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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핫] 대우건설 품은 중흥건설, 노조 반대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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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1.07.09 09:36:05

업계 “새우가 고래 삼킨 격”
대우 노조 “밀실·특혜” 주장
‘승자의 저주’ 우려 목소리도

 

대우건설과 중흥건설 사옥.(사진=연합뉴스)

입찰과 번복, 재입찰이 이어지는 혼란속에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의 새 주인으로 최종 결정됐다. 중흥건설은 연내에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하고 거대 건설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지만, 대우건설 노조의 반대가 심상치않다. 중흥건설은 과거 대우건설 인수자들이 겪었던 ‘승자의 저주’를 불식시킬 수 있을까? (CNB=정의식 기자)


 

 

건설업계 6위 규모의 대형 건설사지만,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여년간 계속 주인이 바뀌며 안정을 찾지 못했던 대우건설이 중견건설사 ‘중흥건설’의 품에 안기게 됐다.

지난달 25일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BDI)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한 결과 중견 건설사 중흥건설과 중견 시행사인 DS네트웍스를 중심으로 한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 등 2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중흥건설은 호남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그룹 내 시공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 등 30여개 주택·건설·토목업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중흥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730억원, 중흥그룹의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 규모다.

 

사진=중흥건설

경쟁자 DS네트웍스는 업계 매출 1위의 부동산 종합개발 회사로, 지난 2017년 대우건설 매각 추진 당시에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며, 삼환기업, 두산건설 인수전에도 등장한 바 있다. DS네트웍스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인프라 전문투자사 IPM과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했다.

입찰 결과 대우건설의 인수가로 약 2조3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중흥건설이 약 1조8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DS네트웍스를 꺽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윗’ 중흥건설이 ‘골리앗’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중흥 ‘벼랑 끝 전술’ 성공? 2000억원 낮아져



하지만, 중흥건설이 입찰 결과에 따르지 않고 ‘인수가격 인하’를 요구하자 상황은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경쟁자와의 입찰가액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 중흥건설의 주장이었다.

최악의 경우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입찰 주관사인 KDB인베스트먼트는 한발 물러서며 본입찰에 참여했던 중흥건설과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 2곳을 상대로 새로운 가격을 써내라며 재입찰을 진행했다.

 

사진=대우건설

이례적인 재입찰 추진에 업계는 혼돈에 빠졌지만, 2일 진행된 재입찰에서 중흥건설은 다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5일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인수합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예비협상대상자로는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흥건설이 본입찰 때 제시한 인수가격 약 2조3000억원보다 약 2000억원 낮은 약 2조1000억원을 써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S네트웍스는 이번에도 2조원에 못미치는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2006년), 산업은행(2011년)에 이은 세 번째 주인을 만나게 됐다. 과연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의 이전 주인들과 달리 회사를 제대로 키워 결실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대우건설 노조 “비상식적 입찰…인수 반대”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우건설은 물론 중흥건설과 KDB인베스트먼트 등 이번 매각의 이해당사자들 모두 다양한 논란에 휩싸여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일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의 한 간부급 직원은 “우리는 이미 금호그룹과 호반건설 등으로 매각, 매각 실패 등 과정을 겪어본 터라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라며 “앞으로 안정적이면서 공격적인 사업 운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투자회사에 넘어가는 것보다 중견 건설사지만 건실한 회사가 인수하게 돼 다행이다. 마지막 본계약까지 잘 마무리돼 어수선했던 회사 분위기도 바로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심상철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위원장(가운데)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대우건설 노조는 이번 매각 절차가 졸속·비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6일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와 공동명의로 성명을 내고 “대우건설 매각이 밀실·특혜 입찰이었다”며 “인수 반대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입찰공고도 내지 않고 입찰을 진행했다”면서 “밀실에서 정해진 특정 원매자 외에는 본 매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매각해야 하는 정책금융기관의 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대우건설 매각과정 관련 졸속·특혜 매각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일반적인 기업 매각 입찰에서 제시된 인수가격이 낮아 재입찰을 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인수가격이 높아 수정안을 받는 사례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DB인베스트먼트 측은 “‘재입찰’이 아니라 매각 작업을 순조롭게 끝내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번 매각 과정에서 입찰 공고와 예비 입찰이 없었던 만큼 양해각서(MOU) 체결 전에 조건을 수정하려는 인수 후보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3년 전 대우건설 매각 불발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KDB인베스트먼트가 가격 및 비가격 조건 수정 제안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8년 1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각이 불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거대공룡 탄생했지만…난제 산적



한편,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연내에 마무리하고 양적·질적인 도약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중흥그룹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규모 부동산 개발 능력을 보유한 중흥의 강점과 우수한 주택 브랜드, 탁월한 건축· 토목·플랜트 시공 능력 및 맨파워를 갖춘 대우건설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르지오’를 국내 1등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면서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국내외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한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힘을 쏟겠다”며 대우건설 발전을 위한 투자 의지도 밝혔다.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임직원의 고용 안정과 경영의 자율성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푸르지오와 중흥S-클래스 로고.(사진=각사)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역 거점 중견 건설사로 그간 국내 주택건설 사업에만 집중했던 중흥건설이 토목·플랜트·해외 등 사업 영역이 훨씬 넓은 대우건설을 품는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어서 자칫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이 경험한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 불과 3년 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9일 만에 인수 포기를 선언한 전례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입장에서 자신들보다 작은 업체에 인수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기본적으로 있다. 그동안 해오던 해외사업 등에 경험이 없는 중흥이 관여하기도 어렵고, 주택에서도 ‘푸르지오’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대우가 ‘S-클래스’의 중흥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흥이 인수 이후에 어떤 식으로건 비대해진 대우건설의 조직과 인력을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을 텐데,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노조와 내부의 반발을 넘어서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중흥이 인수 과정을 매끄럽게 정리하고 이런 숙제까지 해낸다면 국내 최상위권 건설사로 비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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