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우뚱 오피스텔'로 사회적 이슈가 됐던 부산 하단동의 D오피스텔. 같은해 10월 복원공사로 기울기가 A등급으로 복원됐다. (사진=최원석 기자)
낙동강 유역의 연약지반에 빌라가 건축됐음에도 지반보강을 하지 않고, 주변건물의 안전관리 대책을 제대로 이행치 않은 혐의로 시공 관계자 및 공무원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부산 사하구의 D오피스텔 일명 '기우뚱 빌라'의 부실시공과 관련해 시행자 A씨(64), 시공자 B씨(61), 감리자 C씨(58), D씨(48), 현장소장 E씨(45)를 건축법 등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관할 구청 공무원 F씨(51)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신축된 해당 빌라의 지반은 낙동강 하구지역의 연약한 점토층이 형성돼 있고 상대 밀도가 매우 낮은 지역이라 '재하(載荷)시험을 통해 허용지내력을 필히 확보'하라는 구조기술사의 과업지시가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채 별도 지반보강 공사 없이 허용 지내력을 초과하는 건물을 신축해 건물 하중에 의한 하부 점토층의 압밀침하 등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동 건물은 도시철도와의 거리가 약 2.5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철도안전법상 '철도보호지구'로서 철도 차량의 안전 운행 및 철도 보호를 위해 시·도지사에게 사전에 착공 신고를 한 후, 운행 방해 등 위해요소 유무를 검토 받은 후 건물을 신축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치 않은 혐의도 추가 확인됐다.
'기우뚱 빌라'에 인접한 신축 오피스텔 터파기 공사장은 지난해 9월 20일자로 사하구청에 착공 신고해 공사 중인 현장으로, 건축 공사를 하려는 건축주는 착공 이전에 인허가권자에게 공사 계획을 신고한 후 공사를 개시해야 되는데, 위 공사장 2개 필지에 대해 지난해 8월 20일부터 같은해 9월 19일까지 약 한달 가량 관할 구청에 사전 신고 없이 지하 터파기 등 공사를 진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동 터파기 현장은 '기우뚱 빌라'와 이격거리가 7.09m 밖에 되지 않는 현장으로 굴착에 따른 침하현상 유발 등 근접시공 영향거리 내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인접 건물의 지반거동 등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굴착공사 지반에 대한 별도 지반보강 조치 등 주변건물의 피해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주변지역의 피해 방지를 위해 터파기 공정 내용에 차수대책을 수립, 이를 관할 구청에 신고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흙막이벽 보강, 콘크리트 외벽 설치 등 조치 없이 단순히 양수기로 지하수를 퍼내는 공사만 반복함으로써 지하수·토사 누출현상을 근원적으로 막지 못하고 지반 변위 등을 통해 오히려 기울기를 가속화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우뚱 빌라' 측면 터파기 공사의 흙막이벽은 설계도면상 차수효율이 높은 SCW(Soil-Cement-Wall)공법을 적용했음에도, 실제로는 비용과 공기가 적게 소요되는 시트파일(Sheet-Pile) 공법으로 시공한 것으로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시공된 시트파일도 일부 중앙부 철근 엄지말뚝 수를 줄이거나 버팀보를 누락하고, 철근 두께와 간격도 설계도면과 달리 규격미달인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두 공사현장이 동일한 건설업체가 시공한 것으로 확인, 시공사 관계자들의 부실시공 책임은 물론 감리자에 대해서도 구조기술사의 과업지시를 이행치 않은 시공자를 묵인한 혐의와 설계공법을 무단 변경해 흙막이 공사를 시행하고, 설계도면과 다른 자재를 사용하고 있는 현장을 확인하고도 이를 방조한 혐의에 대해 각각 성실시공 의무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외에도 건축물 신·증축시 공사 현장의 안전을 위해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한 자를 현장관리인으로 지정, 배치해야 하지만, 두 현장의 경우 현장관리인을 허위 등재하거나 아예 배치를 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관할 구청 공무원은 건축 허가 당시까지 특수구조 건축물의 구조안전성 심의를 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동 신축공사장에 대한 시정·보완명령이나 공사중지 명령 등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신축 터파기 현장의 무단설계 변경과 인접 건물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 소홀 등 부실시공의 혐의점이 밝혀진 만큼, 동 공사장에 대한 건설안전 재점검과 시공과정 현장지도, 주변건물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시급히 실시할 것과 추가 위험이 발생치 않도록 예방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