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내 내홍을 수습할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내 대표적인 친윤(親尹)계 이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측근)의 맏형 겪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낙점됐다.
주호영 의원·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등 유력 비대위원장 후보들이 연이어 막판에 고사하는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결과다.
정 부의장은 7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원장직 수락의 뜻을 밝히고 “지금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들 한다. 저는 독배라도 더 이상 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집권여당의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의장은 “저 말고도 좋은 분들이 많기에 기회를 새로운 분들에게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가졌다”며 “저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윤핵관’이니 하는 표현을 들었다. 그런 갈등과 분열이 노정된 상황에서 제가 나서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자문을 수없이 했고 그런 맥락에서 고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정 부의장은 “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하니깐 그렇다고 한가하게 그냥 뒷전에 머물러서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는 것”이라며 “국정운영에 대한 무한책임을 다하겠다라는 그런 다짐으로 수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부의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집권여당을 안정시키겠다.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 그것이 제게 오늘 주어진 대의요, 애국”이라며 “전 당원의 총의를 모아 하루속히 당을 안정화하겠다. 당의 확고한 중심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당 소속 의원 75명은 정 부의장의 비대위원장 지명을 박수로 추인했으며, 김웅 의원 1명만이 손을 들어 반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새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주 의원과 박 전 부의장 등이 잇달아 직을 고사하면서 새 비대위는 첫스텝부터 꼬인 것은 물론 정치권 안팎에선 새 비대위의 선장을 찾는 과정이 이른바 ‘폭탄 돌리기’처럼 진행됐다는 말도 나왔다.
정 부의장이 새 비대위의 키를 쥐게 되면서 국민의힘은 추석 전 비대위 출항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부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일 비대위를 출범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새 비대위원장 인선에 거듭 난항을 겪은 것은 이준석 전 대표발(發) ‘가처분 지뢰’가 줄줄이 매복된 상황에서 비대위 출범 자체를 놓고 당내 찬반양론이 분분했던 기류와 무관치 않다.
아울러 새 비대위는 출범 직후 원내대표 선거를 치른 뒤 수개월 내 치를 전당대회도 준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새 비대위의 운영 기간이 6개월 안팎으로 점쳐지면서, 차기 원내대표나 당대표에 도전할 계획이 있는 중진 의원들의 관심도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정 부의장도 차기 당권주자군으로 분류돼왔다.
출항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새 비대위의 키가 돌아 돌아 정 의원에게로 갔지만, 정진석호(號)가 순항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추석 연휴 직후(14일) 예정된 이 전 대표와의 가처분 심리가 1차 암초가 될 전망이다.
법원이 또 한 번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경우, 새 비대위는 출범과 동시에 또다시 좌초하게 되고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다행히 가처분 암초를 넘어 무사히 출항에 성공하더라도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시점과 룰 결정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당 내홍의 정점을 찍은 끝에 탄생한 새 비대위가 당내 갈등을 잠재우고, 당권주자별 이해관계를 조정해 당을 정상궤도로 올릴 수 있을지가 정치권 안팎의 최대 관심사다.
이런 상황에 대해 비대위와 대척점에 있는 이 전 대표는 정 부의장 추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며 추가 가처분을 예고했다. 이준석계 허은아 의원은 의총에서 “상당수가 박수를 치지 않았고 두 명은 큰 소리로 반대했다”고 밝혔다. 김웅 의원 역시 “우리 당은 ‘박수의 힘’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