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생산을 수소기반 ‘하이큐브’로 바꿔
‘고로’ 비중 줄이고 ‘신(新) 전기로’ 도입
‘2050 탄소중립’ 실현 위해 전사적 혁신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업을 영위하는 현대제철이 2050년까지 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발생을 크게 줄인 ‘저탄소 고급 판재’를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공정체제 ‘하이큐브(Hy-Cube)’다. 2030년까지 이 혁신적인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철강산업은 여러 산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유명하다. 엄지용 KAIST 녹색성장대학원 교수팀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한국형 통합평가모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1억100만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산업 부문의 39%, 국가 전체의 13%를 차지한다.
특히 한국은 대표적인 ‘철강 강국’으로 철강·화학·정유·시멘트 등 탄소다배출 업종의 GDP 비중이 약 8.4%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2배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021년 2월 현대제철을 포함한 6개 철강사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산업·학계·연구기관·정부부처 등으로 구성된 ‘그린철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수소환원제철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구조 전환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 및 정보공유 활성화를 위한 조직이었다.
현대제철도 이 시기 연구개발본부 내 탄소중립관련 저탄소기술 추진을 위한 전담조직인 ‘저탄소공정연구실’을 신설해 연구인력을 전진배치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혁신전략본부 내 ‘탄소중립추진단’을 출범시켰다. 탄소중립추진단은 전사적인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탄소중립 생산체제 전환을 검토하는 컨트롤타워다.
2루트 전략의 핵심 ‘하이큐브’
현대제철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에 따른 탄소배출 감축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전사 탄소배출량 최적감축을 통해 탄소비용을 최소화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2루트(Route)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 루트는 기술·설비·투자·수익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정 탄소중립’으로, 공정 개선, 저탄소 원료 사용, 에너지 전환을 단계적으로 실현해 정부의 감축목표 설정에 맞춰 배출량을 통제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 루트는 ‘제품 저탄소화’로 탄소중립 제품을 시장에 우선 공급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물론 첫 번째 루트인 ‘공정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전략이다. 특히 2026년부터 시행되는 EU의 탄소 국경조정 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와 미국에서 논의 중인 국경 탄소조정(BCA, Border Carbon Adjustment) 같은 무역장벽을 철강 제품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핵심은 현대제철이 보유한 국내 최고의 전기로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탄소발자국을 저감함과 동시에 고로-전로-전기로의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신(新)전기로(Hy-Arc)’를 도입해 탄소중립형 자동차용 고급제품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제품 저탄소화를 위한 새로운 수소 기반 철강 제조 및 생산공정 체제를 ‘하이큐브(Hy3, Hy-Cube, Hyundai Hydrogen Hybrid)’로 명명하고, 오는 2030년까지 생산체제 전환을 통해 저탄소 고급판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원료·공정·제품 3측면에서 탄소 저감
그렇다면 하이큐브는 기존 철강 생산공정과 어떻게 다를까?
일반적으로 철강의 제조방식은 ‘고로’와 ‘전기로’로 구분된다. 철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의 차이다. 고로는 석탄 등을 연료로 사용하고, 전기로는 전극봉을 이용한다.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원료와 공정 특성상 고로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대비해 탄소배출량이 25%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제철은 연간 1000만톤 이상의 전기로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최대의 전기로 제강사다.
하이큐브는 현대제철 고유의 수소기반 공정융합형 철강생산체제이다. 기존의 전기로 공정보다 발전돼 철 원료를 녹이는 것은 물론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적용된 ‘새로운 개념의 전기로(HyArc)’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이큐브’ 구축이 완료되면, 원료와 공정, 제품 등 세 측면 모두 탄소 저감 과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원료의 부문에서는 기존 전기로 원료인 스크랩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적절하게 사용하는 동시에, 수소환원철과 탄소중립형 용선을 혼합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게 된다.
제조 공정에 있어서는 수소환원철, 용선 등 다양한 원료마다 고유의 특성을 생산 프로세스에 최적화시키고, 이를 공정마다 유기적으로 연결해 탄소 저감을 노린다.
마지막으로 제품 부문에서는 기존 전기로 제품인 봉형강류부터 고로에서 생산되는 고급 판재류까지, 모든 범위의 제품을 제작함으로써 고로의 비중을 최소화한다는 것.
현대제철은 이같은 3대 유연성을 기반으로 한 신(新) 전기로 중심의 공정을 구성하고 단순히 공정상에서의 탄소배출 저감만 노리는 게 아니라 제품과 시장까지 고려한 완성형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단순히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이 불가능했던 고성능 제품을 생산해 탄소중립 제품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내 철강사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