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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내가 찾은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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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2.04.21 09:21:35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김수자의 ‘호흡’ (사진=삼성문화재단)

이달 7일 오랜만에 삼성 리움미술관을 방문했고, 나는 세 개의 빛에 마음을 빼앗겼다. 프리즘의 빛, 노란색 빛, 야외의 은색 빛. 그리고 물과 하늘.

리오프닝을 한 후에 처음이었는데, 미술관이 젊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의 리움미술관에는 국내외 미술계를 대표하는 명작들이 많아서 그 무게감에 경외감마저 느꼈는데, 지금의 리움은 열림과 미래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새로워진 리움미술관을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골전도 이어폰, 초광대역 무선통신(Ultra Wide Band) 기술이 들어있는 지도 솔루션을 이용해 산보를 하듯이 보면서 세 개의 작품이 마음에 와닿았다.

리움미술관 천장에 설치된 우리나라의 설치미술가 김수자의 ‘호흡’. 이는 천장과 창문에 설치된 특수필름에 햇빛이 투과되어 옅은 프리즘의 스펙트럼이, 다슬기를 닮은 계단으로 쏟아지는 작품이다.

한없이 투명하게 빛나는 오로라의 순수함을 뿌려놓은 것만 같았는데, 이 공간을 걸으면서 작품이 특정한 장소를 초월해서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나와 빛. 내가 걸어가도, 계단을 이용해 밑으로 내려가도 프리즘의 빛이 나와 함께 있었다. 이런 동행과 공존의 미학으로부터,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중력의 계단’ (사진=손정호 기자)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작가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중력의 계단’. 올라퍼 엘리아슨은 평소에 즐겨 읽는 전영백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의 책 ‘코끼리의 방’에서 봤던 작가이다. ‘중력의 계단’은 노란색의 LED 빛과 거대한 스테인리스스틸 원, 거울을 이용한 작품이다. 태양계를 표현한 것으로,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공전과 자전하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중력의 계단’은 중력으로 존재하는 우주의 법칙을 빛과 거울을 통해 자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는 2016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인터뷰에서 ‘내가 말하는 환경이란 명백하게 인공적으로 구성된 설치작품 같은 것을 뜻한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환경보호 운동도 하고 입양도 하며 휴머니즘을 실천하는 작가라고 한다.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 (사진=손정호 기자)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 ‘큰 나무와 눈’은 리움미술관의 앞뜰에 있는 거대한 크기의 설치 작품이다.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반짝이는 은색 구 여러 개로 이뤄진 커다란 나무의 모습. ‘큰 나무와 눈’ 밑으로 잔잔하게 물이 있다.

그 앞의 벤치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나무와 물, 식물성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리가 무심히 잊고 지나가거나, 이용하지만 고마움을 몰랐던 나무. 그런 나무를 다른 재질로 거대한 크기로 트랜스포메이션을 했을 때 인간이 느끼게 되는 감정은 두려움과 경이감, 신기함 등이 뒤섞인 것으로 변질되는데, 이 작품 역시 트랜스포메이션을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체험을 철학적인 변주를 통해 형상화한 것으로 보였다.

이런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준 작가들을 위해, 언젠가 이 작품들을 만날 사람들을 위해, 예전에 내가 썼던 시를 선물하고자 한다.

안개정거장

물안개에 마을이 잠겨있을 때, 저수지 길에 함초롬히 피어난 들꽃들이 바람에 날릴 때 난 잠을 잘 수가 없어.
아직 꺼지지 않은 사람의 빛이 장승처럼 곳곳에 있어.
바람으로 만든 듯 투명하고, 파란 잎들이 섞인 버스가 왔네. 버스 문이 열리자 개미들이 더듬이로 타라고 신호를 보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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