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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WHO 게임 질병 분류 논란… 한국의 미래는 중국일까?

"게임으로 인한 피해 심각" vs "보건의료계의 과도한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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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9.06.27 14:22:15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 게임 포스터.(사진=PUBG)

지난 5월 24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정식 질병코드(6C51)로 등록한 것과 관련, 의료계와 게임산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와 정신의학계를 중심으로 한 의학계는 WHO의 결정을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번 기회에 게임산업의 유해 요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1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한국역학회 등 5개 의학회와 소비자단체 등이 개최한 ‘건강한 게임/디지털미디어 이용 환경을 위한 긴급 심포지엄’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보면 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이날 연구자들은 “전체 학생의 1.9%가 게임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이 ADHD를 유발할 수도 있다”, “훨씬 심각한 환자가 많다” 등 게임 중독 문제에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게임산업의 유관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 관련 학계 등은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업계 자체의 공멸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의료인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게이머들을 중독자로 만들려는 의도”라는 의심도 제기된다.

26일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열린 ‘게임, 취미인가? 질병인가? 토론회’에 참가한 게임업계‧학계 인사들은 “게임 이용 시 도파민 수치는 좋은 음식을 먹을 때와 비슷하다. 그러면 우리는 음식 중독인가?”, “원인과 결과를 같이 분석해야 하는데, 게임 이용 장애 찬성 측이 결과에만 주목, 처방하려 한다”, “10대 청소년을 정신질환자로 구분하게 되면 해당 청소년이 진학과 취업에서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 등의 주장을 제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WHO의 발표 이후 한달째 찬‧반 논쟁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형국이지만, 재미있는 건 한국을 제외하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해외 각국도 이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일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나 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할 뿐, 국내처럼 조직적인 찬‧반 운동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왜일까?

일단 대부분의 나라가 WHO의 권고를 권고 그 자체로만 받아들일 뿐, 실제 정책이나 법령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미국정신의학회(APA)가 WHO 기준이 아닌 별개의 기준을 잡고 있어서 애초부터 관심이 크지 않았다.

전통의 게임대국인 일본 역시 이전부터 비슷한 논란을 겪은 터라 WHO 권고에 별다른 관심이 없으며, ‘규제 완화’ 위주의 게임 정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비슷한 실정이다. 근본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이로 인해 유무형의 영향을 받는 건,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해당한다는, 따라서 책임도 개인에 귀속된다는 개인주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반대로 ‘게임 규제’ 방침을 명확히 드러낸 중국도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09년부터 WHO와는 별개로 게임‧인터넷 중독을 정신질환의 하나로 간주해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게임‧인터넷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군대를 연상케하는 특별학교들이 성업 중이며, 이 학교들에서 각종 안전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게임 규제 완화와 강화 사이에서 우리나라만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규제 쪽에 손을 들 것인지, 게임업계가 주장하는 완화 쪽에 손을 들 것인지, 정부에서도 유관 부서에 따라 입장이 팽팽히 엇갈리는 형국인지라 선택이 쉽지 않다.

하지만, 간단히 생각하면 답은 사실 정해져있다. 우리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미래가 어떤 방향인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여전히 전체주의로 개인을 억압하는 중국인지,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강조하는 서구 선진국인지.

어쩌면 해외에서는 한국의 이런 논란을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도 있다. “경제 규모도, 문화산업도 선진국 수준에 올라선지 오래인 한국이 왜 게임 분야에서는 중국의 규제 모델을 따라하려는 거지?”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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