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표밭인 유럽 본격 공략
주요 인사에 직접 지지 요청하고
랜드마크에는 홍보 영상 띄워 강조
‘유치 시 고용창출 50만명, 경제효과 61조원’. 지금, 재계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는 부산이다. 오는 2030년 열릴 세계 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뛰고 있다. 회장님들도 직접 바통을 들고 달리니 그야말로 총력전이다. 내년 말로 예정된 개최지 최종 결정까지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결승선을 향한 주로(走路)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유치전의 장면을 CNB뉴스가 담는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① SK 최태원·롯데 신동빈…회장님들의 바빠진 ‘입과 발’
② 삼성·LG전자 “축제 분위기 달군다”
③ “역전 노린다”…해외서 발품 파는 삼성·롯데·SKT
④ 현대차그룹의 유치전 필살기 “적재적소를 공략하라”
어쩌면 그곳에서 판가름 날지도 모른다. ‘도장’을 쥔 손이 대거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세계엑스포(박람회) 개최지는 내년 말 170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비밀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권이 가장 많은 대륙은 48개국이 속한 유럽이다. 유럽의 표밭을 일구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셈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최대 표심이 버티고 있는 유럽 공략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삼성전자, 영국·스페인·오스트리아 상대로 ‘남행북주’
삼성전자는 유럽을 상대로 두 가지 전략을 펼쳤다. 주요 인사를 대면해 설득했고, 세계적 명소에서는 영상으로 보여줬다. 던진 메시지는 하나. “부산엑스포 유치”이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영국을 맡았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런던의 정부청사에서 미셸 도넬란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장관을 만나 영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인 5G 이동통신,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기반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면서 부산엑스포의 경쟁력을 알리고 지지를 요청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오스트리아를 담당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에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부장관을 만나 주요 현황을 소개하고 부산에 손을 들어줄 것을 요청한 것. 특히 한 부회장은 한국에서 엑스포 개최 시 의의와 강점을 알리고, 세계박람회에서 삼성전자의 다양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도록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서 주목하는 유럽 내 명소에서도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의 경쟁력이 담긴 영상 송출을 통해서다.
삼성전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와 함께 일일 평균 유동 인구가 각각 30만 명에 달하는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의 대형 LED 전광판을 통해 관련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이 2030년 박람회 개최에 적합한 도시라는 점을 서정적이며 세련된 장면과 내레이션으로 소개하는 것이 특징. 이 영상은 올해 9월부터 개최지가 결정되는 내년 말까지 송출될 예정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스페인 마드리드 까야오 광장, 스웨덴 스톡홀름 스투레플란 광장 등 또 다른 유럽 내 주요 전광판에도 최근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은 "세계 주요 명소의 옥외광고를 통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지속적으로 알리겠다"며 "미래 선도 도시 부산에서 삼성전자의 다양한 기술과 노력을 선보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구광모 대표도 나선 LG, 전사적 힘 모은다
㈜LG는 유럽 주요 국가를 상대로 유치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선봉에는 구광모 대표가 섰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달 3일(현지시간)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예방하며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이날 구광모 대표는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LG에게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의미가 큰 곳이며, 수많은 한국기업이 이곳에서 태동하고 도약해 오늘날 한국 산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다”며 “세계박람회가 추구하는 ‘새로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소통의 장이 부산에서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 대표는 “특히 한국의 모든 국민이 세계박람회 유치에 어느 나라보다 열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와 폴란드의 관계는 두텁다. LG는 LG전자가 1997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판매법인을 설립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폴란드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이노텍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LG전자가 므와바에 각각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구 대표가 만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지난 2016년 열린 LG에너지솔루션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부총리 겸 경제개발부 장관으로 참석한 바 있다.
폴란드 시민의 눈을 사로잡는 방안도 마련했다. LG는 현지 수도 바르샤바에 위치한 쇼팽 국제공항 내 11기의 디지털 사이니지와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즐로테 타라시 백화점 외부 대형 전광판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응원’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또한 브로츠와프 도심에 위치한 건물 외벽에도 유치 응원 메시지를 담은 옥외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LG는 중요한 길목에서 부산의 이름을 띄우기도 했다. 지난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친 것이다.
당시 LG전자는 프랑스 파리의 상업 중심지 라데팡스에 위치한 프랑스법인 신규 사옥에 국제박람회기구와 협력 관계에 있는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지지를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 인사들이 대거 자리했다. 자크 코소브스키 프랑스 쿠르브부아 시장, 세드릭 플라비앙 쿠르브부아 시의원, 요안 블레 프랑스 오드센주(州) 부주지사, 윌리암 프로 오드센주 상공회의소 대표를 비롯해 유대종 주프랑스 한국대사, LG전자 이천국 유럽지역대표, 황용순 프랑스법인장 등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표심을 움직일만한 중요한 이 자리에서 LG전자는 부산이 세계박람회에 최적의 도시임을 강조하며 당위성을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바쁘게 돌아가는 핸들
현대차그룹은 유럽에서 바쁘게 핸들을 돌리고 있다. 방문지가 많기 때문이다.
운전석에는 송호성 기아 사장이 앉았다. 지난달 23일 출국한 송 사장은 5박 6일 일정으로 세르비아, 알바니아, 그리스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했다. 그는 각국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접견하고,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
송호성 사장은 특히 한국의 강점을 내세워 호소력을 높였다. 한국이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교량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디지털 격차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특히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이자 항구도시로서,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교통 물류의 허브임과 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관광 인프라와 문화 콘텐츠, 다수의 대형 국제 행사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박람회 개최의 최적의 도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부산세계박람회는 기후변화 등 세계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세계 박람회 개최지로서 부산만의 매력과 차별화 포인트는 물론 부산세계박람회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