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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살보험금 논란’ 손해배상 소송으로 재점화

대법 판결 불구, 소비자 집단불복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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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10.10 08:52:43

▲지난 9월 30일 대법원 3부는 생명보험업계의 최대 이슈인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해 소멸시효가 경과된 건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사진=대법원)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 계약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 사태가 다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NB 취재결과 자살보험금을 받지 못한 일부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책임 문제를 화두로 공동소송을 재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라운드로 접어든 자살보험금 사태를 CNB가 단독 취재했다. (CNB=이성호 기자) 

대법 “소멸시효 지나면 지급 무효”
금감원 “약관대로 전액 지급하라”
각기 다른 해석, 업계 혼란 가중
소비자들, 손배소 청구로 2라운드

지난달 30일 생명보험업계의 최대 이슈인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해 소멸시효가 경과된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첫 해석이 나왔다.

현행법상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2년(2015년 3월 이후부터는 3년)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시효를 넘긴 건은 보험금을 지급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에 따르면, 지난해 A생명에 자살보험금을 청구한 B씨는 해당 보험사로부터 아직 소멸시효 부문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안 나왔다며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달 들어 B씨는 재청구를 했지만 A생명 측으로부터 최근 대법 판단에 따라 시효가 지나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소비자들과 함께 보험금 공동청구소송을 진행 중인 조정환 변호사(법률사무소 힐링)는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조 변호사는 CNB에 “이번 대법 판결은 공동소송을 통한 것이 아니기에 판결문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대세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시효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주장하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싸울 여력이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 

조 변호사는 “향후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소멸시효 완성이 신의칙 위반임을 인정받기에는 요건이 엄격함에 따라 방향을 틀어 회사의 손해배상책임 문제를 본격적으로 따져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생보사 약관에서는 회사의 손배책임을 적시하고 있다. 약관에서 ‘회사는 계약과 관련해 임직원, 보험설계사 및 대리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계약자,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에게 발생된 손해에 대해 관계 법률 등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점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법에서 약관상 손배책임 규정을 적용하는 부문은 아직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것을 논리로 소송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업법에 따른 미지급 사유 설명도 없이 임의로 누락해 주지 않아 시일이 흐른 것은 명백히 약관에 있는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된다는 것. 시효 완성과 관계없이 손해배상 즉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을 줘야한다는 주장으로 추이가 예의주시 되고 있다.

▲지난 6월 1일 금융소비자연맹·민변·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금융소비자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앞에서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헷갈리는 판결 앞에 업계 ‘우왕좌왕’

한편,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는 생보업계의 오랜 뇌관이었다. 

ING·삼성·교보·알리안츠·동부·한화·신한·KDB·메트라이프·현대라이프·PCA·흥국·DGB·하나생명 등 생보사들은 2010년 3월까지 특약에 따라 가입 2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에 대해 일반사망보험금 외에 추가로 자살보험금(사망보험금의 2~3배)을 주겠다며 약 280만명에게 상품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유가족이 보험금을 청구 시 일반사망보험금만 줘 사회적 논란을 야기 시킨 것. 그동안 소비자 측은 “보험금을 청구 안 했으면 몰라도 달라고 했으나 일절 설명도 없이 사측이 임의대로 안 주고 시효를 넘긴 것은 전적으로 보험사의 책임”이라며 약관상 명시된 것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반면 생보사들은 약관상의 단순실수이고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반박했다. 

결국 양측은 소송전에 들어갔고 지난 5월 대법원에서는 자살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들은 시효가 경과된 건에 대해서는 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총 14개 보험사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는 2629억원으로 이중 시효가 지난 금액이 2244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난 7월 기준으로 2629억원 중 1104억원만 돌려준 상태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30일 소멸시효와 관련된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D씨는 자살보험금 특약에 가입해 2006년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일반사망보험금만 받게 되자 보험사와 법정다툼을 벌여왔는데, 대법은 이날 ‘시효가 지나 채무가 없다’는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각기 다른 두 번의 대법원 판단은 보험업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상당수 보험사들은 지난 5월 판결 등을 근거로 소멸시효 적용을 받는 건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반면 소멸시효를 빌미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온 일부 보험사들은 이번 판결로 지급 거부의 명분을 얻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소멸시효에 상관없이 지급하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대법원 판결은 소멸시효가 경과된 건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지만, 금감원 방침은 약관대로 이행하라는 것이어서 업계 전반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번에 걸친 대법원 판결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기욱 금소연 사무처장은 CNB에 “대법의 판단은 보험사가 약관대로 지급하라는 것으로 사실 소멸시효 논란은 부수적이고 본질은 약속대로 줘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소비자를 속여 보험상품을 판매해놓고 현재까지 일언반구 사과 한마디도 없이 ‘시효가 지나 책임이 없다’는 식의 모습은 신뢰를 저버린 행태”라고 비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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