘기다. 

중국의 한 방송사가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 비결에 대한 집중분석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한국을 찾아와 여러 게임기업들과 정부·단체 관계자들을 만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게임산업 발전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지와 지원이 있었다. 한국은 정보통신부와 문화부, 산업자원부 등 무려 3개의 정부 부서가 게임산업을 각기 지원한다.”

당시 한국 게임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정부의 효과적인 지원정책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과연 정확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이후 실제로 중국은 한국 게임산업을 따라잡겠다는 포부로 한국과 같이 신식산업부, 문화부, 국가신문출판총서 등 3개 부서가 게임산업 지원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 게임산업 일선에서는 3개 부서로 나뉜 정부의 지원정책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불만이 팽배해있었고, 부서간 영역 다툼도 끊이지 않았다. 지리한 논의를 거쳐 2001년 7월 문화부가 게임산업의 주무부처로 확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국 역시 비슷한 혼란을 겪었다. 3개 부서의 경쟁적 지원정책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한국 관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부서간 불협화음을 피할 수 없었고, 비슷한 절차를 거쳐 문화부가 최종 승리자가 됐다. 

당시 프로그램 제작진이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홍보성 멘트보다 현장 종사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코미디는 일본에서도 재연됐다.   

2015년 가을, 일본 총무성은 자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0엔폰’과 ‘캐시백(현금보조금)’으로 혼탁하고 가계통신비용은 높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단통법은 그같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인 것처럼 보였다.

그해 11월 한국을 방문해 국내 관료들에게 단통법의 개요와 성과에 대해 사사받고 돌아간 총무성 관계자들은 다음달인 12월 ‘일본판 단통법’으로 불리는 ‘스마트폰 요금 부담 경감 및 단말기 판매 적정화 대처 방침’을 공표했다. ▲0엔폰 판매 금지 ▲과도한 캐시백 금지 ▲스마트폰 전용 저가 요금제 도입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당시 일본 매체들은 “한국이 단통법으로 보조금을 제한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실제로 일본에서는 ‘일본판 단통법’이 도입됐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러 시장 변화가 있었다. 

큰 틀은 한국과 유사했다. ‘0엔폰’이 사라지면서 단말기 가격은 이전보다 비싸졌고, 이통사들은 데이터 중심의 새 요금제를 내놨다. 통신비 인하 효과는 미미했다.

이렇게 일본에 단통법을 ‘수출’한 우리 정부는 2016년 6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단통법의 ‘사실상 폐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빠르면 이달 중에 단통법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단통법의 성과를 자랑했던 우리 정부 관료들은 이후의 상황을 일본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본 역시 한국의 선례에 따라 단통법 무력화를 선택하게 될까? 아니면 또다른 해법을 내놓을까? 당분간 양국 관료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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