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민병원 신장내과 김지현 과장.
콩팥은 우리 몸에 필요한 수분을 조절해 염분 농도를 조절해 줄 뿐만 아니라 혈압 조절과 적혈구 생성을 돕고 혈액이 산성이나 알칼리 상태로 치우치지 않게 도와준다.
이러한 콩팥 기능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정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신부전'이라고 하는데, 특히 3개월 이상 손상되어 있거나 기능 감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이를 '만성 신부전'이라고 한다. 만성신부전은 우리나라 성인 7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만성신부전의 원인 질환으로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으로 당뇨, 고혈압, 사구체신염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 당뇨로 인한 만성신부전이 전체의 약 4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고혈압은 약 20%, 사구체신염은 15% 정도로 나타난다.
특히 최근에는 당뇨 및 고혈압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만성신부전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게다가 콩팥은 50% 이상 손상되어도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을 시점이면 이미 콩팥 절반이 망가진 경우가 많아 만성신부전으로 질환이 악화되기가 더욱 쉽다.
실제로 콩팥 기능이 70% 이상이면 자각 증상이 전혀 없고, 30~70%이면 몸이 피로하고 손발이 약간 부어오르는 정도로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콩팥 기능이 15~30% 정도 밖에 발휘되지 못할 때에도 무기력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정도에 그친다.
뿐만 아니라 콩팥이 어느 정도 손상되었음에도 혈액 검사가 정상을 유지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질환이 말기에 다다를 정도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혈액 검사에도 이상이 없는 이유는 아직 손상되지 않고 남아있는 정상 네프론이 손상된 네프론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네프론이란 소변을 만들어내는 콩팥의 구조와 기능의 기본 단위로, 좌우 콩팥에는 각각 110만~160만 개의 네프론이 있다.
한편 두 개의 콩팥 중 한 쪽 신장이 갑자기 손상되어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나머지 한 쪽 신장의 크기가 커져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어떠한 이유로든 신장기능이 정상의 15% 이하로 상실하게 되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 등의 치료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인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만성신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약 6.6명으로, 유방암 4.4명, 자궁암 2.4명과 비교할 때 암환자 생존율보다 낮다. 또 당뇨병을 앓고 있는 투석 환자의 생존율은 약 40%로써 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 65%보다 낮고,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정상인보다 100배 정도 높기 때문에 전문의들은 만성신부전이 암보다 무섭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만성신부전도 어느 정도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만성신부전은 가장 무서운 합병증이다. 특히 고혈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만성 신부전이 발생하고, 역으로 만성신부전이 생기면 고혈압이 동반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당뇨나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들은 무엇보다 혈당과 혈압을 적절히 유지하도록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고, 1년에 2~3번은 콩팥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지병이 없고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검사를 미루거나 잊고 있다가 콩팥병이 한참 진행한 후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요즘은 직장, 학교 등에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고, 40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국민건강검진이 시행되어 과거에 비해 콩팥 질환을 비교적 조기에 발견하고 있다.
콩팥 질환은 간단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적절한 관리를 통해 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적어도 1년에 한번은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상 소견이 관찰된 경우에는 반드시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 도움말 = 서울부민병원 신장내과 김지현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