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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IT)야기] 전자업계는 지금 쿨쿨…삼성·LG전자가 잠에 빠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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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3.02.02 09:34:28

잠 못드는 밤…가전업계가 나섰다
수면 시장 규모 3조원대로 급성장
LG이어셋·삼성TV가 ‘숙면 유도제’

 

LG전자는 ‘CES 2023’에서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 ‘브리즈(brid.zzz)’를 선보였다. 브리즈는 수면을 유도하고 잠이 든 고객의 수면 상태를 실시간 분석 및 관리해준다. (사진=LG전자)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간밤에 CCTV를 설치해 지켜보기라도 한 걸까요? 티가 나나 봅니다. “어제도 못 잤어?” “네, 못 잤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켰을까요. 눈이 퀭해서, 쓸데없이 예민해 보여서 알아챘는지 모르겠습니다. 불면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감출 수 없나 봅니다. 낮에 커피를 덜 마시고 땀 흘려 운동해서 몸을 피곤하게도 만들어 보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오늘은, 내일은 잘 잘 수 있을까? 지레 겁을 먹습니다. 꿀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만의 고민은 아닌 모양입니다. 아이유의 <무릎>은 잠에 관한 노래입니다.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아이유는 종종 공식적인 자리에서 불면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많은 ‘불면인’들이 이 노래로 위안을 얻는다고 합니다. 끝내 “스르르 깊은 잠을 잘 거예요”란 희망을 품고서죠.
 


“잘 자고 싶다”에 응답한 전자기기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은 듯합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시장 규모가 2011년 48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조원대까지 커졌다고 합니다. 불면에 허덕이는 사람이 빠르게 늘다보니 이들을 겨냥한 경제 규모 역시 날로 커지고 있는 거죠.

반갑지 않은 ‘불면 유행’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최근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전자업계인데요. 그동안 숙면 관련 영양제나 음료수처럼 섭취로 도움을 주려는 제품들은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전자기기라뇨? 어떻게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걸까요?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힌트를 찾아봤습니다.
 


무선이어셋으로 ‘zzz’



LG전자가 당시 공개한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의 이름은 ‘브리즈(brid.zzz)’ 입니다. ‘고객에게 산들바람(breeze)과 같이 상쾌한 아침을 맞게 한다’는 의미로 지었다는데요. 쏟아지는 졸음을 연상케 하는 'zzz'에 눈이 더 갑니다.

브리즈는 무선이어셋처럼 귀에 착용하는 방식입니다. 자는 동안 끼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귀 형상에 맞춰 디자인하고 6g(한쪽 기준)의 가벼운 무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죠. 어떻게 ‘양질의 수면을 돕느냐’ 입니다.

핵심은 ‘뇌파동조 사운드’ 입니다. 왼쪽 뇌와 오른쪽 뇌에 각각 다른 주파수를 들려준 다음 둘의 차이를 이용해 잠이 들게 하는 겁니다. 더 자세히 알아보죠. 깊은 수면 상태에서는 0.5~3Hz의 뇌파가 흐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브리즈는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왼쪽 귀에 100Hz, 오른쪽 귀에 98Hz 혹은 102Hz의 주파수 소리를 들려주면 적절한 정도에 해당하는 2Hz의 뇌파가 유도되기 때문에 깊은 수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듣기 좋은 소리로도 설정 가능합니다. 자연의 소리를 닮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루시드폴 등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작곡한 ‘자장가’, 기본 내장된 80여 개의 사운드가 선택지에 있습니다.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이나 유튜브 영상 등에 뇌파동조 사운드를 더해 재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브리즈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출시된다고 합니다.

 

브리즈 제품 이미지 (LG전자 제공)

 


낮과 밤이 다른 TV



삼성전자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최근 이 회사 '2023년형 Neo QLED'가 업계 최초로 '생체리듬 디스플레이' 인증을 획득했는데요. TV가 어째서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까요? 여기에서 역시 수면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인증을 부여한 독일 시험·인증 전문 기관인 VDE(Verband Deutscher Elektrotechniker)의 설명을 보겠습니다.

"2023년형 Neo QLED에 탑재된 ‘아이 컴포트 모드(Eye Comfort mode)’가 낮과 밤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휘도와 색온도를 조정해 사람의 생체리듬의 변화에 최적화된 화질을 제공한다."

즉 사람이 활동하는 낮에는 디스플레이의 휘도(輝度)와 색온도를 높여 실내에서도 실외의 빛과 유사한 효과를 냅니다. 반대로 밤에는 휘도와 색온도를 낮춰 편안한 수면을 돕는 겁니다. 요약하면 사람의 생체 주기에 TV가 맞춰준다 정도 되겠네요.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5'는 사용자의 수면 패턴, 수면 중 산소포화도와 코골이를 측정해 개인 수면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면 패턴을 바탕으로 수면 점수를 보여준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수면은 양보다 질



잠이라고 다 같은 잠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조사가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삼성 헬스' 사용자들을 통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의 수면 습관 변화를 분석한 건데요. 결과지를 보면 수면 시간은 엔데믹 이전 6시간 56분에서 이후 7시간 2분으로 다소 길어졌지만, 수면 효율은 87.86%에서 87.79%로 감소했습니다. 수면 효율은 전체 수면 시간 중 깬 시간을 제외한 실제 잠을 잔 시간을 퍼센트로 측정한 값입니다. 불안한 시대에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한 사람이 많아진 것이죠.

최근 전자업계가 공통적으로 주목한 부분도 이와 같습니다. 수면은 역시 양보다 질이라는 거죠. 뇌파를 알맞게 건드리고 낮과 밤의 차이를 반영한 제품이 생체리듬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것처럼요.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워치5’에 깊이에 따라 4단계로 수면의 질을 분석하고 코골이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탑재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 아실 겁니다. 라디오 디제이의 유명한 클로징 멘트가 있죠. 전자업계에서는 이 앞에 한 마디를 더 붙이고 싶어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뒤척이지 말고, 잘 자요.”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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