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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책 핫이슈⑭] ‘집단소송제’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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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11.26 09:37:37

자동차·증권·카드…집단피해 눈덩이
한 명 승소하면 나머지는 자동구제
20년 해묵은 논란 드디어 입법예고
소송남발·경영침해 우려…재계 난색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가 작년 5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이런류의 소비자 피해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이 한결 수월해진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서민경제가 나락으로 치달으면서 ‘민생입법’을 내건 21대 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과반 의석 이상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이 ‘공정경제 3법’ 등을 밀어붙이면서 잠자고 있던 기업 관련 법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경제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집단소송제’다. <편집자주>

 


똑같은 피해인데 외국은 배상



이번엔 통과될 수 있을까. 17대 국회에서부터 끌어온 ‘집단소송제’ 도입 여부다. 집단소송제란 일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해 자신의 손해를 인정받으면 동일한 형태의 소비자에게는 그 소송의 효력을 같이 받을 수 있도록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법무부는 국정과제로서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마련, 최근 입법예고를 마쳤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분야 제한 없이 피해자 50인 이상이 제기한 모든 손해배상청구 소송 판결의 효력(기판력)으로 제외신고(Opt-out)를 한 피해자를 빼고 모든 피해자가 별도의 소송 없이 함께 구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제외신고란 미리 판결의 효력을 받지 않겠다고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주가조작·허위공시 등 증권관련 분야에서만 한정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폐지·흡수토록 했다. 이밖에도 피해자의 주장책임을 경감하고, 자료 등 제출명령 및 위반 시 효력 강화, 소송 전 증거조사 절차 등을 담았고 국민참여재판도 적용키로 했다.

이 제정안은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와는 별개 현재 국회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백혜련 의원, 오기형 의원, 전해철 의원, 이학영 의원, 박주민 의원, 김종민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집단소송제 관련법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국회 전경. (사진=이성호 기자)

 


같은 사건 각자 소송 ‘어불성설’



이처럼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는 까닭은 뭘까. 기업의 잘못 등으로 인한 집단적 피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대표적인 예로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례를 들었다. 집단소송제가 활발한 미국과 특별법으로 다룬 독일의 경우 피해자에 대해 충분한 손해배상이 이뤄졌으나, 한국에서는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사고, KB국민카드·NH농협카드·롯데카드 등 카드 3사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BMW 차량 연쇄 화재, 우리은행·하나은행 등의 DLF(파생결합펀드)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는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이에 상응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다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현 제도상 피해구제를 받으려면 각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 경제적 부담은 물론 시간상 제약이 따르고 무엇보다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에게만 보상을 해주면 되기 때문에, 장기간 법적 공방을 끌며 소멸시효 완성을 노리는 등 현 구조가 전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정부안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가 꼽은 주요 문제조항. (자료=대한상의)  

 


전경련 “소송비용 6배 증가”



하지만 판이 뒤흔들릴 모양새로 추이가 예의주시 되고 있다.

집단소송법은 지난 17대·18대·19대·20대 국회에서도 꾸준하게 올라와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채 모두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지만, 현 정부는 물론 거대 여당으로 21대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앞서 총선 공약으로도 집단소송제 추진을 내걸고 있어 촉각이 곤두서고 있는 것.

이에 화들짝 놀란 경제계는 강력히 손사래를 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남소(濫訴·소송남발)의 우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접수된 반대 의견을 살펴보면, 집단소송은 개별 당사자들의 소송제기에 따른 비용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패소에 대한 부담은 적고, 소송을 수임 받은 변호사는 많은 보수를 기대할 수 있다.

즉, 소송 남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대외신인도가 저하되는 등 대외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전경련은 30대그룹을 기준으로 소송비용이 최대 1조7000억원이 추가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반사회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실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를 더하면 최대 10조원(징벌적손해배상 8조3000억원, 집단소송 1조7000억원)이 소송 방어비용으로 낭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행 소송비용 추정액 1조6500억원보다 6배 이상 증가하는 규모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정부의 집단소송법안은 현행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의 ‘3년간 3건 이상 관여자 배제’ 조항을 삭제했고, 소송허가 요건도 미국보다 완화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인공감미료가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미검증 연구결과를 근거로 코카콜라에 대해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등 기업들의 준법경영노력과 무관하게 집단소송 건수는 174건(2010년) → 217건(2015년) → 428건(2019년)으로 급증하는 추세라는 것. 대한상의는 이 같은 미국 사례를 참고해 적절한 남소 방지대책을 선행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총 역시 정부안에 포함된 소송 전 증거조사, 자료 등 제출명령, 주장 및 입증책임 완화, 국민참여 재판(배심원) 등으로 인해 기업의 영업비밀 등 핵심 정보의 유출 가능성도 크며, 기업의 신기술,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은 물론 국가 차원의 신산업 촉진에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시민단체 “제도 정착되면 소송 감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은 집단소송제 입법을 강하게 부르짖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 사무처장은 CNB에 “현재는 소송에서 이긴 경우에만 배상을 받을 수 있으나 사법절차도 복잡하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며 “하지만 집단소송은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어 소비자 권익보호를 향상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소연은 2014년에 카드3사 개인정보유출 사고와 관련 피해자 1만2000여명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했는데, 2019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승소해 소송인단이 각각 위자료(국민·농협카드 10만원, 롯데카드 7만원 지급)를 받은 바 있다.

강 처장은 남소와 관련해선 “집단소송 초기에는 소가 남발될 수도 있겠으나 법원에서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따라 점차 안정화 될 것”이라며 “정착되면 사후뿐만 아니라 예방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생겨난다”고 바라봤다.

공급자(기업)들은 소비자에게 해가 없는지 검증을 강화하게 되고, 시스템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부연이다.

정부와 여당이 집단적 피해의 효율적 구제와 예방은 물론 책임 있는 기업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집단소송제. 이에 반해 경제계는 소송비용 증가, 남소 등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한다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어 과연 어떤 매듭을 짓게 될 지 뜨거운 시선은 국회로 향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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