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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문학④] 신격호 ‘샤롯데의 꿈’…출판문화 지원으로 살아나

롯데장학재단, 문학의 교두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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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0.11.07 09:38:51

롯데는 롯데장학재단의 출판문화대상을 통해 문학을 지원하고 있다. 동화책, 소설책 등이 상을 받았다. 역사, 과학 등 다양한 양서를 선정한다. 지난해 말 열린 출판문화대상 시상식 모습. (사진=롯데 유튜브 영상 캡처)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그래도 가을은 무르익고 있다. ‘집콕’이 대세가 된 요즘, 문학은 메마른 삶에 위로가 된다. 이에 CNB가 ‘문학’을 ‘경영’에 담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편은 출판업계와 작가를 지원하고 있는 롯데장학재단이다. (CNB=손정호 기자)

 

 

관련 기사 : [기업과 문학①] 넷마블, 다름을 이해하는 모두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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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 양서 선정해 시상
‘북드림’으로 초중고 도서 지원
작가 공모전 없는 점은 아쉬워



“어깨가 들썩들썩, 흥얼흥얼 콧노래. 우리 동네는 오늘도 움직이고 있어요. 춤추고 있어요.” (그림책 ‘밥.춤’ 중에서)

롯데장학재단(이하 롯데)의 출판문화대상에서 본상을 받은 동화책의 한 구절이다. 현대적인 한국화 느낌의 그림이 가득하다.

롯데는 매년 출판문화대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출판사들의 도움을 받아 좋은 책에 대상(1종)과 본상(7종)을 주는 방식으로, 상금만 2억5000만원 수준이다. 공로상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 추천하는 해외번역, 한국출판인회의 출판 외길, 한국기자협회의 언론 부문 시상도 한다.

문학 분야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정치와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양서를 뽑는데, 동화와 소설 등 문학책이 포함된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출판문화대상 본상을 받은 ‘나무도장’ ‘밥.춤’ ‘복원된 피네간의 경야’ 모습. (사진=손정호 기자)

최근에는 권윤덕의 ‘나무도장’, 명수정의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 정인하의 ‘밥.춤’이라는 그림책이 본상을 받았다. 김종건 고려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복원된 피네간의 경야’도 수상했다.

CNB가 이 중에 3권을 찾아서 살펴봤다. ‘나무도장’은 세 살 때 제주4·3사건을 겪은 시리라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동화책이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세한 각주를 달았다. ‘밥.춤’은 글을 최소화하고 그림이 중심이 되는 책으로, 여성들의 바쁜 일상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복원된 피네간의 경야’는 영국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마지막 작품이다. 126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으로, 초판을 대대적으로 수정해 선보였다.

문학계 관계자는 CNB에 “‘나무도장’ ‘밥.춤’ 모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화책으로 글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훌륭했다”며 “제임스 조이스의 대작에 대한 번역본도 연구적 가치가 충분한 책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롯데는 북드림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국내 학교에 좋은 책을 지원해주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도서관 리모델링과 도서 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

롯데는 ‘북드림(Book Dream)’이라는 사회공헌 사업도 하고 있다. 국내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도서를 지원해준다.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리모델링해주고, 책을 선물로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CNB에 “출판산업이 어렵기 때문에 양서를 만드는 출판업 종사자와 작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좋은 책들이 계속 출간되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베르테르’ 향한 문학청년의 여정



이처럼 롯데가 문학 인프라를 지원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롯데의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문학청년’이었다는 기업의 뿌리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롯데(lotte)라는 기업명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인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과 책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이미지 향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롯데는 식품(롯데제과·칠성음료·푸드·GRS), 유통(롯데쇼핑·홈쇼핑) 등 여성들이 많이 찾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여성들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과 사색하기에 좋은 소설책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문학에 대한 지원은 주요 소비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으며, ‘롯데’라는 기업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이 문학청년이었다. 롯데라는 기업명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인 샤롯데에서 인용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모습. (사진=손정호 기자)

문학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롯데는 롯데컬처웍스를 통해 영화 사업도 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멀티플렉스 극장인 롯데시네마, 영화 배급과 투자를 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픽션 스토리를 담은 문학책과 다양한 양서들은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로 발전할 수 있는 씨앗이 될 수 있다. 한발 더 나가 출판문화대상을 받은 문학 작품을 토대로 한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의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출판문화대상이 작가 개인이 아니라 출판사에게 돌아간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학과 출판이 동시에 성장하려면 개인 작품을 심사해 수상하는 공모전이 필요해 보인다.

한 문학계 관계자는 CNB에 “스토리에 기반을 둔 문학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해리포터’처럼 큰 산업적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기반”이라며 “샤롯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기업인 만큼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우리나라 문학과 출판 발전을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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