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12.26 14:32:55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들고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울러 특검팀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혹 관련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자택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 전 실장 자택에 수사진 7명을 보내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업무 관련 기록과 각종 서류 등을 확보했으며, 정부세종청사의 문체부 사무실과 관계자들의 자택 여러 곳도 압수수색했다. 대상지에는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 문체부 기획조정실과 예술정책국, 콘텐츠정책국 등 ‘문화융성’ 정책의 주요부서도 대거 포함됐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기춘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입건돼 이미 출국 금지된 상태로서 이 의혹은 10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세종=연합뉴스)
그리고 특검팀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김 전 실장에게 문체부 전 고위 간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도록 힘써달라고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으며, 최근 유 전 장관을 제3의 장소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2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자이자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특히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등 ‘왕 실장’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더불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 내지 방조했다는 의심도 샀으나 김 전 실장은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 과정에서 줄곧 최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다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등에 의해 과거 자료가 다수 공개되자 최씨를 알고 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본격 수사에 나선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이기도 해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 외에 직무유기 의혹도 동시에 파헤칠 전망이다.
또한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김 전 실장이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막았다고 주장하며 이달 12일 특검팀에 고발한 바 있어 압수수색 대상에는 블랙리스트 관리 의혹이 불거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 산하 예술정책국도 포함돼 특검이 관련 수사도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김 전 실장이 이듬해 1월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영화계 좌파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이들의 정부 지원 사업 참여를 막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주장하고 있어 특검은 조만간 문체부 관계자들과 김 전 실장을 소환해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26일 오전 '삼성 합병 찬성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숙원 사업이던 이 합병에 국민연금이 삼성 측에 유리하도록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둘러싸고 ‘외압’ 의혹이 끊이지 않았으며, 특히 복지부 장관이던 문 이사장이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 특검보는 압수수색과 관련해 “문 이사장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 부분 수사는 청와대 지시 여부 규명에 따라 박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 삼성의 ‘합병 민원’을 전달받고 이를 들어주는 대가로 최씨 측을 지원하도록 했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특검팀은 이날 합병 찬성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홍완선(60)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문 이사장과 김 비서관도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특검 사무실에 소환해 조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