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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기업정책 핫이슈⑥] ‘금산분리’ 역행? ‘기업형 벤처캐피탈’의 두 얼굴

반대했던 공정위, 왜 돌아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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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07.21 09:29:23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새 국회는 정쟁으로 얼룩진 지난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민생입법 완수를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거대여당으로 출범한 만큼, 잠자고 있던 대기업 규제 법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기업형 벤처캐피탈’의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다. <편집자주>

 

경실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금산분리 원칙 준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기업형 벤처캐피탈 관련 규제 완화를 두고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산분리 원칙 놓고 법개정 논란
여야 큰 이견 없어 통과 가능성↑
시민단체 “재벌 사욕 수단” 우려

 

정부가 대기업그룹의 지주회사가 기업형(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이하 CVC)을 소유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재무적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투자 전문회사로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금융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CVC는 대기업이 2가지 자회사 형태(중소기업육성법에 따른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신기술금융회사)로 설립한 벤처캐피탈이라고 할 수 있다.

CVC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탈과 달리 재무적 목적 외에도 모기업의 사업 확장, 외부의 자원(기술, 인력) 탐색 및 확보, 신시장 개척 등 전략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제는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적용, 일반지주회사(금융·보험업종 외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재벌의 사금고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에 일부 대기업들은 법망을 피해 그룹집단 밖에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CJ), 한화인베스트먼트(한화), 코오롱인베스트먼트(코오롱), 대교인베스트먼트(대교홀딩스), 이수창업투자(이수), 유티씨인베스트먼트(대상홀딩스), 지온인베스트먼트(네오위즈홀딩스), 씨케이디창업투자(종근당홀딩스), 보광창업투자(비지에프)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정부는 금산분리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자회사로 두도록 해 대기업으로 하여금 벤처기업에 대한 선도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제2 벤처투자 붐 조성’의 과제로 포함됐는데, 벤처투자에 대기업 자본이 최대한 활용되도록 일반지주회사에게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보유토록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

지난해 9월 기준 59개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SK, LG, 롯데, GS, 농협, 현대중공업, 한진, CJ, 부영, LS, 효성, 한국투자금융, 하림, 코오롱, HDC, 한국타이어, 세아, 셀트리온, 동원, 한라,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애경 등 23개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는데 이들 입장에서는 영토 확장 기회가 생겨난 셈이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속속 법안 발의…재벌 영토 넓혀지나

국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규제완화를 담은 관련법이 속속 제출되고 있다.

대기업 지주회사가 CVC를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이용우·송갑석·이원욱 의원은 물론 미래통합당 이영·송언석 의원 및 무소속 윤상현 의원 등에 의해 각각 대표발의된 상태다.

구글의 구글벤처스, 인텔의 인텔캐피탈, 바이두의 바이두벤처스 등이 글로벌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로서 미국에서는 전체 벤처투자의 50%, 일본은 44%가 CVC를 통해 달성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현행법의 규제로 인해 CVC를 통한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에 따른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서는 대기업 경영지배구조에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담았는데 김병욱 의원안은 CVC가 직접 또는 간접(펀드 등) 투자한 내역, 자금차입 현황,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내역 등에 대해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용우 의원안은 투자의무나 방식에 대한 규제가 없고 대출 등 금융행위도 가능해 이를 통한 계열사 지원 등 사금고화가 우려되는 신기술금융사업자는 제외했고, 일반지주회사가 자회사 CVC 지분을 100%를 소유토록 했으며 동일인 및 직계가족이 지분을 보유 또는 사실상 지배하는 벤처기업에 투자를 금지했다.

이영 의원안 역시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 발생 시 과징금을 부과토록 보완장치를 달았다.

이 같은 정부·국회의 움직임 속에 재계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전국상의 회장단은 최근 제시한 ‘제21대 국회의원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중 한 부문으로 대기업의 CVC 설립을 적극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벤처의 길에는 Mother Test, 진입장벽, 인증장벽, 데스밸리, 실패낙인 등 5대 험지가 가로막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중 데스벨리의 경우 시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초기자금이 대부분 고갈되는데 민간투자는 받기 힘들고 정부가 형성한 ‘모험 자본’의 심사요건(재무·신용정보)은 버겁다며 CVC를 통해 대기업이 적정 대가를 지불해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락가락 공정위, 대안 ‘無’

 

(사진=공정위)

반면, 시민사회단체에서의 반발은 거세다.

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경실련 등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고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CVC가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라는 대전제를 어기고 재벌 대기업의 사적인 용도로 이용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제기되는 여러 우려 사안들에 대해 빈틈없는 완벽한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는 설사 법안이 강행된다 하더라도 마련돼야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공정위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CVC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했었다. 금산분리 원칙에 반하고, 이 규제가 대기업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인수에 있어 핵심 제약요소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59개 대기업집단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집단은 36개로 이 중 10개 집단이 CVC를 설립·운용하고 있고, 나머지 26개 집단은 특별한 제약이 없음에도 CVC를 활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신기술사업금융업자는 신기술사업금융업과 여신전문금융업(카드·리스·할부업 등) 및 기타 금융·보험업간 겸업이 허용되고 있어, CVC 규제를 풀어주면 일반지주회사의 여신전문금융회사 및 증권사 소유도 가능해진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달라졌다. 따라서 공정위 입장에서는 경제정책방향이 정해진 만큼 기존 불허 방침을 뒤집을 만한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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