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전투 패턴과 자유로운 육성 시스템
화려한 그래픽과 방대한 콘텐츠 기대 이상
과금 구조·조작감 등 세심한 배려 돋보여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 격변의 시대. 변화를 따라잡기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해드립니다.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라인게임즈의 야심작 ‘언디셈버’를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주>
라인게임즈가 서비스하고 니즈게임즈가 개발한 신작 RPG(역할수행게임) ‘언디셈버’가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디아블로2’나 ‘패스 오브 엑자일(POE)’과 같은 ‘핵앤슬래시(Hack and Slash)’ 장르를 표방하면서 ‘차별화된 전투’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핵앤슬래시는 최근 출시된 대부분의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채택한 ‘자동 전투’와 달리 이용자가 직접 조작하면서 다수의 적들과 싸우는 ‘재미’를 메인 콘텐츠로 내세운다. 과연 언디셈버는 한국형 ‘K-핵앤슬래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호쾌한 손맛을 느끼기 위해 다운로드 후 직접 플레이해봤다.
자유 육성 기반으로 차별화된 전투…조작감도 ‘쏠쏠’
첫날부터 접속이 쉽지 않았다. 대부분 게임이 그렇듯이 론칭 직후에는 트래픽이 몰리면서 서버에 접속하는 것조차 힘들다. 언디셈버 역시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탓인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몰렸고, 해외접속 시도까지 이어지면서 서버는 폭주했다. 점검 이후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게임을 즐기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육성 시스템이 매우 자유롭다’는 것이다. 언디셈버에서는 근접 전투원, 원거리 전투원, 마법사 등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오직 장비(검, 활, 지팡이)를 바꾸는 것만으로 자유롭게 전투 스타일을 변경할 수 있다.
일단, 캐릭터 생성 단계에 들어서면 닉네임과 성별, 외형만 설정할 수 있고 따로 직업(클래스)군을 선택할 수 없다. 일반적인 RPG와는 다르게 기사, 전사, 마법사, 궁수 등의 직업이 존재하지 않고, 플레이 성향에 따라 캐릭터의 성장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 육성 중에도 변경이 가능하다.
전투 시스템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룬’이다. 룬은 캐릭터의 전투 방식을 좌우하는 아이템으로, 별도의 공간인 ‘룬캐스트’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파밍을 하거나 퀘스트 보상, 합성, 상점 NPC 등을 통해 구할 수 있으며, 레벨과 등급이 정해져 있다.
룬은 스킬 자체를 보유하고 있는 ‘스킬 룬’과 이를 보조하는 ‘링크 룬’으로 구성돼있다. 스킬 룬은 육각형 모양의 슬롯에 장착이 가능하며, 각 변에 링크 룬을 장착할 수 있다. 링크 룬은 스킬 룬을 강화시키는 보조 효과를 지닌 아이템이다. 공격 범위나 발사체의 수량을 늘리거나 특정 상황에서 연결된 다른 스킬이 자동 발동되는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스킬 룬과 링크 룬을 취향대로 설정하면 전투 시스템을 완전히 변경시킬 수 있다. 다양한 조합을 통해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캐릭터로 성장시킬 수도 있고, 효율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마법 스킬을 쓰는 전사’ 같은 캐릭터를 육성할 수도 있다.
‘조디악’도 자유로운 육성이 가능한 요소다. 조디악은 레벨업 보상으로 획득한 포인트를 사용해 캐릭터를 강화하는 시스템이다. 범용 능력치로는 힘, 민첩, 지능이 있는데, 일부 장비는 일정 수치를 만족해야 착용할 수 있으므로 장비 착용을 위해 적절한 육성법이 요구된다. 또한, 별자리 모양으로 구성된 스킬 트리를 통해 효과 및 전투력에 영향을 주는 특성 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
조작감은 좋은 편이다. 몬스터와의 전투에 초점을 맞춘 장르인 만큼 워낙 많은 몬스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연속 스킬을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캐릭터를 움직여야 한다.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어서 전투에 몰입할 수 있다.
언디셈버는 스마트폰과 PC에서도 모두 플레이가 가능한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 제대로 된 손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PC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좋다. ‘완전 자동 전투’에 질린 게이머라면 PC 플레이를 더욱 권장한다.
‘지속성’으로 승부…다양한 콘텐츠 업데이트
대다수의 핵앤슬래시 게임은 ‘시즌제’로 운영되지만, 언디셈버는 시즌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시즌제는 시즌 전용 캐릭터를 생성해 일정 기간(약 2~6개월)만 즐길 수 있는 아이템과 콘텐츠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간이 끝나면 일반 캐릭터로 전환되며, 시즌 전용 캐릭터는 삭제된다.
시즌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유저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핵앤슬래시 장르 특성상 개인 성장과 전투, 파밍이 핵심이 되는데 성장이 끝난 상황에서는 아이템 파밍만 계속 해야하는 지루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다른 조건을 부여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언디셈버는 ‘일회성’ 성격이 강한 시즌제 대신 ‘지속성’을 택했다.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육성하면서 밸런스 패치와 업데이트를 자주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업데이트 주기는 콘텐츠 중심의 메이저 업데이트의 경우 최소 4~6개월, 마이너 업데이트 한 달에서 6주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콘텐츠는 지속성을 이어나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메인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액트는 10까지 공개되어 있으며, 각 액트 내에 다수의 스테이지가 존재한다. 메인 시나리오만으로도 방대한 볼륨을 자랑한다.
메인 시나리오를 종료한 후에는 ‘카오스 던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던전에 입장한 뒤 몬스터들을 처치하면 보스가 있는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보스 클리어 시 특별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레이드는 8명의 이용자가 파티를 구성해 거대 보스를 처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협동 콘텐츠다. 레이드 도중 사망한다면 다시 참여할 수 없고 다른 파티원의 공략을 관전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여러모로 난이도가 높은 편.
이 외에도 디펜스형 협동 콘텐츠 ‘결계의 첨탑’, 개인전 방식으로 진행되는 PvP(이용자 간 대결) 콘텐츠 ‘영광의 성전’ 등 다양한 모드들이 준비돼있다.
기대 이상의 K-핵앤슬래시…서버 안정화 필요
언디셈버는 기존의 핵앤슬래시와 차별화를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다양화된 전투 패턴, 자유로운 육성 시스템 등을 보여주며 기대 이상의 재미를 제공했다. 또, 수준 높은 그래픽과 방대한 콘텐츠, 과하지 않은 과금 구조도 호평할만한 요인이다. 모바일 전투에 익숙한 이용자들을 위해 반자동 전투인 ‘스마트 컨트롤’을 지원하는 것도 세심한 배려라고 느껴졌다.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언디셈버는 초반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 16일 기준 양대 마켓에서 인기 순위 1위를 달성했고, 매출 순위도 상승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9위와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대 이상의 게임이었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다소 밋밋한 타격감은 전투의 박진감을 떨어뜨렸고, 초입 부분의 스토리는 흡입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후반부로 가면 나아지지만, 초반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가장 큰 핵심 과제는 서버 안정화다. 출시 첫날부터 12차례의 서버 점검이 이어지면서 플레이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이후에도 각종 버그가 발생하거나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갑작스러운 임시점검과 핵 사용자들도 게임 방해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CNB에 “한국 이외 국가에서 유입되는 케이스에 대한 분석 및 추가 차단 조치를 진행했다. 또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 460명을 적발해 영구 정지 처리까지 완료했다”며 “가상서버를 확충해 다각도로 대응하는 등 서버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