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않은 커츠펠 특유의 재미
오롯이 실력과 경험으로 플레이
세밀한 캐릭터 디자인도 매력적
스토리분량 빈약한 점은 아쉬워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 격변의 시대. 변화를 따라잡기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 해드립니다.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5년 만에 베일을 벗은 넥슨의 액션 배틀 게임 ‘커츠펠’을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주>
액션 게임 명가로 불리는 ‘코그’가 커츠펠을 국내에 공개했다. 지난 2017년 G-STAR를 통해 최초 공개한 지 5년 만이다.
배틀 액션 게임 커츠펠은 지난 2019년부터 스팀을 통해 북미·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서 서비스해온 글로벌 타이틀이다. 같은해 6월 넥슨의 국내 배급이 결정됐지만, 출시 일정은 잡히지 않았고 2020년이 돼서야 넥슨 신작 게임으로 공개됐다. 그 이후에도 2년이라는 시간을 더 보내고 국내 출시가 확정됐다.
오래 기다려온 만큼 국내 팬들의 기대도 크다. 코그의 흥행작 ‘그랜드체이스’ 세계관의 평행세계가 설정이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 상황. 커츠펠이 이용자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 직접 체험해봤다.
콤보 액션으로 손맛 살려…전투 전략이 ‘핵심’
커츠펠의 핵심 콘텐츠는 단연 PvP(이용자 간 대결)다. PvP 모드는 일반전과 랭크전으로 나뉜다.
일반전은 이용자(체이서)의 랭크와 상관없이 4:4 팀전으로 진행되며, ▲다승전 ▲쟁탈전 ▲점령전 중 1종을 택할 수 있다. 다승전은 가장 기본적인 배틀로 상대 캐릭터를 처치해서 목표 점수를 먼저 달성하는 팀이 승리하는 임무다. 쟁탈전은 필드 내 생성되는 깃발을 습득하는 것, 점령전은 필드 내 생성된 거점을 점령하는 것이 추가된 모드다.
랭크전은 자신의 랭크(E/D/C/B/A/S/M/G)에 맞춰 매칭되는 2:2 팀전이다. 랭크 점수와 등급에 영향을 주는 임무로, 다승전과 쟁탈전 중 1종으로 진행된다.
게임 내에서는 특정한 클래스(직업)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카르마(무기)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고, 전투를 위해 두 개의 카르마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기본 제공 무기는 대검과 활이며,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지팡이(마법), 건틀렛 등을 차례대로 획득 가능하다.
카르마는 ‘브레이커’ 또는 ‘슬레이어’ 역할로 나뉜다. 브레이커는 ▲소드 탈리아(대검) ▲블레이징 피스트(건틀렛) ▲세이크리드 가디언(거대망치)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방어 기술과 적의 인내력을 파괴하는 스킬이 주력. 슬레이어는 ▲댄스 오브 윈드(장궁) ▲디아볼릭 위치(마법) ▲듀얼 소울(쌍검) 등을 사용한다. 브레이커보다 높은 대미지를 주는 스킬들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각 카르마에는 기본적으로 3개의 스킬과 1개의 궁극기가 존재한다. 카르마 장착 종류에 따라 스킬이 달라지기 때문에 두 카르마의 스킬을 조합해 다양한 콤보를 만들어 공격하거나, 상성에 맞는 반격을 통해 역습이 가능하다. 가령 1:1 싸움이라면 건틀렛이 유리하고, 난전을 유도할 경우는 대검이나 거대망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콤보를 활용한 조작은 생각보다 쉽다. 튜토리얼과 훈련장을 통해 연습을 하면 금방 손에 익힐 수 있는 편. 상대방을 공중으로 띄운 후 연속 콤보를 후속타로 넣으면 쾌감이 밀려오고, 상대를 처치할 때마다 짜릿한 손맛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다만 무작정 버튼을 누르면서 스킬을 사용하면 마나와 기력, 인내력 등이 바닥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전투 게이지 관리를 잘못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면 속절없이 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1:1 싸움이 아닌 것을 고려해 아군과의 연계, 회복 등의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부담 없는 그래픽…과한 BM도 없다
커츠펠은 3D 카툰 렌더링을 사용해 애니메이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사실적인 구현보다는 커츠펠 특유의 아기자기한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전작인 엘소드와 그랜드체이스 역시 카툰 렌더링을 사용해 세계관에 더 몰입하는 효과를 준다.
또, 밝은 색감과 명확한 명암 대비는 눈을 편하게 해주며, 깔끔한 인상을 자아냈다.
캐릭터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우선 캐릭터 생성 시 이용자의 취향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데, 외적인 요소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기존 카툰 렌더링 그래픽의 경우 캐릭터의 헤어스타일을 한 덩어리로 설정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커츠펠은 앞, 옆, 뒷머리 스타일을 별도로 제공하며 디테일함을 보여줬다. 성숙도에 따라 목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점도 특이했다.
게임의 밸런스를 해치는 과한 비즈니스모델(BM)이 없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다. 커츠펠은 오롯이 실력과 경험으로만 플레이할 수 있도록 PvP 성능, 능력치를 바꾸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코스튬(의상)과 이모션(감정표현) 등 꾸미기 아이템 상품만 선보이고 있다. 지난 13일에 공개된 넥슨 개발진의 인터뷰대로 과금이 PvP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어 보였다.
아쉬운 PvE 콘텐츠…‘고인물’ 가득한 세상
피로도 없이 즐기기에 최적인 배틀 액션 게임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PvP에 너무 주력한 탓일까?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PvE 모드는 진한 아쉬움을 자아낸다.
PvE 콘텐츠 ‘던전’ 임무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몬스터를 해치우고 보스를 잡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분량이 빈약하다. 약 16~17개뿐인 스테이지에서 몬스터 러시를 3차례 정도를 겪으면 바로 보스 몹을 만날 수 있을 정도다. 보스의 전투 패턴도 단순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보스의 공격이 강력해질 뿐 다양한 전략을 통해 공략하는 재미는 없다.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데 다소 몰입감이 떨어진다. 이용자가 비밀조직 체이스의 일원인 체이서가 되어 조직의 새로운 힘이 될 과거의 영웅들을 구출하기 위해 맞서 싸우게 된다는 내용. 왜 이들을 구출해야 하는지, 왜 싸움을 해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다.
진입장벽이 높은 점도 아쉬웠다. 대전격투 장르 특성상 당연한 부분이어서 단점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커츠펠은 신입 유저가 느끼기에 이미 ‘고인물’이 가득한 세상이다. ‘맞으면서 배우는 게임’, ‘모르면 맞는 게임’이라고 위로하기에는 흑색의 패배 화면을 너무 많이 보게 된다. 공중에 뜬 상태로 10초 정도 콤보 공격을 맞고 사망하면 흥미가 뚝 떨어진다. 이용자의 성장도 좋지만, 신규 이용자들의 유입을 위한 대안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
기준을 알 수 없는 매칭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D랭크에 진입해 랭크전을 돌리면 같은 D랭크보다는 A·B 랭크 유저와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레벨 격차가 커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상황이 많아질수록 랭크전 보다는 일반전을 플레이하게 되고, 성장의 기회는 사라진다.
이에 대해 넥슨은 공지를 통해 “비슷한 상대와 매칭되기 위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매칭 대기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최대 매칭 폭을 감소시키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격 시간 감소 및 역전 기회 증가를 위한 작업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