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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책 핫이슈⑫] 실손보혐료 청구 간소화…보험사·병원 ‘동상이몽’

병원들 수익 줄라 ‘전전긍긍’…보험업계는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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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11.12 09:30:31

코로나19 사태로 서민경제가 나락으로 치달으면서 ‘민생입법’을 내건 21대 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과반 의석 이상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이 ‘공정경제 3법’ 등을 밀어붙이면서 잠자고 있던 기업 관련 법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보험업계 최대 이슈인 ‘실손보험료 청구 간소화’를 둘러싼 논란이다. <편집자주>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번거로운 보험금 청구 방식
‘병원-보험사’ 전산화 추진
의료계 “진료정보 유출 우려”



앞서 20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번 21대 국회에서 재추진돼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고용진 의원은 각각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 개정안들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실손의료보험금의 청구를 위해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쉽게 말해 의원·병원 등에서 환자에게 서류로 제공했던 보험청구용 증빙자료를 전자문서로 직접 보험사에게 보내도록 한 것이다.

윤창현·고용진 의원안은 이와 관련한 전산체계 구축·운영·전송과 관련한 사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재수 의원안은 보험사로 하여금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거나 이를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조금 다르다.

이 같은 방안이 제시된 배경은 뭘까.

일단 실손의료보험은 상해·질병에 따른 입원·통원·처방 시 발생하는 의료비 중 공적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부분을 제외한,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건강보험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보험회사별로 보장금액과 상품내용 등이 서로 달랐던 실손보험은 2009년 표준화 작업 후 크게 개선됐다. 미세한 차이는 있으나 동일한 최대 보장금액과 내용으로 대부분 시중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다.

실손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교보생명·라이나생명·오렌지라이프생명·AIA생명·DGB생명·미래에셋생명·KDB생명·동양생명·한화생명·흥국생명·ABL생명·DB생명·메트라이프생명·푸르덴셜생명·신한생명·처브라이프생명·하나생명·KB생명·NH농협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DB손해·메리츠화재·한화손해·롯데손해·MG손해·흥국화재·AXA손해·더케이손해·농협손해보험 등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실손의료보험 계약건수는 무려 3466만건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을 보완하고 있는 제2의 국민건강보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른 실손의료보험금 청구절차. (자료=국회 정무위원회)

 


현행 청구절차 까다로워 포기 속출



그러나 보험금 청구 방식은 번거롭다. 보험소비자가 병원에 진료비를 지급한 후, 보험금 청구서류를 작성하고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진단서 등 필요서류를 구비해 보험사에 방문하거나, 팩스·모바일앱 등으로 신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소액 보험금의 청구 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의 2018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2018년 7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여 2440명을 면접 조사, 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사유로 ‘금액이 소액이어서’라는 응답이 90.6%로 가장 높았다. 이어 ‘팩스 청구 혹은 보험회사 직접방문 청구 등이 번거로워서’(5.4%), ‘시간이 없어서’(2.2%), ‘진단서 발급비용 등 비용이 지출돼서’(1.9%) 순이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보험사로 진료기록을 송부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 등이 환자가 아닌 타인에게 진료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자동차보험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보험회사에게 청구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자동차보험처럼 전산화되지 않은 현행 실손보험 청구 방법은 보험소비자 뿐만 아니라 병원과 보험사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지 않은 구시대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소비자와함께, 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에서는 이미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이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는 지적에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며,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 시급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과잉진료·과다청구를 막고 대고객 지급 서비스가 개선된다는 이유로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 등을 만나 의료계의 의견을 전달했다. (좌측부터)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성일종 의원, 최대집 의협회장, 송명제 의협 대외협력이사. (사진=대한의사협회)

 


‘고무줄 청구’ 막는다지만…



하지만 상당한 진통이 동반되고 있어 법 개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전재수·고용진 의원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여러 가지 우려와 반대의 벽을 뚫지 못하고 법안심사에 진전이 없이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실손보험계약에 있어 요양기관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3자인 병원 등에게 보험금 지급행정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또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의 진료기록, 진료비 청구 내역 등 진료정보를 축적해 보험의 가입이나 갱신, 거부 등에 근거로 활용하는 등 해당 정보가 보험금 지급 외의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특히, 직접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민간보험사의 배를 불리기 위한 꼼수라고 치부하며,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의협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윤재옥 의원(국민의 힘)을 만나 ▲의료기관이 서류전송 주체가 되는 것의 부당성 ▲불필요한 행정 규제 조장 ▲향후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수단 ▲심평원의 임의적 환자 진료정보 남용 및 진료정보 집적화 우려 ▲심평원 개입의 부당성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의사와 환자간의 불신 조장 심화 등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간소화라는 미명하에 보험사들이 향후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하고 가입거부를 통해 손해율을 줄이려는 목적”이라며 “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국민에게 불리한 법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이처럼 반대하는 이유가 비급여 진료비 청구의 위축 가능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전산으로 내역이 축적되면 비급여 항목을 청구하기가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 이는 병원 입장에서 보면 수익 감소를 의미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입법과정에서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우려 완화 및 참여 유도 방안을 검토·제시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법안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민간보험 계약관계에서 제3자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에게 서류의 전자적 전송 요청을 따라야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관련, 의무이행 및 수용성 제고를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에 시선이 쏠린다.

고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의료계에서는 심평원 위탁업무와 관련해 향후 정보를 집적하거나 비급여 의료비를 심사하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이번 개정안에서는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보관할 수 없도록 분명하게 못 박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 운영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이 시스템 자체를 불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 등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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