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 크게 늘며 모처럼 ‘봄날’
면세점들, 각종 이벤트로 분위기 ‘업’
하지만 최대수익원 중국은 아직 겨울
면세한도 폐지 등 제도 개선 급선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종식을 의미하는 ‘엔데믹’이 다가옴에 따라 면세업계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하늘길이 열리면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꿈꾸고 있는 것. 과연 면세업계는 길고 긴 고난의 시간을 끝내고, ‘찐(진짜) 회복’의 단맛을 느낄 수 있을까? (CNB=김수찬 기자)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업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 분위기로 바뀌면서 방역 정책이 완화되자 매출이 차츰 회복세로 돌아선 것.
특히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 매출 호조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온 내국인의 자가격리 면제 조치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
실제로 자가격리 면제 조치가 시행되기 전 2주(3월 6~20일)와 시행 후 2주(3월 21일~4월 4일)의 내국인 매출을 비교한 결과 롯데면세점은 50%, 신세계면세점은 41%, 현대백화점면세점은 49.7%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출국 전 면세품을 구매하는 내국인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다 내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출입국자도 크게 늘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6만1214명으로 전주 대비 25.1%가량 증가했다. 일일 평균 이용객은 2만404명으로, 2년여 만에 이용객 수 2만명을 넘겼다.
아직 외국인 입출국 현황이 따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인천공항 이용자 증가세로 볼 때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면세점 이용도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국인 구매한도 폐지도 회복세 분위기에 일조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달 18일 정부는 면세업계를 지원하고 해외소비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기 위해 내국인 면세점 구매 한도를 폐지했다.
면세점 내국인 구매한도가 폐지된 당일에는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면세 상품 구매에 5000달러 이상을 쓴 고객이 나왔다. 그다음 날인 19일에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에서 한 고객이 5000달러 이상을 썼다.
‘훈풍’에 마케팅 강화…고객 잡기 나서
모처럼 밝은 분위기가 감지되자 주요 면세점들은 각종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구매 한도 폐지 이후 5000달러 이상 결제 고객에게 96만원 상당의 롯데면세점 결제 포인트(LDF페이)를 증정하고, 6월까지 온‧오프라인 합산 금액 1만 달러를 달성한 고객에게는 특별 혜택이 주어지는 ‘LVIP’ 멤버십 업그레이드의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 6일에는 카카오페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바로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인터넷면세점 고객 중 모바일 이용객 비율은 약 80%로, 간편결제 시스템 이용객의 편의를 개선하고자 추진됐다. 양사는 ▲상호 매출 증대를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과 홍보 활동 ▲ 시즌별 프로모션 협업 ▲롯데그룹과 카카오공동체 간 협력 관계를 추구하기로 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30일까지 명품 잡화 등 103개 브랜드를 최대 80% 할인 가격으로 판매한다. 오프라인 전 지점에서 내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 금액의 일부를 ‘썸머니’로 돌려주는 특별 행사도 실시한다. 또, 신세계라이브쇼핑과 함께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달 18일부터 ‘신라호텔 S멤버십‘과 ‘신라호텔 파크뷰 2인 식사권’ 등을 증정하는 전점 통합 경품 프로모션과 구매금액별 최대 195만 ‘S리워즈’를 증정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해외 사업 정상화 및 매장 리뉴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20년 3월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던 베트남 하노이공항점 영업을 2년 만에 재개했다. 상반기 내에는 다낭공항점과 나트랑깜란공항점도 재오픈할 예정이다. 다낭과 나트랑은 베트남의 대표 관광지로, 두 매장 모두 영업 첫해에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점과 호주 시드니 시내점도 상반기 내에 완전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본점의 뷰티 브랜드를 확대하며 매장을 재개편했다. 기존 뷰티 브랜드를 200여 개에서 240여개로 늘렸으며, 그중 국산 브랜드를 90개에서 106개로 확대했다. 서울 명동점 매장은 현재 10층에서 11층으로까지 확대하고, 다양한 신규 K뷰티·향수 브랜드의 팝업 체험존 등을 운영한다.
‘찐’ 회복 시기상조? 中봉쇄령·환율이 관건
이처럼 분위기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상화까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현재로서는 면세점 매출 비중이 낮은 내국인의 수요 증가에 불과해 ‘완전 회복’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면세업계는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특히 중국 관광객의 입국이 풀려야 진정한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CNB에 “자가 격리 면제, 구매 한도 폐지로 매출이 소폭 상승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령을 풀지 않고 있어서 중국인 관광객의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와야만 진정한 실적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진 것도 면세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은 면세품 가격이 올라간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곧 구매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는 빠른 회복을 위해 국제선 운영 정상화와 면세 한도 폐지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해외 국가들의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우리 정부도 국제선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 국제선 운항 증편에 더 속도를 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면세 한도 600달러는 일본(2000달러)과 중국(1200달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내국인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면세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