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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자살보험금과 ‘무신불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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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06.20 15:44:27

▲지난 1일 금융소비자연맹·민변·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금융소비자네트워크 등이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앞에서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지급촉구 및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레드카드를 붙이고 있는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최근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해 조정환 변호사(법률사무소 힐링)를 만났다.

조 변호사는 금융소비자연맹과 함께 100여명의 소비자들을 모아 20여개 재판부에서 자살보험금 공동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짧게 소개한 바 있지만 그의 색다른 주장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생보사들의 ‘재해사망특별약관’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고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계약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등 이중 한 가지에 의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동시에 이 특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자살에 보험금을 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자살면책제한규정’이 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경과한 이후 자살 시에는 약정한 보험금(자살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한 것.

자살한 경우에도 2년이 지났으면 특약에 따라 일반사망보험금의 2~3배에 달하는 자살보험금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논란이 불거지자 생보사들은 약관상 실수이자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지급을 거부해 왔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관에 명시된 대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의해 약속대로 지급하라며 양쪽이 팽팽히 맞서 왔다.

여기서 조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특약에 따른 보험사들의 후속 수순이 없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보험사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로 보고 자살면책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더라도 ‘계약자에게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드립니다’라는 그 다음 조항을 시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았으면 기납입 보험료를 환급했어야 했고 환급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역으로 보면 자살보험금을 주려하지 않는 보험사들이 소비자가 납입한 소액인 보험료만이라도 환급했더라면 자살보험금 논쟁의 양상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겠다.

한편, 지난 달 12일 대법원은 재해사망특약에 명시된 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지만 분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청구권 소멸시효 2년(2015년 3월 이후 3년)’이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아직 대법의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ING·삼성·교보·알리안츠·동부·한화·PCA·흥국·DGB·하나·신한·KDB·메트라이프·현대라이프 등 생보사들의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2465억원이나 이중 81%(2003억)가 소멸시효를 넘겼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거세지자 백기를 든 보험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일부 보험사들은 대법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소멸시효를 넘겨 청구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간에 달라고 했지만 보험사가 누락시켜 지급을 거절, 시간이 흐른 사안에 대해서는 구제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서는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돼야 하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준다고 해놓고 자가당착의 오류를 범하면서까지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린다면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화가 미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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